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양평책방 책방할머니는 오늘도 행복합니다 - 책방 할머니가 되기까지, 100일의 기록
남미숙 지음 / 공명 / 2025년 10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평생을 교직에 있다가 정년퇴직을 앞두고 무얼 하고 싶은가에 대해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양평에 책방할머니가 되기로 한 저자가 책방할머니가 되기까지 100일간의 과정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에세이다.
이 책을 읽어보고 싶은 이유는 너무나도 여러가지였다. 이 책은 책 제목만으로도 메리트가 있었다. 당연히 행복하겠지! 라는 생각이 들 만큼. 독서를 하는 이들은 책방에 대한 로망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점과 나 역시 노후에는 전원주택에 살겠다는 점과 가까운 시일에 양평에 방문할 일이 있다는 점이었다. 현재는 본업이 있으니 지금 당장은 책방에 대한 로망은 자연스레 내려두었지만 책방을 하는 이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동경하고 있다.
우리 부부는 양평여행을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양평책방 책방할머니>가 어떤 곳인 줄도 모르고 단순히 책방일 거라는 생각을 하고 남편에게 양평에 가면 꼭 들르자- 말했는데, 책을 읽고나니 그렇게 방문할 곳이 아니구나 싶었다. 그곳은 마음이 지친 여성들을 위한 공간을 대여해주는 곳이었다. 그곳에서 책을 읽어도 되고 잠을 자도 되고 멍하니 있어도 되고 잡초를 뽑아도 되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운 공간, 그곳은 바로 여성 한 명을 위한 그림책방이었다.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떠올랐고, 실제로 그 책을 모티브로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나는 치이며 살고 있지 않다고 생각하며 살지만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으로 도피하고 싶을 때가 있다. 집이라는 공간은 결국, 내가 해야하는 것들이 보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집에서 온전한 쉼을 가지기는 조금 어려우니까. 자발적 추방이랄까. 그러면서 내 마음에 안식을 얻고, 내 마음을 알아차리고, 내 마음을 읽고… 그렇게 온전히 ‘나’를 들여다보는 일,을 여성들이 가지기를, 저자 책방할머니는 원하고 그 공간을 만들어 대여하고 있다.
「그레구아르와 책방 할아버지」에서 모티브를 얻어 양평책방 책방할머니가 되었는데, 저자는 책방할머니와 할머니책방에 대해 명확한 구분을 해주기를 원한다. 크게 생각해보진 않았는데 엄연히 책방할머니와 할머니책방은 너무나도 다르니까. 양평책방이라고는 하지만, 양평책방에 책은 그림책뿐이다. 쉬러 오는 사람들에게 빽빽한 글씨가 들어차있는 책보다는 그림책이 더 나을 거라고 판단한 책방할머니 남미숙씨.
어릴 적에 내가 알던 동화에는 모두가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았습니다, 하는 그런 동화책들이 대부분이어서 현실 역시 동화처럼 끝이 아름다울 줄로만 알았던 나였는데, 막상 현실은 너무나도 차갑고 냉혹하기 때문에 동화와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물론 요즈음은 시대에 맞게 동화책도 변화되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동화책은 짧은 글과 그림으로 여전히 우리의 언 마음을 살살 녹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책에는 단순하게 책방이야기만 들어있는 건 아니었다. 한 사람의 삶이, 일상이, 가치관을 아우르고 있던 「양평책방 책방할머니는 오늘도 행복합니다」을 읽으며 나는 어떤 어른, 어떤 할머니가 되고 싶은지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타인의 행복보다는 불행을 먼저 감지하게 된 세상에서, 타인의 행복을 보며 나도 덩달아 행복을 느낀 게 참 오랜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