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속 성 문화, 사색 - 인간의 본능은 어떻게 세상을 움직였나
강영운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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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성(姓)에 대해 관대적이지 못하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그도 그럴 것이, TV에서 키스를 아니 입술과 입술이 부딪히고 있는 장면만 나와도 나의 엄마는 보면 안 될 것을 보는 것처럼 유난을 떨어대며 “저거 뭐야~ 딴 데 돌려~”라고 말하곤 했으니까. 그만큼 성에 대한 교육을 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배우자와도 TV를 보다가 그런 장면들이 나오면 얼굴이 화끈거릴 때도 있었다. 이 책을 읽는다고 카페며 도서관이며 가지고 다닐 때, 나의 배우자는 이 책을 조용히 뒤집어두기도 했다. 단순히 표지 때문에.


그래서 어떤 것에 대하여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진다는 사색(思索)이 아니라 사색(史色)을 쓴다고 했을 때 부모, 형제, 친척, 친구, 회사 동료, 지인 모두가 “회사에서 이런 거 쓰라고 하니?”라고 말했을 때의 그 물음을, 나도 슬몃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한국에서 성(姓)은 공론의 영역에 있는 것이 아니니까.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참 흥미롭게 잘 읽었다. 무엇보다 이런 내용의 책이 출간이 되어 숨어서 읽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고대 그리스 석상인 남성의 성기가 유달리 작은 이유가 무엇인지, 태조 왕건을 묘사한 동상을 보고 역사학계가 왜 발칵 뒤집어졌는지, 이집트인과 유대인이 왜 포경수술을 했었는지, 그리고 왜 다시 포피 재건술을 받아야만 했는지, 콘플레이크가 무엇을 예방하기 위해 탄생했는지, 남성의 성기상이 어떤 용도로 쓰였는지, 군입대하는 아들에게 성기 청동상을 주는 어머니의 마음이 무엇인지, 콘돔이 왜 전쟁에서 전성기를 이루게 되었는지, 어쩌다 고대 목욕탕에서 성매매가 이루어지게 되었는지, 자위와 몽정이 어째서 죄악으로 분류가 되었는지, 노출증 콜걸을 모델 삼아 만들어진 바비 인형이 어째서 어린이들의 손에 들어오게 되었는지, 서양에 유독 나체주의자가 많은 이유가 무엇인지, 월경을 하는 여성들이 어떤 차별을 당해야만 했는지, 대지진이 일어난 리스본에서 국보급의 성당이 다 무너졌는데 집창촌만 멀쩡할 수 있었던 이유 등이 잘 나타나있다.



그 뒤로는 사드 후작, 허레이쇼 넬슨, 아녜스 소렐, 앙리 2세, 헨리 8세,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 앨런 튜링, 마리 드 레니에, 샤를 피에르 보들레르, 요한 볼프강 폰 괴테가 나와있다. 그중 “인간은 쾌락뿐”이라 외치며 ‘성에 자유로운 여성상을 제시’한다고 (책에서) 포장해서 말하고 있는 사드 후작의 「소돔 120일」은 윤간, 고문, 근친 등의 엽기적인 내용이 담겨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찬미하는 김승옥 작가를 나는 좋아하지 않는 이유가 그것이다. 윤간, 강간, 추행, 성폭행 등의 온갖 것들을 집어넣어 성(姓)에 갇히지 않고 자유로운 사람을 말하는 것 같지만 결국 여성의 성(姓)을 착취하고 유린하는 것에 기반하는 것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 표지가 되는 그림인 침대에서 키스하는 성매매를 그린 화가 앙리 드 툴루즈로트레크가 성매매 업소에서 지내야만 했던 이유도 나와있는데, 불현듯 찾아온 장애로 인해 그의 시각이 바뀌었기 때문이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초록창에 검색을 하면 청소년에게 노출하기 부적합한 검색 결과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며 부적절하지만 은밀한 짓을 꾸미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아주 별로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도 알 수 있었고,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어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고, 역사를 좋아한다면 좀 더 깊이 빠져들 수 있을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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