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어른의 하루 - 날마다 새기는 다산의 인생 문장 365 다산의 마지막 시리즈
조윤제 지음, 윤연화 그림 / 청림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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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온도와 습도 때문에 사람이 가까이 곁에 서는 것도 싫었던 계절도 가고 마음이 가는 만큼 조금씩 가까이 서도 좋을 계절, 가을이 왔다. 가을을 느낌과 동시에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사실과 내가 나를 얼마나 키워내고 있는지 가늠할 수 있는 계절이기도 하다. 나는 간헐적으로, 아니 아주 많이, 내가 어른이 덜 되었음을 느낀다. 내가 생각하는 것들은 어쩐지 어른을 흉내 낸 어린아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는데, 그걸 한번씩 깨달을 때가 있다.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 어린아이일 수는 없고, 하지만 세상의 부조리함에서 나는 벌써 어른인 것만 같은데 그건 어른인 척하는 것 같을 때. 그러니까 아이와 어른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고 있을 때 말이다. 경계에서 나는 어른도 되었다가 아이도 되었다가 경계를 모호하게 만들어버린다.




하지만 내게는 소망이 하나 있다. 나이에 걸맞은 사람은 되고 싶다는 것.

그러려면 지혜가 필요하다. 지혜를, 어디에서 보고 듣고 만질 수 있을까.





<다산, 어른의 하루>는 심경, 소학, 논어, 맹자, 도덕경, 중용 등 수많은 고전을 읽고 남긴 성찰들을 조윤제 작가가 엄선해서 엮어둔 만년 일력으로, 365일 달력에 맞춰 하루의 명언처럼 글이 쓰여있다. 이 글들을 어떻게 마음에 새길까 생각해보다가 나는 이 명언들을 필사하고 있다. 매일매일, 하나씩. 1월부터 12월까지 주제를 정해서 테마에 맞게 죽 이어나가고 있는데 필사를 하다보니 다음날의 명언이 궁금해도 그날의 명언을 고스란히 간직했다가 다음날이 되면 얼른 펼쳐보는 재미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달력에 동양화가 그려져있는데 그 꽃들을 보는 재미 역시 상당하다.




어떤 좋은 글이라도 내 상황에 맞지 않으면, 내 마음에 들어오지 않으면 쉽게 잊히고 깨어지고 흩어지기 마련인데 필사를 하다보니 언젠가 다시금 흩어질 것이라 하더라도 그냥 눈으로 흘리는 것보다 내밀하게 마음을 간질인다. 필사를 할 때 글자만 적는 것이 아니라 한문도 함께 적고 있는데, 꾹꾹 눌러쓸 때마다 내가 조금 더 그럴듯한 사람이 되고 있다는 기분 좋은 착각도 함께 느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문장들이 내 마음에 깊이 머무를지, 또 어떤 문장이 내게 힘이 되어줄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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