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가 되어 영원히 빛나고
이계영 지음 / 조아라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마음이 심란할 때는 짧은 글도 눈에 들어오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땐 어디론가 훌쩍 떠나서 그 풍경을 오래도록 보며 멍하니 있고 싶어지지만 현실로 복귀해야하는 시간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그조차도 쉽지 않다. 그래서 최근에는 말은 없지만 심경에 따라 해석이 다른 그림을 집에 들였다. 그림이 내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고, 내가 그림에게 말을 거는 것 같기도 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 말을 하지 않으면서 마음을 나눈다.

내가 그림을 대하는 생각은 수시로 변해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그림이 그려진 시대 상황, 저자의 환경, 심경 등을 봐야한다는 말도 맞고, 그림을 보며 내가 해석하는 게 전부라는 말도 맞다. 내가 아름답게 해석한 것과는 다르게 그림은 아름답지 않을 수 있고, 슬픈 상태에서 내가 그림을 본 것과는 다르게 그림은 그리 슬프지 않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7년 전 퇴근길 아양교의 노을을 보며 말없이 위로를 받았던 게 이제까지 내가 세상에 살면서 받아본 가장 큰 위로였다. 그 광경을 보고 나는 순간 아무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보는 것 외에는 어떤 것도. 노을은 내게 위로를 하려던 게 아니라 단지 시간이 되어 그 자리에서 졌을 뿐이었다.

그런 경험을 몇 번 해봤다보니, 「나는 내가 되어 영원히 빛나고」를 읽으면서 저자의 마음들이 조금씩 내 마음으로 스며드는 게 느껴졌다. 저자는 ‘견뎌낸 사람’이었다. 견뎌낸 사람, 살아낸 사람이 쓸 수 있는 글이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어떤 그림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을까,하며 페이지를 넘기면 그 그림이 있었다. 글을 읽고 그림을 보면 그 마음들이 오롯이 전해졌고 나도 모르게 속으로 응원을 하게 되었다. 연이 닿는다면, 멀리서 응원하는 독자가 있습니다. 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지난한 시절을 겪은 내게도, 잘 견뎌냈다고 다독여주고 싶어진다. 우리는 모두 버거운 삶의 한 조각을 물고 있다. 입술을 베지 않도록 조심해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