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연 많은 귀여운 환자들을 돌보고 있습니다 - 수의사가 되고 싶은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
김야옹 지음 / 뜻밖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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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가벼운 마음으로 봤다가 큰 코 다칠 뻔했다. 책의 첫 페이지, 고양이 두 마리의 사진을 보자마자 나는 책을 읽으며 마시려던 커피를 한쪽으로 치워버렸다. 가벼운 마음으로 볼 이야기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길고양이나 유기견에 관심을 크게 가져본 적도 없고, 사료를 사서 줘본 경험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가까이 다가오면 오히려 피하기 일쑤다. 살아있는 동물들을 만진다는 게 아직까지 나한테는 어려운 과제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책임을 동반하는 문제라서 반려동물을 들일 생각은 전혀 안 하거나 못 하고 있지만,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멀리서 보며 고양이 야옹~이라든지, 너 어디 가~ 하고 말을 붙이는 정도가 되면서도 조금씩 관심이 간다.




그러다가 필명이 너무나도 귀여운(필명이 아닐 수도 있을까?) 김야옹 님의 수의사가 되고 싶은 수의사의 동물병원 이야기가 눈에 띄었고, 읽어볼 기회가 주어졌다. 그런데 이 분, 참 멋지다. 30대의 늦은 나이에 수의대에 입학하고 수의사가 된 것이 멋지다는 게 아니라, 동물들을 대하는 따듯한 마음들, 동물들을 사랑하는 시선이 멋져 보이는 것이다. 그 마음 때문에 아내인 김부장님에게 구두로 이혼을 몇 번이나 당하는 신세가 되기는 하지만, 그 마음이 잘못된 것은 아니니까. 오히려 더 빛나는 예쁜 마음인 것이니까.

몇 년 전, 1차선만 있는 도로에서 지나가는 차에 다친 건지, 일어나지 않고 야옹야옹 우는 어린 유치원생 같은 고양이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사람이 옆에 쓰러져 있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고 지나갈 사람이라는 말을 지속적으로 들어왔었는데, 그게 아님을 그때 새삼스레 느꼈다. 다행히 어쩌지 못하는 나 대신에 나보다 조금 어린 친구들이 고양이를 걱정하고 있는 걸 몇십 분 동안 보고 들어왔기 때문에 처치를 잘 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여전히 그때의 그 고양이를 생각하면 마음이 아픈 건 어쩔 수 없다. 내가 좀 더 용감한 사람이었다면,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런데 책을 읽으며 처음 알았다. 다친 동물을 동물병원을 데리고 갔을 때 비용 부담은 데려온 사람에게 있는 것이고, 치료를 받은 이후의 거취 문제도 신경을 아예 안 쓸 수 없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부분을 감안하기도 하고 거취 문제는 잠시 뒷전으로 미뤄서라도) 아픈 동물을 동물병원에 데리고 가는 마음이 여리고 착한 사람들이 있기에 다행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처음 가져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데려온 동물들을 경제적인 부분에서 조금 손해로 보더라도 치료를 해주는 수의사들이 있다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도 역시. 참 감사한 일이다.



 

내가 동물병원에 간 적이 한 번 있는데, 중학생 때 아주 잠시 키우던 강아지가 아팠을 때였다. 아주 잠시라는 것은, (엄마가) 강아지를 강아지 가게에서 금액을 지불하고 데리고 왔는데, 어느 날부터 앓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친구랑 택시를 타고 동물병원에 데리고 갔다. 그 새끼 강아지, 요크셔테리어는 죽었고, 내가 그 개를 데리고 왔는지 아니면 엄마가 데려왔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엄마와 강아지를 잘 묻어주고 온 기억밖에.


변을 보지 못해 죽을 것 같던 미루가 살아난 것도, 새 주인에게 입양되었지만 아프다는 이유만으로 버림받았던 쫑이가 소운이로 새로이 태어나 행복하게 살다가게 된 것도, 동동이와 봄이가 서로에게 도움을 받고 도움이 된 것도,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 취준생이 데려온 튼튼이가 살아난 것도, 죽을 병에 걸려 스스로 보호자를 찾아다닌 길고양이 봉순이가 살아난 것도, 죽기 전에 수액이라도 한 번 맞춰보자던 다람이가 살아있는 것도 모두, 한 사람의 덕분이 아니라 마음이 따듯하고 여린 사람들이 그 생명들을 잘 보살펴주었기 때문일 거다. 튼튼이를 포기하지 않고 감당할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라고 말했던 취준생의 말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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