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 타인으로부터 나를 지키는 단호하고 건강한 관계의 기술
박상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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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렵게 생각해서 더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사람과 맺는 관계가 늘 어렵게만 느껴진다. 회사에서 나는 여직원들과 친밀하게 지내본 적이 많지 않은데, 그 이유가 우스울지 몰라도 내가 만난 여직원들은 ‘점심시간은 언제나 같이 보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었고, 친하니 말을 놔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나는 대부분의 점심은 같이 먹되 가끔은 나 혼자만의 시간도 알뜰하게 챙겨야 하는 사람이었고, 직장에서의 존칭은 직장 생활을 하며 응당 쓰여야 하는 예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그게 어려웠다. 또 누군가의 험담으로 이루어지는 친분 유지가 많았기 때문에 나는 점심시간 대부분을 누군가를 욕하면서 보내는 것에 대해 에너지 낭비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그렇다 보니, 내가 내 시간을 챙기는 시간들과 꼬박꼬박 존칭을 하는 것들에 대해 그들은, 내가 그들에게 벽을 세워둔 것 같다거나 거리감을 둔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라고 말하기는 좀 애매하지만, 지금은 같은 팀 11명과 사이가 크게 나쁜 사람이 없는 상태로 잘 지내고 있고 성별은 전부 남성이다. 오히려 남성이 대하기 편한 것은 선을 딱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도 이랬었는데, 요즘 드는 느낌은 내가 지금 대학을 간다면 이런 생활을 하고 있을 것 같은 느낌인 거다. 허허.

 

그런데 그런 내 마음에 꼭 맞게 직장동료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료는 친구가 될 수 없다는 문장이었는데, 정말 내 말이...(엉엉) 동료가 친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동료와 깊이 공감하려 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업무적인 협력 관계에 중점을 둔 지혜로운 관계 맺기에 주력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그렇기에 ‘지혜로운 거리 두기’가 필수이며, 이것에 실패하면 직장 내 인간관계에서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동료는 친구가 아니라, ‘업무를 위해 협력하는 동반자’ ! 그랬는데 나도 올 초에 나한테 이런저런 지적을 하며, 나와 친해지고 싶어서 그랬다는 어이없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어 더 많이 공감했던 바였다. 친해지는 거랑 사사건건 터치하는 게 도대체 무슨 상관이냐며(...) 책에는 이외에도 자존감이 낮은 후배를 대하는 법, 남에 대해 함부로 말하는 사람 대하는 법과 같은 예시를 들어주며 직장 생활에 필요한 팁들을 공유하고 있어서 쏠쏠하게 읽었다.

 

 

 

최소한의 거리두기

고슴도치는 가까이 있으면 서로의 가시에 찔리기 때문에 자기가 찔리지 않을 만큼의 거리를 둔다고 한다. 나는 지금보다 더 어릴 때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사람을 만나면 우선 천천히 그 사람을 살핀다. 내게 그 사람의 첫인상은 대개 행동이나 말투다. 그래서 나와 대화를 하는 게 아니더라도 다른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내가 저 사람과 관계를 맺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 판단을 내린다. 난 낯가림도 심하고 경계도 심해서 사람과 단시간에 친해지는 경우도 드문데, 공통점이 있으면 그게 허물어짐을 느끼기는 한다. 물론 같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어도 싫은 사람은 존재하지만 실패할 확률이 좀 더 적다고 해야 할까

 

 

 

20. 나의 자존감을 짓밟고, 수시로 내 감정에 상처를 주는 사람 중에는 직장 동료나 가족이 많습니다. 산불의 확산을 줄이는 데는 3미터 이상의 나무 간격이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가족 간에도 서로에게 기대치를 낮추고 각자의 세계를 존중해 주면서 마음의 거리를 두는 것이 필요합니다.

57. 가족 간에도 적당한 거리 두기가 필요합니다. 자발적인 희생도 혼자 너무 오래 하면 분노가 됩니다 마음이든 물질이든 내 것을 너무 많이 퍼주고 나면 가족이 미워집니다. 나부터 챙길 줄 알아야 가족을 보살필 힘도 생깁니다. 그건 이기적인 게 아니라 지혜로운 겁니다.

 

나도 이 부분 때문에 힘들었기에, 많이 공감했다. 기대치를 낮추고 각자의 세계를 존중한다는 말이 말처럼 쉽지 않아서 여전히 힘들다.

 

 

 

 

그가 나에게 상처를 줬다.

내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

나는 어떤 사건이 생기면 전자로 생각해왔었다. 그가 나에게 상처를 주었기에 내가 기분이 불쾌한 것이라고. 상대의 말에 가시가 있다면 전자가 맞겠지만,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내가 그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면, 좀 다르게 생각하게 될까? 아직까지 큰 차이는 느끼지 못하겠지만, 나중에 한번 그렇게 생각을 해보도록(...)

 

 

 

생각을 말하지 말고 소망을 말하라.

애매하면서도 공감됐던 말이었다.

(대부분 배우자에게 적용한다는 사실을 기반한 가정하에) 나는 당신의 그 말과 행동에 대해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하며 그 마음을 그가 이해는 못 하겠지만 인정해 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말하면 결국 배우자는 “그래서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라고 묻는다. 그래서 그가 저렇게 물어오면, 어쩐지 또 꿍해지는 거다. 아니! 결론성으로 말하지 말라고!!! 라며(;;)

 

 

 

43. 지나치게 생각을 많이 하면 정신이 상하고, 아무 생각 없이 행동하면 재앙에 이르게 한다.

44. 만족하는 법을 알아서 평소에 만족하며 살면 평생 모욕당할 일이 없고, 절제하는 법을 알아서 제대로 절제하면 평생 부끄러워할 일이 없다.

143. 괴테 - 사람은 자신이 아는 것만 들을 수 있다.

162. 사람을 만날 때는 말을 10분의 3만 하고,

진짜 속마음을 전부 털어놓아서는 안 된다.

호랑이 세 마리의 입을 두려워하지 말고

오직 사람의 두 개의 모습을 가진 마음을 두려워하라.

입은 사람을 상하게 하는 도끼요, 말은 혀를 베는 칼이니

입을 막고 혀를 깊숙이 감추면 몸이 편안해져 가는 곳마다 견고할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명심보감>을 한번 주욱 읽고 싶어졌다. 군자는 역시 군자, 달라도 달라. 라며 어떻게 이런 말들을 했지 싶었다. 나는 그럴 수 있는 깜냥이 되는 인간이 되지는 못하지만, 그런 척해 보고 싶기도 했고, 그 문장들에 가까이 다가가는 인간이고 싶다.

 

 

 

 

이외에도 책에는 여러 팁을 알려주는데, 죄송합니다 대신에 실례합니다 혹은 부탁 좀 드려도 될까요?라는 문장을 구사하라고 한다. 죄송합니다는 상대에게 예의를 차리는 말 같지만 나에게 손해가 큰 말이기 때문에. 나 역시 죄송하지만, 죄송한데,라는 말을 남발하는 사용자로서 자제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또 내가 요즘 유독 좀 신경 쓰이는 호칭도 나와서 반가웠는데, 사모님,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다. 나는 회사에서는 직함이 불분명한 작업자분들께는 사장님이라고 칭하고, 직장이 아닌 다른 곳에서 타인을 불러야 할 때는 선생님이라는 단어를 쓴다. 남자라고 해서 아버님, 여자라고 해서 어머님, 사모님이라고 불리는 게 썩 기분이 좋지는 않다. 특히나 결혼이나 가족계획이 이전보다 더 선택이 되어버린 시대에, 그런 호칭은 어울리지 않기도 하고.

 

 

 

 

참 잘 읽은 책이라 이후에도 한 번 더 읽을 기회가 온다면 자연스레 다시 펼치고 싶을 정도로. 관계를 맺는 것은 어렵지만, 유지하는 것도 어렵고, 끊는 것도 어렵다. 어려운 것투성이인데, 이 정도면 나 잘 살고 있다! 하고 셀프 칭찬을 해본다.

 

 

 

 

 

오탈자 P212. 우리 맨날 방법 없을까? 우리 맨날 만날 방법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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