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훈과 선우는 4년 차 부부다. 결혼 5주년이 다가오면서 지훈은 머릿속이 복잡해져온다. 정부에서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결혼 갱신제를 도입했는데 그 갱신제는 5년 주기로 갱신을 할 수 있게끔 되어있는 까닭이다. 지훈은 선우와 결혼생활을 지속하면서 아이도 낳고 싶은데, 불안하다. 선우의 태도나 얼굴에서는 결혼생활을 지속할 것인지 종료할 것인지 그 낌새를 전혀 알 수 없다. 선우는 무슨 생각인 걸까.
신선한 것은 혼인신고를 하면서 종신제와 갱신제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었는데, 그로 인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겠네,라고 생각하던 참에 선우의 동생 연우가 예비신랑 한석과 파혼을 할 지경에 이른다. 갱신제를 하자고 한석과 합의를 했지만, 종신제를 강요하는 한석의 부모와 우물쭈물 대는 한석의 태도가 못 미더웠던 것.
처음에 출생률 회복을 위해 결혼 갱신제를 도입했다는 것이 뜬금없다고 생각했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5년이라는 기간을 둔 생활이라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부부가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결혼 갱신제를 현실에 도입해보면 어떨까, 정말 책에서처럼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나?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글쎄...였다.
나는 여러 지역에 짧게는 3년, 길게는 +알파까지 거주할 수 있다. 그 지역에 살면서 만족감이 커서 좀 더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할 때도 있었지만, 그 지역에서 도망치고 싶어서 시간만 세던 때도 있었다. 하물며 거주하는 지역도 그러한데, 사람은 어떻겠나. 살면서 좋을 때도 있고 싫을 때도 있는 것이 결혼생활이고, 연차마다 권태기가 올 수도 있을 텐데 그것들은 어떻게 극복할까 싶은 것이다. 시기가 맞물려 그 시기에 연장인지 종료인지를 선택할 때가 오면 자연스럽게 종료를 선택하게 되려나. 아니면 하나의 협박이나 폭력으로 작용하지는 않을까. 너 자꾸 이러면 나는 갱신할 때 결혼을 종료해버릴 거야. 따위의 것들.
결혼생활을 깨지 않기 위해 노력은 당연히 해야겠지만, 서로가 느슨해져버릴까 봐 갱신제를 택하는 것은 그 노력들이 마음에서 우러나서 하는 것이 아니라 계약관계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결혼 7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해봤다. 내가 결혼할 당시 갱신제를 택했다면 나는 과연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 것인가. 5년, 참 힘든 때였다. 물론 좋을 때가 훨씬 더 많았지만, 그 당시가 너무나도 힘들 때였기 때문에 나는 아마 연장이 아닌 종료를 택했을 것이었다. 아마도 분명하게. 연고도 없는 지역에 와서 서로 지쳐있던 상태였으니까. 그 생각을 하니 오소소 소름이 돋았다.
여전히 결혼 갱신제에 대한 의구심은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부모나 조부모의 돌봄 노동을 경력으로 인정하여 경력 단절을 완화한다든지, 미혼인 여성들이 시험관 시술을 받아 임신할 수 있다든지, 청소년의 임신에 대해 센터에서 본인의 의사를 묻는 것이 최우선이고 그에 맞는 문제들을 센터에서 도움을 주어 하나씩 해결해나가는 부분이라든지, 성소수자를 포함한 다양한 가족 구성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생활동반자법이 통과된다든가 하는 것들은 신선하다고까지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이 시대에 아이를 낳으라는 것은 가히 폭력이라는 것을. 아이를 낳아 기르는 데 필요한 것은 국가보조금이 아니라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환경, 아이 입장에서는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도. 인구 절벽인 지금, 방향을 제대로 고정시켜야 한다는 것도.
+ 이 책을 읽고 배우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이 책을 권유해서 조금씩 읽고 있는데, 언제쯤 다 읽게 될 지 모르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