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무해한 사람이 되고 싶어 - 즐겁게 시작하는 제로웨이스트 라이프
허유정 지음 / 뜻밖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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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로 웨이스트의 글을 읽지 않은 지는 조금 되었다. 환경에 대한, 쓰레기에 대한 책에는 여전히 관심이 높았으나 실천은 어렵다고 판단되어 괴리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일하던 곳은 건설 현장. 그곳에서는 하루에도 엄청난 쓰레기가 나왔다. 작업자들이 참 때마다 마시는 캔 음료와 한 번 먹고 버리게 되는 종이컵, 컵라면 용기와 도시락 용기, 그에 못지않은 일회용 젓가락. 그것들은 분리수거가 되지 못한 채로 항공마대(톤마대)에 담겼다. 그걸 눈으로 직접 보니 내가 할 수 있는 건 정말 손톱의 때만큼도 되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었다. 그중에서도 나를 가장 견디지 못하게 한 것은 다름 아닌 이면지들이었다. 특히 내가 만들어내는 이면지들. 나는 그곳에서 나무를 몇 그루 베어내고 왔나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는 더더욱 책을 멀리하게 되었다. 그 책들을 읽다보면 나는 환경 파괴범이 된 것만 같아서.

그와 별개로 나는 여전히 집에서 비울 것들을 찾고 있었고, 배달을 시켜도 일회용 젓가락은 빼달라고 했으며, 마트에 갈 때에도 장바구니를 들고 다녔고, 나무칫솔을 사용하는 것과 친환경수세미와 설거지바는 꾸준하게 사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그거로는 안 됐다. 내가 하루에 쓰는 비닐이, 내가 하루에 쓰는 키친타월이, 내가 하루에 쓰는 종이가 나를 비웃었다. 그렇게 하면 뭐해? 어차피 이만큼 쓰는데- 라고.

이 책을 읽게 된 건 다름 아닌 온라인 독서모임의 힘이 컸다. 그게 아니라면 나는 한동안 제로 웨이스트에 관한 책을 읽지 않았을 것이었다. 저자는 오로지 자신을 위해서 시작했지만 점점 더 영역을 넓혀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나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휴지 대신 손수건 챙기기가 되었다. 물론 코를 풀어야 할 때는 휴지가 필요할 테니 여분의 휴지를 챙기지 않을 수 없지만, 손수건을 이용해서 대부분 해결할 수 있어서 오히려 편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 자주 가지고 다니려고 한다. 또 나에게는 손수건이 몇 개나 있으니 어렵지 않은 일이기도 했다.

외출 시 텀블러와 손수건을 가지고 다니고 설거지를 할 땐 수세미와 설거지바를 사용하고 양치를 할 땐 나무칫솔을 사용하며 일회용 행주 대신 소창행주를 사용하고 면생리대를 사용하고 비닐 대신 스테인리스 반찬통에 담아달라고 하는 등의 저자의 노력들이 책에 실려있다.

그런 일련의 것들이 귀찮지 않냐고 묻는 말에, 그것들을 처리하는 게 더 귀찮다고 말하는 저자의 말을 올해 초까지만 해도 이해할 수 없었을 텐데, 지금은 조금 이해할 수도 있다. 이전에는 지하주차장이 없는 곳에 살았고 집 앞에 바로 분리수거장이 요일별로도 아닌 매일 버릴 수 있게 되어있어서 차를 타기 전에 쓰레기를 몇 개 가지고 내려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지하주차장에 있는 차에 바로 타면 되니 쓰레기를 자주 가지고 내려올 수가 없다. 그래서 전과는 다르게 시간을 내어 가지고 내려와야 하는데 이게 여간 귀찮은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전과 다르게 비닐 하나를 쓰더라도 얼마나 돌려가며 재사용을 하는지...

최근에 샐러드를 주문해서 먹기 시작하면서, 그리고 신선식품이 집으로 배송이 오기 시작하면서 아이스팩들이 하나둘 점점 더 부피를 넓혀가고 있다. 이것들을 종량제봉투에 넣어 버리면 되지만 아이스팩 수거함에 넣으면 그게 재사용이 된다는 말을 듣고 찾아보다가 집에서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아이스팩 수거함에 넣기로 했다. 물론 이 실천이 얼마나 갈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할 수 있는 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 지금은 먼저니까.

무엇보다 따라하고 싶었던 것 중 하나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장 본 영수증을 냉장고에 붙인다는 것이었는데, 영수증이 나달거리며 집안에 있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개인적 취향으로 냉장고에 있는 품목을 수기로 써서 붙이고 싶다. 전에는 호기롭게 집에 있는 음식 위주로 냉장고파먹기를 하겠다며 요일마다 메뉴를 써놓고 냉장고에 붙여놓기도 했었는데, 그건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환경보호에 관심이 있었을 때는 더더욱 아니었으며 단순히 재미였었다. 그렇게 해서 냉장고를 비워간다는 그 즐거움. 그걸 다시 느낄 수 있다면 나도 한발 앞으로 나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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