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불안은 죄가 없다 - 걱정 많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뇌과학 처방전
웬디 스즈키 지음, 안젤라 센 옮김 / 21세기북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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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신경 쓰이는 일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소화 장애, 수면 장애, 집중력 저하로 이어져 일상이 어지럽게 난잡해지고 만다. 예민지수는 극도로 치달아 말 한마디에도 분노를 내뿜고 민감도가 높아져 앵그리버드를 자처하는 것이 나라는 인간인데, 근래에 그런 상태로 두 달을 넘게 지내오니 못해도 5년은 늙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런 행동양식은 불안에서 오는 것임을 명확하게 잘 알고 있다. 지금은 불안과 동떨어져 있느냐고 묻는다면 지금도 불안하기는 마찬가지지만, 한 달 전과 비교한다면 확실히 불안의 크기는 이전보다 작아졌다. 하지만 이건 내가 어떤 마음가짐을 가졌고 행동을 취해서라기보다는 상황이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 크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난 지금은, 비단 상황‘만’이 바뀌어서 그런 걸까? 자문하게 된다. 결국 그 상황을 만든 건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도움이 아닌가 하고 말이다.



우리는 불안의 시대에 살고 있다. 불안에 대해 긍정적인 면보다 부정적인 면과 더 밀접하다고 우리는 생각하고 있다. 그것은 63. 불안이 우리의 기분을 좌지우지하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우리가 긍정적인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것을 기본 값으로 설정하기 때문이고 살면서 크고 작게 불안에 따른 여러 양상을 이미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영국 국립정신과의 공인 심리치료사인 저자가 쓴 책에서는 11. 불안을 대하는 자세가 잘못되면 우리는 늘 불행하다. 라고 말하며 불안은 적정한 수준과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고 꼬집고 있다.



20. ‘만약에...’로 시작되는 걱정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게 걱정까지는 아니더라도, 만약에-로 시작되는 일의 대부분은 애석하게도 긍정적인 상상보다 부정적인 상상을 하기가 더 좋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불안을 느끼기 시작하면 불안은 동적으로 변할 수밖에 없는데 그 활동성이란 어마어마해서 결국 나를 집어삼키게 되는 경험을 여러 번 해보았다. 



뇌는 변하고 불안은 양면성이기 때문에 이것을 잘 다루어야 한다고 말한다. 66. 불안을 유발하는 스트레스 자체는 사라지지 않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반응을 ‘최적화’할 수는 있다.를 대변하는 말로는 61. 불안은 근본적으로 뇌-신체가 활성화된 상태. 세포들이 서로 신호를 보내고 에너지가 증폭되며 무언가를 하기 위해 준비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불안을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행동이었다. 여러 방법이 있었지만,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은 세 가지였다. 자신의 감정에 이름 붙이기, 감정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소통하기, 운동하기 그런데 요즘 나는 타인에게 내 감정에 대해 말하는 것을 좀 꺼리는 경향이 있다. 타인에게 내 감정을 말할 때 내 감정에 대해 100%를 설명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 혼자 말하고 내가 들어주는 방식을 선택했다. 가끔은 내가 가진 이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모를 때가 더 많아서. 문제는 주체가 나 자신이 되어버리니 좀 더 감상적이 되어버린다는 점이고 그에 대한 피드백을 받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금세, ‘하긴, 감정에 대해 피드백을 받을 필요는 없지.’하고 생각한다. 피드백이 주요 목적이라면 감정보다는 상황에 대해 더 주력해서 말을 하게 될 테니까.



자신이 처한 환경에 대해 통제력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이게 참 어렵다. 타인은 내가 의연하다고 말하지만, 숨기는 것뿐이다. 홀로 조용히, 그리고 완전히 무너질 때가 얼마나 많은데... ‘어떤 일이 일어나도록 그냥 내버려두지’ 않고 의식적이고 의도적인 행동이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는 많은 시뮬레이션을 통해 답변을 도출해낸다. 가장 불안한 상황에서조차 늘 선택권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도 다행스럽게 느껴지면서 한편으로는 그 선택이 잘못되었을 때의 불안감은 극도의 상태로 몰아가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질 수밖에 없다.



이 책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단지 불안을 잘 다루는 법이 궁금해서는 아니었다. 걱정 많고 불안한 당신을 위한 뇌과학 처방전이라는 부제가 달려있어 이 책을 선택하게 되었던 것인데,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불안이 극도로 치달을 때였던 한 달 전에 이 책을 읽었다면 오히려 독이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내가 불안을 일컫는 말로, 미치겠다라는 말을 자주 썼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되었다. 적어도 지금은 미칠 것 같지는 않지만, 미칠 것 같은 날이 살면서 자주, 많이 있을 것임을 안다. 불안이 손에 잡히지 않을 때마다 나는 언제나처럼 평정심을 잃게 되겠지만, 내가 불안에 잠식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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