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울적아
안나 워커 글.그림, 신수진 옮김 / 모래알(키다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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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적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마음이 답답하고 쓸쓸하다.인데 그 문장만으로 표현되지 않는 것이 분명히 있다.

다양한 감정들을 미처 다 경험하지 못한 아이들, 감정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하는 어린이들에게 울적이는 어떻게 다가갈까?




처음에는 작았던 울적이는, 점점 더 등치가 커져만 간다. 울적이가 옆에서 떨어지기를 바라지만 도망가도 계속 따라오는 울적이가 미운 빌.



동화책 하나로 감정에 대해 직접적으로 깊이 있게 다가갈 수 있다니, 놀랍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의 기분이 가라앉을수록 울적이가 커져가는 걸 보면서, 요즘의 나를 돌아보기도 했다. 울적이, 요즘 내 근황의 일부 중 하나였으니까. 이 얇은 동화책에서 나는 꽤 많은 위로를 받았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울적이는 우리의 옆에 있다. 근래 나의 울적이는 아마 엄청나게 크지 않았을까. 슬프거나 우울하거나 불안하거나 불편하거나 하는 것들의 감정들을 어떻게 컨트롤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그 방법은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울적하다는 감정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나타날 수 있는 감정인데 우리는 굳이 그곳에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당장 느끼는 기분, 감정을 인지하는 것. 그게 첫 번째 과제이지 않나 싶다. 억지로 떨쳐낼 필요도 없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른들 중에서도 감정을 표현하는 것에 서툰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어릴 땐 감정에 집중해서 배워보질 못했고 감정에 대해 깊게 다룬 책이나 만화도 없었기에 나는 이제야 허겁지겁 감정 공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한다. 울적이라는 감정은 나한테만 있는 게 아닌데 나한테만 있는 것처럼 오해해서 울적이를 더 크게 만들고 있는 건 아닐까? 어른에게도 힘든 그 감정들을, 아이에게 가르치는 건 또 얼마나 힘든 일일까 생각해보면 아득하다. 책을 통해 내 감정을 알고 드러내고 마주 볼 수 있을 때라야 아이에게 감정도 알려줄 수 있고 아이와 교류도 할 수 있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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