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가 사랑한 바다 - 명화에 담긴 101가지 바다
정우철 지음 / 오후의서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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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를 오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더 이상 동해바다나 남해바다와 가깝지 않다는 점이었다. 어느 날은 몸과 마음이 지쳐 바다가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찾아보았는데 가장 가까운 바다는 서해바다였다. 평일에는 50분이면 갈 수 있지만 주말에는 1시간 30분이 소요되던 그 서해바다. 남쪽 지방에서 살 땐 바다를 보러 주말 평일 상관없이 1시간도 안 되는 거리들을 다녔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1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은 내게 퍽 길었던 것 같다. 그게 길다고 느껴졌던 건, 내가 서해바다를 전만큼 좋아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은 아닐까.

대천이 바다의 전부라고 생각했을 때가 있었는데, 그걸 보고 동해바다를 보았을 때의 경탄을 잊을 수가 없다. 우물 안 개구리, 그 말이 꼭 어울리던 시기이기도 했다.

결국 난 지금 이곳에서 아직 바다를 보러 가지 못했지만 여전히 바다를 보고 싶다는 소망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원하는 바다를 볼 수 없으니 그림으로라도, 사진으로라도 보고 싶어서 바다 사진만 보면 멍하니 넋 놓고 있기 일쑤였다. 그러던 중 푸르고 청량한 색감을 가득 품은 바다를 그린 그림을 본 순간, 이 책은 꼭 읽어봐야지 하고 생각했다. 푸르른 바다를 눈에 가득 담고 바라보는 것만큼이나 설레는 것은 없으니까.

책에는 호아킨 소로야, 에드워드 호퍼, 오딜롱 르동, 라울 뒤피, 에드바르 뭉크, 클로드 모네, 피에트 몬드리안,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앙드레 브라질리에, 앙리 마티스, 빈센트 반 고흐,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쇠라, 베르나르 뷔페, 베르트 모리조, 장 피에르 카시뇰, 메리 카사트, 이반 아이바좁스키의 그림이 해설과 함께 실려있었는데, 중간중간 윌리엄 메릿 체이스나 알프레드 스테방스, 로렌스 알마 타데마, 비센테 로메로 레돈도 등의 그림들도 함께 실렸다.

평소 같으면 몽환적인 색감이 덧붙여진 클로드 모네나 점점으로 표현한 조르주 쇠라, 색감이 쨍하면서 만화 같은 라울 뒤피의 그림들도 좋아했겠지만, 이번에 유난히 내 눈길이 자주 가던 그림은 단연 비센테 로메로 레돈도가 그린 바다, 제목은 <무제>였다. 그리고 표지에 있는 에드워드 호퍼의 <큰 파도>도. 한동안 마음을 빼앗겨 멍하니 그림을 바라보았다. 그러고 나니 더욱 바다를 만나러 가야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나의 102번째 바다는 어떤 모습일까. 어떤 표정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조만간 만나러 가야지. 그리고 마음에 푸른 바다를 가득가득 채우고 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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