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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큼 내 삶에 진심인 사람은 없다 - 프로실패러의 '찌그러진 삶을 펴는 도전의 기술'
원하늘 지음 / 니어북스 / 2023년 7월
평점 :
내 나이 삼십 대 후반에 다다르고 있다. 나는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직업 외에도 하고 싶은 게 많다. 하지만 직업을 버리고 다른 직업을 선택하라고 한다면 조금 많이 망설여진다. 하고 싶은 것이 일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한편으로는 일로 삼아도 좋을 만큼 좋아하는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최근에야 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좋아하는 것들을 놓지 않고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를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남편은 조금 다른 말을 했다. “너는 요즘 일만 하면서 지내. 일만 생각하면서 지내고.”
왜 그럴까.
나는 어쩌다가 일에 매몰되어 지내고 있는 형국이 된 걸까.
그러면서도 왜 이것저것 다 놓지 못하고 지내는 걸까.
내가 한 선택들에 대해 완전하게 만족할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후에 그 선택을 하지 말걸 그랬나 하는 후회가 뒤따라오기 때문에 내 선택들을 되짚어보게 되는 것이 사실이다. 평소에는 에세이를 굳이 찾아서 읽지 않는 편인데도 최근에는 스트레스로 인해 마음이 조금 힘든 상태라서 읽으려고 했던 책들을 잠시 덮고 에세이와 자기 계발서를 부러 찾아 읽으며 마음에 안정을 취하고 있다.
나도 부지런을 떨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 만큼 책의 저자는 굉장히 부지런한 사람이었다. 신문기자, 보험판매원, 마사지사, 학원 강사, 공무원에 이르기까지 많은 실패와 경험담을 책 속에 녹여냈다. 그 글들을 읽으며 아니, 이런 글까지 쓴다고? 라며 실눈을 뜨고 읽어나갔는데 나중에는 그 글을 쓰기까지의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에 나도 모르는 사이에 응원을 하게 되었다.
내가 시시때때로 느끼는 것은 인생은 참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이다. 힘든 일이 닥쳤을 때는 지금 내가 딛고 서있는 이 자리에서 증발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고 차라리 기억상실증에라도 걸렸으면 싶었고 그도 아니라면 다시 태어나고도 싶었다. 하지만 어떤 것도 내게 일어나지 않았다. 사람은, 그리고 사람이 살아가는 인생은 기계가 아니기에 reset을 할 수는 없지만 그것을 계기로 다시시작인 restart가 가능하기에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어쩌다보니 지금도 여전히 전과 다르지 않게 살고 있다. 이게 잘 살고 있는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을 할 수 없지만.
나는 원서를 접수하고 공부를 하지 못한 채로 시험을 볼 때마다 “직전에 너무 바빠서 공부를 못했잖아. 경험삼아 시험 본다고 생각하지 뭐.”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기에 바빴다. 그러면서도 원서 접수는 계속해서 했다는 점이다. 149. 굳이 제대로 준비하지 않고 시험을 치러서 내 마음에 지옥을 경험시킬 필요가 있을까? 꼭 나한테 하는 말 같았다. 저자는 시험을 보기 전 합격자들의 후기인 합격 수기, 합격 비법 등을 일일이 찾아 읽고 나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내는 것을 우선으로 삼았다. 반면에 나는 합격 수기를 찾아본 적이 손에 꼽을 정도였다. 또 150. 공부를 잘하는 사람들은 강박증이 있어서 그날 완벽하게 목표 분량을 끝내야 잠이 온다는데, 나는 공부를 안 해도 마음만 불편할 뿐 잠은 잘 왔다. 이 부분을 보면서 얼마나 고개를 주억거렸는지 모른다. 공부를 하지 않았기에 마음은 매우 불편하고 공부를 해야한다는 강박증세까지 생긴다. 하지만 잠은 잘 온다. 어쩌누.
올해 2차 시험을 앞두고 나도 합격 수기라는 걸 꼼꼼하게 찾아보기로 했다. 내년부터는 시험 유형이 바뀌어서 올해 시험에 합격을 해야하는데 무슨 생각으로 사는지 잘 모르겠다. 나 역시 머리가 좋지 않아서 인생의 전반적인 부분이 노력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다시 자각하고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져야하는 시간을 가져야하는 것이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한다.
“내가 열심히 하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아. 남들이 ‘아, 저 사람 열심히 하는구나’ 알아주는 거 생각하지 말고 내가 스스로 열심히 한다고 느낄 수 있으면 된 거지. 그럼 남들도 알아주겠지, 뭐. 아니면 할 수 없고.”
사실 나는 며칠 전 월루(월급루팡)으로 살기로 결심했다. 누군가가 나를 알아주는 걸 목표로 한 적은 없지만 스스로에 빠져 ‘너무’ 열심히 하려다보니 제풀에 지칠 때가 많았다. 평상시의 내 모습은 덤벙거리는 사람인데 왜 업무에 있어서는 그렇게 융통성이 없고 완벽주의자 성향을 가졌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런 내가 근무를 하면서 숱하게 들은 말은, “적당히 해. 적당히.” “마음을 좀 내려놓으면 편해져.”라는 말이었다. 이해 못할 말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말을 다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 사람도 아닌 여러 사람이 보았을 때 그렇게 말하는 것이라면 좀 적당히 내려놓아보려는 것이다. 내가 말하는 월급루팡은 일도 하지 않고 탱자탱자 노는 것이 아니라 지금보다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 에너지를 덜 쓰겠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99. 인생을 살아내는 것은 곧 버티는 과정의 연속이니까.
186. 어쩌면 인생은, 내 포장지에 붙은 라벨을 계속 갈아끼우는 과정이 아닌가.
하지만 나는 언제까지 이렇게 살지는 않을 예정이다. 이전 포스팅들에 써두었던 것처럼 내 목표는 ‘직업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그러려면 나는 앞으로도 내가 좋아하는 일들을 게을리하지 않아야겠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스스로 계속해서 발굴해야만 하겠다. 나에 대해 알아가는 일은 그 어떤 것보다도 가치있는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