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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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현재 철거 현장의 한복판에 오도카니 서있다. 한 달 전쯤 벌목작업을 했다. 나무가 베어질 때에 나는 나무가 아닌 사람의 안전에 신경을 썼다. 안전하게 벌목을 하려면 어떤 방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나의 업무였다. 벌목 시 나무 높이의 2배 반경에 동시 작업 금지할 것, 수구 각도는 30도 이상, 수구 깊이는 뿌리 지름의 1/4~1/3에 수구 작업을 할 것. 수구 절단부보다 나무 지름의 10분의 1정도 높은 위치에 만들어 추구작업을 하고 틈 사이에 쐐기를 박을 것. 다른 작업자 유무 확인 후 신호수의 신호에 따라 나무 넘길 것. 방식이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그렇게 작업이 시작되었다. 



나무가 베어지는 걸 봤고 그루터기를 뽑아내고 뿌리가 뽑히는 광경을 목격했다. 어디에서도 흔히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나는 죽어가는 나무를, 그리고 죽어버린 나무를 보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소생을 빌었다. ‘다시 살아나.’ 하지만 나무는 살아나지 못했고 살아날 수 없었다. 임목폐기물로 분류되어 화물차에 실리는 걸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저 나무들은 어디에 갈까.




45. 뿌리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어. 당신 겨드랑이처럼 습한 땅에 내려 물기를 흠씬 머금은 뿌리는 냄새가 짙고 깊어. 강요하는 게 아니라 저절로 침묵에 잠기게 하는 냄새야…… (…) 날이 밝으면 청계산으로 뿌리를 찾으러 갈 거야. 그곳에 가면 굴삭기에 뿌리가 들린 나무들이 지천으로 널렸을 거라고 하더군. 도로를 놓으려고 산을 파헤치고 있나봐. 그곳에 내가 찾는 뿌리가 있을지 모르지, 내가 그토록 그리는 표정을 짓고 있는 뿌리가……



김숨 작가의 <나는 나무를 만질 수 있을까>, <뿌리 이야기>, <슬픈 어항>은 존재에 대해 말하고 있다. 같은 존재론적 이야기로 연작소설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목격했던 나무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고 나의 뿌리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했다. 나는 결혼을 하면서 또 이사를 하면서 나의 뿌리가 이곳에서 저곳으로 옮겨졌다고 생각해왔지만, 그건 착각이었다. 결국 나는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한자리에 뿌리를 내리며 살고 있는 거였구나. 죽기 전까지 영영 벗어날 수 없는. 너무나도 싫어서 그 뿌리를 다 잘라내버리고 싶은데 그럴 수가 없다는 걸 최근에 다시 한번 느끼는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며 더 여실히 깨달아야만 했다. 나는 나의 뿌리를 옮기려 얼마나 부단히 노력했던가 생각해보면 허탈감에 진이 다 빠져버려서 무엇도 하고 싶지가 않아졌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가

내가 왜 없는 게 아니라 있는가

나무들도 스스로에게 묻고는 할까



나에게 이 책은 참 어렵게 다가왔다. 이해될듯하면서 이해할 수 없는 영역이 분명히 그어진 선 같은 느낌이었으니까. 연달아 바로 읽어볼까 싶었는데 약간의 텀을 두고 다음에 다시 찾아 읽기로 하고 약간의 미련을 남긴 채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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