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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당신
고은경 지음, 이명환 그림 / 엑스북스(xbooks) / 202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책을 펼쳤다. 쫑알거리며 책을 읽어나가다가 어느 순간부터 읽지를 못한다. 그러더니 책을 읽지 않겠다고 했다. 눈이 빨개진다. 눈물이 많아졌다. 이 모든 건 내가 아니라 나의 배우자, J가. 계속해서 그는 내게 “먼저 죽지 말 것”을 내게 주문했다. 책을 읽을 때에도, 책을 읽고 나서도, 잠을 자기 전에도, 급기야 오늘 출근하면서도.
국간장과 진간장을 헷갈려서 음식 맛은 생각했던 맛이 아니게 되고, 양말이 없어 세탁기 앞에 서있을 때면 “그러니까 빨래가 없을 때도 빨래를 돌리랬잖아요~”라는 잔소리가 귓가에 쟁쟁한 것 같다. 함께 있을 때 더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더 예뻐해 주고 함께 집안을 돌볼 걸 하는 후회를 해보지만 그것은 이미 늦은 일이다. 한 달에 한 번, 당신이 마지막으로 머물던 곳에 가서 온기를 느끼고 오지만, 다녀오면 허전함이 더 하다. 당신이 적어둔 레시피를 보면서 눈이 따갑도록 울기도 한다.
우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였습니다.
당신이 더 이상 아프지 않으니
나도 더 이상 마음 아프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팠던 당신이 더 이상 아프지 않게 되었을 때,
마음이 아프지 않았다는 그 문장에, 나는 그때가 떠올라서 눈물이 났다.
“나는 너만 아프지 않으면 돼. 너보다 중요한 건 없어.”
김애란 작가의 단편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영화 <당신을 사랑합니다>
다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등 더 이상 생각도 나지 않는 책과 영화들을 보면서, 나는 사별에 대해 꽤 깊게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언제나 결론은 ‘내가 그이보다 먼저 죽는 것’이고 그것은 꽤 당연스러운 목표가 되었다. 둘 중 누군가가 먼저 죽어야 한다면, 그건 나여야만 했다. 나보다 그이가 먼저 죽는 것에 대해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혼자 어떻게 살아갈까 라는 생각도 단언컨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지만, 나는 감당할 수 없을 테니까. 나는 이제 자그마한 일에도 쉽게 부서지고 마는, 눈물샘이 영영 마르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유약하고 섬약한 인간이 되어버리고 말았으니까. 그래서 나는 먼저 죽지 말라는 그이의 말에 그럴게,라는 말을 해주지 못하고, “여보가 나보다 먼저 죽으면, 남아서 맨날 울고 있는 나 때문에 떠날 수나 있겠어?”라고 물었던, 이기적인 아내다.
죽음은,
상실은,
죽음으로 이별을 한다는 것은,
등등을 생각하며 마음을 낭비하지 말고,
더 많이 사랑할 궁리를 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펑펑 낭비해야지.
할아버지도 말하지 않았나.
사랑한다는 말을 아꼈던 것에 대해, 별일 없는 일상이 행복이었던 것에 대해, 가족과 둘러앉아 나누는 밥 한 끼가 얼마나 달고 맛있었는지에 대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