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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버 빈지 다이어트 - 100만 독자의 식습관을 바꾼 초간단 멘탈 트레이닝
글렌 리빙스턴 지음, 조경실 옮김 / 봄빛서원 / 2020년 11월
평점 :
나는 한 번도 날씬했던 적이 없다. 살을 10kg를 뺐을 때에도 통통의 범주에 들어가 있었고, 지금은 뚱뚱의 범주에 너무 자연스럽게 흡수되어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올해 초, 3월에 나는 총 5kg가 빠졌었고, 그 체중은 고스란히 몇 달 뒤에 다시 그 체중을 가지게 되었으며 그 상태에서 다시 5kg가 쪘다. 이건 정말 말도 안 된다. 그렇게 차곡차곡 쌓인 살들과, 누가 따라올까 무섭게 급하게 찐 살들이 나를 위협한다는 사실을 느꼈다. 현재 건강에는 문제가 없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체감할 수 없지만, 내가 위협을 받는 것은 자존감 하락이었다. 지금이 여름이었다면 훨씬 더 심했을 텐데 지금은 가을_ 이런저런 옷을 입어 조금 둔해질 수는 있겠지만 기존에 맞던 바지가 맞지 않고, 기존에 입었던 원피스가 더 이상 예쁘다고 생각되지 않는 몸뚱어리를 보며 나는 극심한 좌절을 느꼈다.
먹지 말아야지, 간헐적 단식을 하자.라고 생각은 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았다. 몇 년 전에 그 방법+운동으로 다이어트를 했기 때문에 혼자였으면 가능했을 일이, 지금은 가능하지 않다. 하려면 할 수도 있겠지만, 배우자가 곁에 있으니 함께 하고 싶은 마음에 내가 중심을 잡지 못하는 것도 한몫한다.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 이유도 있고 방법도 아는데 실천이 안 되니 이게 참 나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질 때도 있다. 한 번 사는 인생 그냥 막 살아보자! 하기에 나라는 사람은, 생각보다 (내 기준에) 예쁜 옷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하자’는 가설은 저자와 마찬가지로 불가능에 가깝다는 사실도 알아버렸다.
그래서 난생처음 운동을 글로 풀어놓은 책도 읽어보고, 다이어트에 관한 책도 읽게 되어버렸다. 살이 적당히 찌면 안 읽었을 텐데... 네버 빈지 다이어트(Never binge again)다. 책의 저자인 글렌 리빙스턴은 130kg에서 무려 40kg를 감량했다고 한다. 책은 운동에 대한 이야기보다 식이에 대한 이야기, 특히 binge(과식,폭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러니까, 저자는 과식 및 폭식을 하지 않은 비법으로 40kg를 뺐다는 것인데 그 비법이 궁금하다.
나는 섭취하는 음식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밥을 두세 숟가락만 먹어도 금세 포만감을 느끼기 때문에 그것만으로도 살려면 충분히 살 수도 있다. 하지만 술, 술이 문제다. 술이 들어가면서는 안주가 필요하다. 대부분 내가 과식 또는 폭식을 하는 것은 그때인 것 같다. 그리고 먹고 싶은 음식이니까 배가 불러도 미련하게 먹고 있다는 것. 정말 미련해. 과식과 폭식을 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어려운 문제다.
운동보다 식이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깨달은 것은 8년 전의 일이고, 또 새로운 운동을 할 때마다 느끼기도 한다. 그동안 스트레칭을 해도, 스피닝을 해도, 수영을 해도, 필라테스를 해도, 살이 빠지지 않는 것은 식이가 병행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또 그래야만 한다. 그래야 내가 작은 희망이라도 가질 수 있으니. (엉엉)
저자는 말한다. 내 안에 꿀꿀이가 산다고 가정하고, 자신과 꿀꿀이를 분리하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그리고 그 꿀꿀이가 꽥꽥대는 소리를 무시하는 것. 객관적으로 생각하면 꿀꿀이는 과식&폭식을 하는 내 모습을 합리화하는 나 자신인데, 꿀꿀이라고 생각하고 꿀꿀이와 싸워서 이겨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그걸 서술하는 방식은 조금 유치하다고 생각했지만,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꿀꿀이라는 이름 대신에 다른 이름을 지어줘도 된다고 해서 고민 중이다. 나는 새를 싫어하니 짹짹이라고 해볼까. 하고 방금 생각해봤다.
이 책을 읽은 효과로는, 과자가 먹고 싶거나 밥을 먹었는데도 허기가 진다면 80% 정도는 ‘지금은 밥 먹는 시간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도 있게 됐달까. 하지만 나머지 20%는 ‘짹짹이가 배가 고프구나. 나도...’의 범주에 들어가기도 한다. 풋. 서평을 쓰고 있는 지금은, 저녁을 바나나 두 개로 간단히 요기하고 허기가 지고 있는데, ‘짹짹이 내일 아침에 밥 먹자.’하고 달랜다. 살뜰하게 보살피지 말라고 했지만, 달래지 말라고는 안 했으니 나는 좀 달래보려고 한다. 보나 마나 요즘 아침을 먹는 습관이 좀 무너져서(잠을 좀 더 자려고) 안 먹게 될 수도 있겠지만, 이런들 어떠하고 저런들 어떠하리. 지금을 잘 견뎌야 한다. 그 와중에 배우자가 라벤더 차를 건네줘서 홀짝홀짝 마시고 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즘의 짹짹이가 나한테 짹짹거리는 것이,
어차피 내일부터는 안 먹기로 했잖아. 오늘만 먹자.
오늘 하루 정도는 괜찮아.
맨날 이렇게 먹는 것도 아닌데 뭐.
와 같은 것들이다.
그래서 어제도 과음을 했고, 과자도 탈탈 털어 넣었다.
으음... 할 말이 증발되어버렸다. 어제의 나 반성해!
48. 여러분이 성공할 유일한 방법은 내가 먹고 삼키는 모든 음식에 대해 100퍼센트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책에서 위의 문장과 더불어 식단을 계획할 때 제한사항을 너무 많이 두지 말라는 말도 함께 와닿았는데, (여전히 먹을 생각뿐) 조금은 느긋하게 시도해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책에서는 강력하게 제지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사실 난 평생을 그러고 살 자신은 없다. (난 나에 대해 너무 관대해. 살이 찌는 이유를 이렇게 알아간다...) 하지만 폭식이 한 번 무너지면 다시 늪에 빠져버리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작심삼일이라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책에서는 그게 아니라고 하지만.
책 덕분에 내 안에 살고 있는 짹짹이를 만날 수 있었고, 나를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계획을 단단하게 수립하며 나 스스로를 단련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우선 나는 술을 당분간 끊어봐야겠다. 믹스커피도 몇 달 동안 안 마시고 있는데 술을 당분간 끊는 건 껌이지!라고 생각하기엔 연말이라 쉽지는 않겠지만, 노력해볼 생각이다. (꼭) - 짹짹아 당분간 좀 힘들 거야. 그럼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