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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 - 넘어진 듯 보여도 천천히 걸어가는 중
송은정 지음 / 효형출판 / 2018년 1월
평점 :
책을 읽는 내내 나는 호되게 혼이 나는 기분을 느꼈다. 나는 나를 혼내는 책은 싫어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는데, 이건 좀 별개였다. 분명한 것은, 작가는 나를 혼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를 혼을 냈던 것일까. 나는 그것이 어떤 것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부끄럽다. 그 부끄러움을 조금 서평에 기대어 조금 발설해보려고 한다.
나는 종종 나의 마지막은 책 속에 파묻혀 책과 함께 동거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것은 책방으로 귀결되었다. 그래, 나는 책방을 하는 사람이 하고 싶어. 하지만 나는 사업을 꾸리는 데에는 영 취미가 없는 사람이므로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나의 배우자가 퇴직하여 우리의 거처가 정해지면 단독주택을 짓고 그 옆에 별채로 아주 작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그 작은 공간은 내가 꽃을 만지는 공간이기도 하고, 책을 보는 공간이기도 하다. 꽃과 책이 함께 공존하는 공간을 꿈꾸었다. 그곳은 나의 공간이지만, 당신의 공간이 될 수도 있는 곳이었다. 특이한 것은 내가 읽어본 책들만 진열하고 판매하는 것이었다. 베스트셀러는 오롯하게 나의 기준으로만 판명되는 그런 책방. 그 책방의 이름은 벨라책방이라며 거창하게 작은 표지판을 두는 상상도 했다. 일을 하다가 시간이 날 때면 나는 우리의 집을 상상하며 이리저리 설계를 해보곤 했다. 참으로 즐거운 상상이었다. (아, 하지만 현재는 단독주택에 대한 소망이 점점 희미해진다. 스물여섯 해 동안 단독주택에 살아본 나는, 그 집을 관리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오랜 생각을 품고 지내던 올해 어느 날, 1년만 책방을 해볼까. 하는 무모한 생각을 가졌다. 실은 그 생각은 작년 즈음부터 하고 있었는데, 실행에 옮길 생각은 한 적이 없다. 다만, 호기롭게 나의 배우자에게 “나한테 천만 원만 투자해줘.”라고 말한 적은 있다. 나의 소심함에 도대체 그런 호방한 성격이 어디에서 나온 걸까. 그는 그러마, 했다. (하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길 때에는 나는 그에게 사업제안서를 만들어 보여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 이후로는 혼자서 상상을 할 때가 많았다. 딱 3-4평의 작은 공간이었으면 했고, 너무 당연하게 커피나 음료, 술은 팔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딱 그럴 수 있는 공간을 찾았는데, 그곳은 며칠 후에 철거를 하고 있었다. 새로 인수받아서 인테리어를 하게 된 모양이었다. 그걸 배우자에게 이야기했더니, 그는 걱정을 했다. 제대로 된 준비가 되지 않았을 때의 위험함에 대해 나열했다. 아니 아니 여보, 내가 거기에서 당장 할 생각은 아니었어. 그냥 내가 원한 건 딱 그만큼의 공간이었단 거야. 그뿐이야. 하지만 여전히 나는 눈에 레이저를 켜고 보고 다닌다. 내 생각에는 내가 5년 안에 책방을 꾸릴 일은 없을 것 같지만 면밀하고 꼼꼼하게 보고 다니는 것이다.
사설이 너무 길었다.
염리동 주택가에 2014년 11월 29일 토요일에 문을 열어서 2016년 8월 31일 수요일에 문을 닫은 여행전문 책방 ‘일단멈춤’
책방에 대해 관심을 가질 무렵 나는 인터넷을 자주 뒤적거렸다. 어떤 것을 생각해야 하고,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하며, 어떤 것을 결정해야 하고, 어떤 것을 포기해야 하는지에 대한 것들에 대한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지금 당장 책방을 할 것이 아닌데도 갈증이 일었다. 그런 면에서 <오늘, 책방을 닫았습니다>에서는 수박 겉핥기 식으로라도 조금씩 보여주어 그 갈증에 목을 축였다. 특히 카드리더기에 대한 부분이 그랬다. 카드리더기에 대한 이렇게 자세한 후기라니. 풉.
설렘과 기대로 시작했던 책방이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내 시간은 나지 않았고, 화장실을 갈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을 때도 있었다. 화장실을 언제쯤 가야 하는지에 대한 타이밍도 봐야 했고, 무엇보다 돈을 걱정해야 하면서 점점 궁색해져만 갔다. 작가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책방은, 누구의 방해도 없는 무해한 공간인데, 꼭 그렇지만은 않았던 것이었다.
결국 책방을 운영하기 위해 책방 외에 다른 일을 하고 있던 저자의 모습은 나의 엄마의 모습을 오버랩시켰다. 내 엄마는 수년간 여전히 그러고 살고 있다. (세상에는 포기하고 싶지 않아도 포기해야 하는 게 주어져야 하는 법인데, 엄마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자식인 나를 포기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와 연락을 하지 않는다. 사실 그 때문에 나는 사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도 모르는 기질에 엄마의 우악스러움이 포함되어 있을까 봐. 그리고 자영업의 고충을 모르지 않기에.) 어쨌든, 저자는 책방 임대차 계약 2년을 목전에 두고 책방을 폐업 대신에 잠정적 휴식기라는 이름으로 책방을 닫았다.
나는 책방을 열었다는 것보다, 책방을 닫았다는 것이 더 용감하고 대담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이를 두고 ‘나는 실패한 것일까.’라고 책의 앞부분에 써두었는데, 나는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것을 실패라고 한다면, 나는 체중이 조금만 늘어도 실패하고, 꽃꽂이가 생각처럼 되지 않았을 때도 실패하고, 어제 공부한 것을 오늘은 기억하지 못했다고 실패했다고 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실패는, 실패라는 것을 알면서도 실패라고 자각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이어나갈 때가 정말 실패라고 생각한다. 부족함을 알고 휴식기를 가진 후에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 그것이 실로 대단한 것이다.
그리고, 이건 좀 별개인데 좀 더 깊이있게 생각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내가 삶을 장난을 하듯 살고 있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진중하게 사는 것도 아닌 것 같아서.
오탈자 133. 내가 가진 하루 치 에너지를 ▶ 하루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