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일 쉽게 하기 - 일본에서 소문난 정리수납 컨설턴트가 알려주는
혼다 사오리 지음, 권효정 옮김 / 유나 / 2016년 9월
평점 :
절판


나는 요즘 짜증과 화를 많이 낸다. 사실 이제까지 아무 생각이 없다가 불현듯 짜증이 치밀어올라서 서평을 쓰기로 하고 책상에 앉았다. 요즘 내 기분을 망가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집안일이다.

나의 배우자는 주말인 오늘도 시간외근무를 하러 아침 일찍부터 나갔다. 오후에 나가도 상관은 없지만, 오후에는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오전에 나갔다. 그런데 전화가 왔다. “조금 늦을 것 같아서. 점심 먹고 밖에 나가자.” “밥을 어디서 먹어?” “집에서.” 느닷없이 그 말에 짜증이 확 나버린 거다. (이러고 컴퓨터를 꺼버렸다. 툴툴 난 심통을 목구멍 속까지 꿀꺽 삼키기 위해.)

요즘의 나는, 아니 결혼 이후 줄곧 ‘집에는 먹을 게 뭐가 있더라, 집에 수건이 없던데. 오늘은 택배를 찾아야 하는 게 아닌가. 집에 빨래가 한가득이라 가자마자 돌려야겠다. 집이 지저분해서 청소기를 돌려야지. 근처 마트에서 오늘은 뭘 사야겠다.’ 등등등 끝도 없이 밀려드는 생각들을 하루 종일 하고 있다. 회사에서 근무를 하면서도, ‘오늘 점심시간엔 미역을 좀 사러 다녀와야겠다.’... 이제까지 이 문제(라면 문제라고 할 이것으)로 짜증이 나더라도 크게 낸 적이 없었다. 집안일이라는 건 시간이 있는 사람이 하는 것이라 내가 집안일을 하는 것에 대해 당연하게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내가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졌기 때문이다.

하다못해 함께 쉬는 날, J는 운동을 하러 가면 그때는 나한테 ‘청소하는 시간’이 됐다. 그러다 보니 결국 내가 집안일을 하나부터 열까지 다 하고 있었다. 결국은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나도 하지 못하고 J를 맞이하게 된다. 그러다 보면 어쩐지, 놀러나간 애가 집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남편이 집에 와도 그냥 그대로 패턴을 이어가면 되지 않냐- 싶은데, 그게 또 안 된다. 혼자일 때 하는 것과 혼자인 척하는 것은 너무나도 다르기 때문에!

처음에 이런 집안일로 오는 문제들을 두고, 배우자와의 권태기가 왔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그래서 어떡하지, 하면서도 뇌가 가동을 못했다. 그런데 이유가 있는 것이었던 거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집안일 쉽게 하기>라는 책을 꺼내어 내용도 보지 않고 가져왔다. 집안일을 쉽게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감정도 사그라질 것 같아서.

근데 책을 읽다가 멈춰버렸다. 14. “내 머릿속은 집안일로 곽 차 있어. 내일은 비가 내릴 것 같으니 빨래는 하지 말아야지……, 냉장고에 있는 양배추를 다 먹어야 하는데…… 등등 하루 종일 머릿속이 너무 복잡하단 말이야. 한집에서 같이 살고 있는데 왜 나만 집안일로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아야 해?”라고 책에 쓰여있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왜 나랑 똑같아?라며 조심스럽게 희망을 품었다.

하지만 책에서는 집안일을 쉽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지만, 나와는 맞지 않는 방식이어서 내가 응용할 것은 많지는 않았다. 수납을 위해 수납장을 사고 싶지 않은 마음은 여전하기 때문에, 있는 것들로 열심히 돌려 막기(?) 해야겠구나 생각하기는 했다. 그리고 대충 할 수 있는 간단한 청소를 보면서, ‘나도 무선 청소기가 사고 싶다...’하는 생각은 더 강해졌지만, 유선청소기가 고장 나기 전까지 나는 무선 청소기를 사지 않겠지. 더 이상 짐을 늘리지 않겠다!는 나의 확고한 다짐에서도 짐은 점점 늘어가지만 그것만큼은 지키고 싶다. 그런데 주변에 보면 무선은 무선대로, 유선은 유선대로 쓸모가 있어 두 개의 청소기가 필요하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내 소비욕구 자꾸 콕콕 건드리지 마~

또 웨이스트 사용법으로, 낡은 티셔츠나 수건을 잘라서 쓰는 것은 나도 이미 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 수건을 잘라서 쓰는 것에는 별 거부감이 없었지만 옷을 잘라서 쓰는 건 아무래도 입었던 옷을 잘라서 쓴다고 생각하니 조금 꺼림칙하기는 했다. 지금도 여전히 자를 때마다 그런 마음이 들기는 하는데, 우선은 그 마음만 조금 가라앉는다면 먼지를 터는 데는 그만한 것이 없기에.

스페셜 청소로 한 장소당 10분만을 청소하는 건 좀 매력 있게 느껴졌다. 나는 10분 만에 한 장소를 청소하진 못하고 이거 하면 저것도 해야 하고 저거 하면 그것도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라 싱크대 청소를 하면 가스레인지 청소도 하고 주방 타일을 락스 청소로 마무리한다든지, 내키면 주방 수납장 청소까지 하기도 하고... 또 발코니 청소하면 창고도 한번 뒤집어보고 건조대도 걸레로 한번 스윽 닦기도 하고... 그런데 다 그렇지 않나? 나만 그런가(...)

쓰레기통 용량은 커야 한다는 것이나 걸어두는 것 등등은 내 스타일이 아니었고 그 외에도 크게 도움을 받은 건 없지만, 여러 사례들을 보면서 남들은 이러고 사는구나- 하며 슬렁슬렁 잘 보기는 했다. 어쨌든 결국 집안일을 쉽게 하는 것 역시 내 몫이구나 하는 생각에 금세 우울감에 젖었다고 한다. J는 그만 좀 놓고 살아! 라고 하지만, 놔버리면 영영 놔버릴 것 같아... 이번엔 진짜야... 집안일 사춘기가 이번엔 좀 오래간다.

덧) 미니멀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겠지만, 추천 아이템들이 너무 많아서 이건 혹시 그것에 대한 리베이트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을 하게 되기는 했다. 그런데 그러기엔 추천템이 너무나도 많았고 어수선했기 때문에 그 의심은 넣어두는 것으로.

오탈자 52. 들어올ㅇ 정도라서 → 들어올 정도라서 (중간에 ㅇ은 실수인 것 같다.)

오탈자 120. 서제 → 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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