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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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TV 프로그램을 말하면 정말 할 말이 없는 사람 중 하나인데도 불구하고 본방송은 챙겨보지 못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와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는 일부러라도 찾아서 본다. 그 프로그램들을 볼 때마다 ‘이게 정말 실제로 일어났던 일이라고?’라면서 분노할 때가 정말 많았는데, 그 프로그램의 메인 PD의 첫 소설집이라고 해서 호기심이 일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것은 제목이었다.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ㅡ 제목만 봤을 땐 나는 남의 불행을 보면서 자신의 안위를 생각하는 사람들을 떠올렸지만, 책은 정말 말 그대로 남의 불행으로 벌어서 먹고 사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책에는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 <일요일의 소아과>, <당신 사주에 금이 없다면>, <무대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나의 프로파일링 비밀 노트>, <아직 특종은 끝나지 않았다>, <재심은 만루홈런처럼>, <문지기 박계장의 임무는 무엇인가>, <독기에 잠식당한 열아홉 내 영혼>, <가해자 H의 피해일지>의 제목으로 열 편의 단편집이 실려있는데, 하나같이 숨을 멈칫-할 정도로 강렬하게 다가왔다. 첫 번째의 단편인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을 지하철에서 읽었었는데, 그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었다. 작가의 이력을 전혀 몰랐다면, 이 사람에게 사이코패스와 견줄 만한 무언가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봄직한 이야기였다. 한동안 그 잔상이 머릿속을 지배해서 이 단편을 누군가와 꼭 공유를 해야겠는데 누구와 공유를 해야할지 알 수 없어 남편에게 내가 설거지할 동안 이 단편 좀 읽어보라고 책을 그대로 넘겨주었다. 책을 읽은 남편의 반응도 나와 같았다. 헉-소리가 절로 나던 이야기. 왜인지 그럴 것 같았는데 아니라는 안도감에서 느꼈던 마지막의 반전까지.



283. 내가 바라던 복수의 시간은 그렇게 끝났다. 그런데도 난 여전히 기쁘지 않았다. 알맹이가 사라진 껍데기가 된 기분이었다.

내가 오래도록 바라본 문장이었다. 내가 그토록 가지고자 열망했던 유연함이 억울함과는 대칭이 될 수가 없어서 억울함을 풀기 위해 해결을 해야하는 것들에, 나는 시간을 쏟았다. 하지만 그게 후련했느냐 묻는다면, 잘 모르겠다. 세상 일이라는 건 도대체 왜 이 모양인 걸까. 자꾸만 찝찝함이 남는다. 나만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음으로써 나만 그런 게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면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는거지.라는 생각과 함께.



책은 글을 읽는 것 외에 실제로 영상을 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켜서 내가 책을 읽는 건지,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 건지 헷갈릴 정도로 몰입했다. ‘만일 나라면, 저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기초에 깔고 책을 읽고 있었지만 정작 내가 마주했던 것은 그게 아니었다. 이야기 중 내 이야기와 중첩되는 게 없어 다행이다. 같은 추악한 내면의 소리를 듣게 된 나. 이 책을 읽으면서 영원히 평범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어진다. 어느 것에도 연루되지 않은 채로. 하지만 우리는 잊으면 안 된다. 불행은, 언제나 가장 행복한 순간에 우리를 집어삼키기 마련이라는 점을.



아, 참고로 <당신 사주에 금이 없다면>을 읽고 우리는 “다음 계급의 원이 어떤 원인지 알아?” 하고 묻고 으뜸원이라는 것을 알게 된 뒤에, 으뜸만 보면 오! 으뜸! 하며 외치곤 한다. 하하. 으뜸 원! 꼭 기억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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