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건너는 집 특서 청소년문학 17
김하연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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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른 채 새하얀 운동화를 갖게 된 네 명의 학생들. 그리고 운동화를 신은 사람에게만 보이는 파란 대문의 집. 자신을 따라오라고 말하던 할머니에게 의구심을 품지만 결국은 네 명의 아이들이 파란 대문의 집에 모이게 되고 그곳에서 더욱더 기괴한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운동화를 갖게 된 것은 집의 선택을 받았기 때문이고, 집은 ‘시간의 집’이라고 하며 그들이 규칙만 잘 지킨다면 12월 31일에 과거-현재-미래 중 한곳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들이 지켜야 하는 규칙이라 함은 집과 운동화에 대해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집에 들러야 한다는 것이다.

 

 

시간의 집 앞에서 어느 시점으로 갈지 선택하기 이전에 소망 노트를 쓸 수 있지만, 집이 이루어줄 수 없는 소망이 있다는 것과, '죽음'에 대해서는 과거와 미래에도 바꿀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선택을 하면서는 모든 기억을 잃게 된다는 것도 명심해야 하는 부분이다.

 

 

아이들은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것을 믿으라는 것인지 대해 코웃음을 치지만 누군가는 암에 걸린 엄마가 쾌차하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학교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고 있고, 누군가는 사이코패스라는 별명으로 시니컬하게 살고 있기에 말도 안 되는 그 이야기들을, 한 번쯤 믿어보고 싶다. 하지만 그중 한 명, 지금 삶이 너무나도 만족스럽고 행복하기 때문에 왜 자신이 집의 선택을 받았는지 의아해하는 단 한 명이 있다는 것은 비밀이다.

 

 

 

 

149. 지난 일은 훌훌 털어 버리고 빨리 일어서라는 어이없는 말은 하지 않겠다. 어른도 그럴 수는 없으니까. 나는 네가 충분히 괴로워하고 아파하길 바란다. 그런 무시무시한 일을 겪었으니 힘들고 겁이 나는 건 당연한 일이야. 솔직히 난 우리의 삶이 ‘苦’라고 생각한다(이 정도 한자는 알고 있겠지?). 인생에는 씁쓸하고 괴로운 일이 가득하다는 뜻이야. 인생은 ‘苦’이지만, 그럼에도 ‘Go’ 해야 하는 것이란다. 이런 말을 해 봤자 지금은 와닿지 않겠지만, 이 세상은 진성여중 2학년 교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단다. 삶의 길을 걷다 보면 손을 잡고 함께 온기를 나눌 사람들을 분명히 만나게 될 거야. 네가 그런 사람들을 이미 만난 것처럼.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채기도 전에 각기 다른 아픔과 힘듦 속에서도 열심히 발버둥을 치고 있는 아이들이었다. 아픔이 어떤 식으로는 발가벗겨지고, 공유하면서 그들은 비로소 ‘친구’가 되었다. 아픔과 힘듦을 어떤 식으로 극복해야 하는지 아이들은 알지 못했지만, 그 속에서 진심으로 걱정과 위로를 주고받는다. 약점을 단점으로 악용하는 친구인 척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많은가를 생각해보면, 참 눈물 나게 건강한 친구들이다. 읽으면서 마음이 짠해지며 나도 모르는 울음들이 몽글몽글 끓어올랐다. 그 끓어오르는 울음들은 수증기가 되어 증발되기를 바랐다. 그 수증기는 아이들의 얼굴을 더욱 뽀얗고 반들반들 거리게 해줄 것이라고 지금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반드시 그래야만 한다.

 

 

 

 

 

내게도 이런 기회가 주어지면 어떨까. 과거와 현재, 미래 중 나는 어떤 것을 고르게 될까. 몇 달 전의 나는, 미래를 골랐을 것이 분명하다. 조금이라도 복기되는 슬픔에서 벗어나고 싶었으니까. 내가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내가 할 수 있던 최선이 아니라면 나는 분명 과거를 선택했겠지만, 그 슬픔을 다시 겪고 싶지는 않으므로 과거는 절대 선택하지 않을 것이었다. 나는 내 선택이 최선이었을 거라고 믿는다. 또 그래야만 내가 살아낼 수 있고, 그것만이 나를 살게 한다. 책의 집사도 말하지 않았나. ‘죽음’은 아무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라고. 과거로 갈 이유가 전혀 없다.

 

 

좋은 일과 슬픈 일은 짝꿍이라서 함께 오는 것이라면,

 

 

과거는 과거 대로 좋았고,

현재는 현재 대로 좋고,

미래는 미래 대로 좋겠지.

 

 

 

현재의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다.

사소하고 시시하게 행복하다.

 

 

현재의 나는, 과거의 내가 고민하고 고민하고 고민한 걸과 값이라 믿는다.

그냥 만들어지는 것은 없으니까.

과거의 삶도, 미래의 삶도 결국은 내가 만드는 것임을 모르지 않으니까.

 

 

그렇기에 나는, 현재를 선택한다.

지금에 최선을 다하며 현재를 충실하고 촘촘하게 살아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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