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립스틱 짙게 바르고 한국어를 가르칩니다 - 한국어 강사로 거듭나는 30가지 꿀팁!
강정미 지음 / 성안당 / 2025년 3월
평점 :
* 네이버 책과 콩나무 카페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나는 내가 태어나고 자란, 현재 살고 있는 한국을 굉장히 좋아한다. 애국자는 아니지만 애국가를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웅장함이 사그라지지 않는 경험을 자주 했었다. 아마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한번씩은 느꼈을 감정이 아닐까. 그중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것은 다름 아닌 한글이다. 그래서 한글을 넘어 한국어를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고 운 좋게 기회가 좋아 몇 년 전에 학점은행제로 한국어 수업을 듣게 되었다. 하지만 한국어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세밀했고 섬세한 언어였다. 그래서 공부하는 동안 의문점도 많이 가지게 되었는데 그 의문점이 부정적인 것이 아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는 것도 생소하면서 기쁘기까지 했다.
학점은행제 덕에 한국어교원 2급을 취득했고 그것을 발판 삼아 한국어 강사를 꿈꾸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려면 그에 기반한 지식이 깔려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그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과 그 외에 여러 이유로 지금은 본업에 집중하고 있지만 언젠가는 해보고 싶은 직업 중 하나가 한국어 강사다. 그래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히 흥미롭다고 생각했는데 제목에 <립스틱 짙게 바르고>라는 문구가 있어 호기가 더해졌다.
나는 으레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직업에 대해 경이감을 느끼곤 했다. 나의 지식으로 남을 가르치는 직업이라니, 나와는 상관없는 멀게만 느껴지는 직업이었으니까. 그래서 마찬가지로 외국인에게 한국어를 가르치는 저자를 보면서 경이감을 표했다. 책에는 여러가지 상황들이 있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립스틱을 짙게 발라야했던 그 이유가 너무나도 타당해서였고!(그런 생각을 하다니!) 또 한국어에는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단어가 정말 많은데 그것을 물어보는 한 차원 높은 수준의 학생들의 태도가 정말 놀라웠다. 이를테면 '주최하다 / 개최하다, 결합하다 / 조합하다, 지루하다 / 지겹다, 참석하다 / 참가하다 / 참여하다'였는데 한국어를 매일 읽고 쓰고 듣는 나지만 막상 설명을 하려면 앞이 턱 막히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을 한국어를 잘 모르는 이에게 설명해주려면 내공이 어느 정도 쌓여야 할까.
그리고 초급 한국어를 가르쳤더니 내 한국어도 초급이 되었다는 말에 또 한번 웃게 되었다. 나 역시 업무 중 교육할 때에 한국어를 잘 못 알아듣는 작업자에게 짧게 단어로 끊어서 말을 하게 되는데 가끔 한국인인 작업자나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렇게 말할 때가 있어서 아, 이러면 안 되는데! 라고 각성할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런데 매일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면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이건 전에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모언니가 “나도 어른말 하고 싶어, 어른말! 맘마빠빠 이런 거 말고!”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났다. 결국 그러려면 조금 더 멀어져서 ‘나의 생활’을 좀 더 넓히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도.
책은 한국어 강사로 있으면서 겪었던 일들뿐만 아니라 각 장마다 <한국어 강사로 거듭나는 30가지 꿀팁>이 있어서, 한국어 강사를 희망한다면 정말 도움이 많이 될만한 것들이라서 하나하나 눈여겨보게 되었다. 나중에 한국어사에 좀 더 가까워지면 다시 한번 들춰보면서 도움을 받고 싶은 책이라 책장 한편에 고이고이 모셔둬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