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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 - 인문쟁이의 재즈 수업
이강휘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런 게 재즈라는 거구나_를 알게 된 것은 2015년 재즈 콘서트를 다녀오고부터였다. 그 이후에 재즈라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듣게 되기는 했지만 깊숙하게 재즈를 공부한 것은 아니었다. 기껏해야 어? 이 음악, 많이 들어본 거네! 정도니 말 다 했다. 재즈를 일상생활에서 잘 듣는 편도 아니지만, 어쩌다 재즈가 흘러나오는 카페를 방문하게 되면 무척이나 들뜬다. 아, 그 카페 좋았지. 거기는 재즈를 틀어줬잖아.라고 말하곤 하는 나니까.
그러다가 <어쩌다 보니 재즈를 듣게 되었습니다>라는 책 제목에 이끌려 처음으로 재즈의 역사와 재즈를 탄생시킨 이들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책의 꽤 많은 페이지에 바코드만 대면 유튜브로 바로 연결이 되었기 때문에 굳이 검색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음악들을 들을 수 있었던 점이 참 좋았다. 글 밥은 짧은데 재즈는 길어서 내내 그 페이지에 머물 때가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원하는 재즈의 취향을 찾아가는 재미도 있었다. 재즈를 듣다 보니 내 취향이 너무 확고하여 놀랐다. 아마 취향 확고라는 것은 내가 많이 들어본 곡들일 텐데, 이걸 찾아보며 생각보다 큰 파동이 일었다. mercy, mercy, mercy와 autumn leaves, walts for debby를 연주한 것이 같은 사람이라는 점이었다. 바로 캐넌볼 애덜리였다. 내가 이제까지 좋아하던 곡들을 연주한 사람이 이 사람이었다니. 왜 그동안은 찾아볼 생각도 안 했었나 하며 웃었다. walts for debby 같은 경우에는 빌 에번스가 작곡한 것이라고 하는데, 나는 빌 에번스의 원곡보다 캐넌볼이 연주한 것이 더 마음에 들었다. 빌 에번스의 곡들은 대체로 차분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정말 저자 말대로 맥주를 마시려고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크게 공감할 수가 있었는데, 어쩐지 지나간 좋았던 일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불러일으킬 것도 같았다. 그나저나 빌 에번스는 맥주를 좋아했으려나.
나는 책을 읽음과 동시에 출근길에 듣는 음악 usb에 재즈를 잔뜩 넣어두어서 세상의 여러 악기들의 하모니를 들으며 출근을 하고 있다. 그동안 듣기만 하고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재즈에 대해 한 발자국 다가간 계기가 된 책이어서 감회가 새롭다. 앞으로도 재즈를 듣고 좋아하는 음악이 생길 때마다 작곡가가 누군지 찾아봐야겠다며, 또 캐넌볼은 아니겠지? 하며 싱긋 웃는다. 지금은 서평을 쓰며 호러스 실버의 song for my father를 듣고 있는데, 어제에 이어 오늘도 듣는다. 빠빠빠 빠바빠~ 하는 게 귀에 낯간지럽게 울리기 때문인데 어떤 마음으로 이 음악을 만들었을까 곰곰이 생각해보며.
덧 1. 황덕호 평론가의 <당신의 첫 번째 재즈 음반 12장>이 궁금해진다.
덧 2. 저자 이강휘 씨는 학교의 국어선생님으로 있는데, 162페이지에 ‘잘 없다’라는 문장을 써서 탄식이 나왔다. 요즘 사람들이 잘 쓰는 말 중 하나인데, 개인적으로는 들을 때마다 엄청 거슬린다. 직접적으로 지적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잘 없다니. 도대체 뭐가 잘 없다는 거야.’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런데 국어선생님이라면서... (말 줄임표)... 잘 없다 보다는 거의 없다, 별로 없다, 많지 않다. 가 맞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