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개발의 정석 오늘의 젊은 작가 10
임성순 지음 / 민음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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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다 읽고 나서도, 그리고 다 읽은 지 며칠이 지난 지금도... “아이고 두(頭)야. 어쩌자고 내가 이 책을 읽었을까.”였다.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짤막하게 쓰지 않으면 계속해서 생각이 날 것 같아서 써보는 글.

우선 나는 요근래 많은 것들을 경험했고 그 결과로 약간의 시간을 벌었다. 다시 실패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나는 여러 방면에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그것에 대한 결과가 「자기 개발의 정석」을 도서관 책장에서 집어 드는 일이었다. 자기 계발이 아니라 자기 개발이라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야 한다. 참고로 나는 (이건 순전히 나의 약한 비위가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 흔한 커피 한 잔도 마시지 못했다. 그뿐인가, 지금도 뭘 먹으려다가도 이 책의 내용만 생각하면 역해져서 뭘 먹지를 못하겠다. 이 책을 도서관에서 읽을 땐 얼마 지나지 않아 내가 이 책을 읽는 것을 누군가가 볼까봐 얼른 표지를 숨기기에 급급했다. 정말 어쩌자고 이 책을 읽었을까.

마흔여섯의 이 부장, 비뇨기과의 트인 바지는 유격을 면제받기 위해 포경수술대 위에 올라갔을 때의 자신을 회상하게 했다. 평균 미달이 주는 자존감 없는 삶을 살아왔지만 불행하다고 여기지 못했는데 아이러니하게 그는 전립선염에 걸렸고 의사로부터 수지마사지를 받아야만 했다. 하지만 만성으로 번져 병원을 더 자주 찾아야 했기에 아네로스라는 기구로 치료를 하기로 하는데...

그리고 그는 ‘인생 최대의 위기’를 다시 경신했다. 하......

58. 이 부장은 상상해보았다. 이사가 되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달라지는 건 없었다. 업무가 달라지고, 직함이 달라지고, 대접이 달라지고, 연봉이 달라지고, 사회적 시선은 분명 달라질 터였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원했기에 이 부장 역시 아둥바둥 달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면 로봇청소기만이 기다리고 있을 터였고, 일주일에 한 번 아네로스를 써야 했으며, 자기 전엔 스타브론정을 먹어야 할 터였다.

사십대 후반의 남성, 기러기아빠 - 그를 대변해 줄 수식어는 많았지만 정작 그가 갖고 싶은 수식어는 없었다. 61. 가족이기는 했지만 이미 식구라고는 부를 수 없는 존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캐나다로 돈을 보내줘야만 하고, 그것은 그가 가족에게 빚을 갚을 수 있는 통로라고 생각하는 것도 우울하게 느껴졌다. 그런 중년 남성이 느닷없이 들이닥친 오르가슴이라는 욕구를 가지고 그것을 치료 목적으로 계속해나가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내 남편을 처량하게 바라보게 만들었다. 아...... 어떤 단어들을 직접적으로 내뱉지 않는 나인데도 불구하고 “전립선 잘 보호해 줄게.”라고 말하는 나를 보며 그는 조오-금 수치스러웠다고 말한다. 아니... 나도 그러고 싶지 않은데 어쩔 수 없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전립선 타령이거든... 그리고 뭔가 몰입하는 건 좋아. 좋은데, 난 그냥.... 그게... 차라리 축구였으면, 레플리카였으면 좋겠어... 알겠지?

155. 어차피 어떤 것이든 결국 지나가 버릴 것이며 무엇을 결정하든 계속될 수는 없을 테니까.

이 부장에게, 아내에게, 무엇보다 딸에게 너무나도 혹독한 결말이었다. 그리고 알고 싶지 않은 걸 알게 된 나에게 생긴, 이 트라우마는 어쩐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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