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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 - 따뜻한 신혼의 기록, 유부의 마음
자토 지음 / 시공사 / 2017년 11월
평점 :

요즘 책이 증~~~~말루 안 읽힌다. 시험 본다고 근 몇 주 동안 글자들이랑 전쟁을 했더니 더 그런가 싶기도 하고. 시험이 끝나고 바로 읽었던 책들이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과 <카탈루냐의 찬가>를 차례로 읽었더니 더 그런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집에 읽지 않은 책은 많지만 도서관에 방문해서 10권이 맥스라는데 나는 9권을 빌려오는 호기를 부렸다. 차도 안 가지고 지하철을 타고 갔더니 집에 올 때는 죽을 맛... 책을 짊어지고 왔다고 한다(...)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은 고전, 소설, 에세이 등등의 구성으로 되어있는데 이들의 공통점은 그저 ‘내가 고른 책’이라는 기준이 전부다. 공통점이 없음.
그중에 한 권이었던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이라는 책을 읽기로 했다. 사실 이 책은 전에 인스타를 할 때 몇 번 광고를 보기도 했었는데 나는 인스타의 과대광고를 결코 믿지 않으니까 (혹은 거르니까) 그냥 한 장면들을 보기만 했지, 읽고 싶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근데 너무 방심했다.
책을 집 앞 무료인 독서실에서 독서노트를 정리하다가 팔이 아파서 읽기 시작한 것이었는데... 읽으면서 얼마나 낄낄 킥킥 크크큭 대며 웃었는지 모른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얼마나 숨죽여 킥킥댔던지. 너무나도 우리의 모습 같아서. 단편적으로 비슷한 부부들을 많이 봐서 그리 놀라울 것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닮아도 너무 닮았다.
마스다 미리의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을 보면서는 (치에코=나)였다면, <서로의 마음을 산책 중>의 자토와 코기는 그냥 우리 부부였다. 물론 전부는 아니지만 80~90%가 우리 부부의 모습과 너무 닮아있는 까닭에 ‘세상에, 이런 부부가 또 있어?’ 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이 부부를 만나보고 싶어지기도 했다(;;;)
자토는 ‘자취 토끼’의 준말이고, 코기는 ‘웰시코기’의 준말로 서로를(?)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여기서 자토가 아내고, 코기가 남편이다.

이건 자토가 퇴근했을 때 코기님이 하는 행동인데, 흡사 강아지(...) 아니 개(...)
J가 퇴근할 때 꽃게춤을 추고, 죽어있는 놀이를 하고, 방방방 뛰는 나와 너무 닮아서 웃으면서 J한테 보여줘야지! 라고 생각하고 페이지를 적어뒀는데, 어느 순간부터 책 페이지를 쓰는 것을 멈췄다. 그냥 이 책을 J한테 보여줘야 할 것만 같아서(;)

풉, J도 라면을 매우 좋아합니다.

며칠 전에는 이마트에 갔는데 “우리 원마트(집 근처 슈퍼)는 김치라면이 1,800원이라구~”
우리 원마트? ㅎㅎㅎㅎ라며 웃었는데, 이마트는 1,500원이었다.
J는 우리 원마트를 잠시 버려두고 우리 이마트로 바꿔 갈아탄 것 같다.
그리고 바로 어제도 나는 스팸 하나랑 참치캔 하나를 사러 마트를 갔는데,
그는 라면 코너에 가서 신라면 2봉지, 안성탕면 2봉지, 너구리 5봉지를 떡 하니 바구니에 넣고 있었다.
“여보?” 하고 불렀더니, “너구리는 여보가 좋아하는 거” 아니, 여보.. 사람은 라면만 먹고 살 순 없다구.

내가 라면을 싫어하는 건 아니다. 나는 결혼 전에는 일주일에 한 번, 꼭 주말 아침에 라면을 하나씩 먹을 정도로 라면을 좋아했는데, 결혼하고 나니 J의 라면 사랑은 대단한 것이었다. 비단 라면뿐일까. 라면, 쫄면, 냉면, 스파게티 - 아주 면 파티다.
J도 그렇지만 나도 베이직한 라면을 좋아하기 때문에 라면에 계란이나 파 외에는 뭔가를 더 넣지는 않지만, J가 “오늘 라면 먹자!” 하면 “아니야, 다른 거 먹자.”하고 내가 우회한다. 하지만 내가 라면을 먹자고 할 때 그는 본인이 정~~말 밥을 먹고 싶은 경우가 아니라면 열이면 열, 거절하는 법이 없다. 크크크.

J는 정말 피곤한 것이 아니면 코를 골지 않는 사람이었고, 코골이가 심하다는 친구 남편 이야기를 들으며 “코골이를 어떻게 참아내냐.”라고 했던 말이 무색하게 몇 년이 지나자 J는 코를 골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코골이를 참아내는(!) 사람이 되었다니. 심지어 코기님의 코골이를 멈추게 하려는 자토님의 노력들도 나와 똑같아서 웃었다. ㅎㅎ 코를 막는 건 나도 잘 하지 않는다. 그러다가 숨이 안 쉬어지면 어쩌나 무서워서. (코를 막으면 입으로 숨을 쉬어야 하는데 입을 안 열어서... 자면서도 숨을 참니?)
가장 쉬운 방법은 자는 J를 깨우는 것인데, 술은 안 먹은 J는 여보? 하고 부르기만 해도 혹은 손잡고 손에 힘만 줘도 깬다. 하지만 다시 드르렁~
술 먹은 J는 흔들어 깨워야 깬다. 이때는 정말 방법이 없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나도 잠에 들어있는데 사진 찍은 장면이랑 나랑 너무 흡사해서 얼마나 웃었는지 모른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 (혹시 자토님도 앉아서 주무시나요? 자토님도 자다가 꺄르르 웃기도 하시나요? 자토님도 혹시... 침대 위에서 영토를 확장하려는 광개토대왕인가요?...)

그 코골이라는 게 술을 먹으면 더 심한데, 그는 내가 그 코골이 때문에 잠을 못 자는 것을 알기에 술을 먹으면 거실로 나가서 잔다. 근데 코골이 때문에 못 자나, J가 옆에 없어서 못 자나, 못 자는 건 매한가지이기 때문에 방에 들어와서 자라고 한다. 나도 자토님의 생각과 같다. 코를 고는 것은 내가 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에 화가 날 수 없는 것. 내가 싫은 것은 ‘코를 곤다’ 는 사실이 아니라, ‘늦게 들어온다’ 는 사실이라는 것을 그는 왜 모를까!
그리고 그 밑에 나와있는, 자기 전에 어깨를 주물러주기도 하고, 팔베개도 해주고, 차가운 발을 기꺼이 허벅지에 껴주는 등 -의 글을 보면서 J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그는 자기 전에 나는 머리를 만져주면 잠이 금방 들기 때문에 미용사가 되어주기도 하고, 6년째 빼놓지 않고 팔베개도 해주고, 손과 발을 자신의 손과 허벅지에 대어도 싫은 내색을 하지 않고 기꺼이 다 받아준다.
어떤 날은 운동을 했다며 팔이 아프다고 하길래 “팔이 아프면 빼도 돼.”라고 했더니, “하는 데까지 해보고~”라는 귀여운 말을 하기도 하는걸.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의 일상생활이라서 웃지 않을 수 없는 부분
코기님은 자토님이 간지럼을 태울 수 있도록 팔을 벌리고 있다고도 하는데, 정말 흔치 않다. J는 그랬던 적이 딱 한 번 있는데, 내가 채칼에 손이 심하게 베어 피가 철철 날 때 내가 불쌍하다며 그런 나를 위로해주겠다고 본인을 간지럼 태워도 된다고 정식으로 허락을 해주었던 날이다. ㅎㅎㅎ 그날을 잊을 수 없지.

생각해보면 나는 J랑 외출을 할 때면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를 받는다.
길을 걸을 때도, 횡단보도를 건널 때도, 내가 마트에서 걸을 때 앞에 사람이 있다는 것도 알려준다(;;;)
“여보는 이래서 어떻게 나를 밖으로 내보내?”라고 말할 정도로 나를 과잉(?)보호한다.
자토님은 소중해지는 기분이라고 했는데 나는 너무 당연하게 생각해왔던 부분이기도 하고,
가끔은 귀찮다는 느낌(;;)도 드는 때가 없지 않아 있어서 갑자기 그런 나를 반성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일부러 노력하는 게 아니라 몸에 배어있는 것들이라 더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참고로 이 자세 무지무지 편하다.
진주에 있을 때에는 티비를 보든 침대에 누워있든 항상 이 자세를 유지했었는데,
지금은 내가 J를 괴롭히는 것으로 좀 더 쏠린 것 같다.
결혼한 지 1년 정도는 J가 내 몸 위로 쓰러져(?) 있는 포즈를 좋아했는데, 점점 무거워져서...

반성의 시간. 2
결혼하고 나서 설렘이 없어졌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연애 때의 그 특정한 설렘이 많지는 않은 편이기도 하고.
어떤 날은 “이따 집에서 봐~”라고 말하는 J에게 “왜 나한테 만나자고 안 하고 보자고 해?”라고 투정을 부리기도 했다.
가장 최근 내가 설렘을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은, 시간과 장소를 정해 그곳에서 만나는 것.이었다.
그런데 책을 보면서 내가 정말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 라고 생각했다.
너무 당연한 것들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들이 도처에 널려있었다.
흡사 화장실에 휴지가 가득 채워져있는 일,
겨울에는 내가 집에 오는 시간에 맞춰 보일러를 틀어두는 일,
대용량 섬유 유연제가 자주 쓰는 통에 담겨있는 일,
쌀통에 쌀이 채워져 있는 일,
재활용 분리수거를 해놓는 일,
화분에 물을 주는 일, 등등
역시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당연한 게 아니라, 다정함과 상냥함이 공존하는 설렘이지.
또 다른 설렘-
찾아보면 무궁무진하게 많을 텐데,
연애 때의 설렘이라는 협소함만을 고집하고 있으니 보이지 않을 수밖에.
덕분에 배웁니다 :)

아, 공감 백 개-
소소한 행복이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는 것.

이건 내가 J한테 원하는 것이지만,
J는 절대 이럴 사람이 아니다.
화가 나서 내가 산책 겸 밖에 나가면 그는 나를 절대 찾지 않고 연락도 하지 않음.
1. 본인이 화가 났기 때문도 있고,
2. 본인이 화가 났을 때 본인에게 해주었으면 하는 행동이기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나를 좀 찾으러 와줬으면 좋겠는데,
J는 그런 사람이 아니니까 어쩔 수 없지.

우리의 모습과 똑같은 것
지금은 집에 전단지나 배달 책자가 붙어있을 수 없지만,
진주에 살 땐 종종 붙어있던 배달 책자.
J는 현관문에 붙어있던 배달 책자를 그렇게 즐거워했다.
“오늘도 재미있는 책이 왔네~”
물론 배달을 시키는 일은 많이 없었지만.

이건 너무나도 나의 모습
매일이 그렇지만,
특히나 요즘 취약한 부분이 발가락이라 더 그렇다. ㅎㅎ

가 이걸 보면서 그렇게나 웃었다.
이것도 나의 모습이라서(;)
일하는 자토님은 J씨, 옆에 앉아있는 코기님은 나.

이 부분을 보고는 닭살이 돋기까지 했다.
우리 집에는 ‘당근시로’님과 ‘벌레시로’님이 산다.
‘당근시로’님은 나고, ‘벌레시로’님은 J다.
나는 ‘벌레시로’님을 위해서 자주 벌레를 잡아준다.
괜찮아, 벌레를 무서워할 수도 있지......
/
내 친구들이 J에 대해 신기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소공포증이 있다는 것과
벌레를 싫어, 아니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정말! 공감!
차라리 일찍 들어온다고 하지 말든가~
/
서평을 쓰는 오늘도 회식이 있는데,
1차만 끝내고 온다고 하였습니다.
이런 경우 늦으면 어떻게 하나요, 자토님?
/
내 친구는 J한테 “오빠는 정말 사랑꾼이야~”라고 하는데,
나는 대답한다.
“응~ 술 약속이 잦고, 늦게 들어오는 것만 빼면 완벽한 사람이야.”라고.
ㅎㅎㅎㅎ 기필코 이 문제는 그가 좀 반성해야 한다.

자기 전에 우리의 모습 ;)
자기 전에 하는 이야기들은 평소보다 진솔되고 솔직한 것들이 많다.
그리고 평소보다 더 우리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첫 신혼집에서는 안방에 작은 TV가 있었다.
이건 J가 원한 것이었는데, 이후에 이사할 땐 안방에 TV 자체를 놓지 않았다.
근데 그게 얼마나 좋은 것인지!
자기 전에 종알종알 이야기를 하다가 잠에 들고,
일어나서도 서로를(거의 내가) 괴롭히는 일상들.
그 이유로 TV를 안방에 절대 들이고 싶지 않다. 무슨 일이 있어도!

왜 생강일까, 궁금하다.
하긴.
나는 어느 날 출근하기 전에 자고 있는 J의 옆에 가서 누워있었더니,
“여보 이렇게 보니까 여보 공룡같이 생겼다.”
...?
그래 여보는 내가 공룡 닮아서 좋겠다..


정말 공감했던 부분이었다.
누군가와 함께 나이 먹고 있으니 한결 마음이 편하다. 둘이 붙어 있으면 온종일 유치한 장난의 연속인데(서로의 콧구멍을 손가락으로 막거나, 무반주로 말도 안 되는 춤을 추거나, 아무도 못 알아듣는 성대모사로 상황극을 하면서 논다) 가끔 우리가 언제까지 이렇게 천진난만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어느 순간 우리가 시답지 않은 장난을 더는 치지 않게 되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어떨까? 안 돼! 그건 너무너무 슬퍼. 코기도 그럴까. 그래서 열받게 자꾸 내 머리를 통통 치고 장난을 거는 걸까. 하하.
그래, 우리 얼굴은 쭈글쭈글해져도 허파는 쭈글쭈글해지지 말자. 평생 허파에 바람 들어간 것처럼 실없는 일에도 웃으며 살고 싶으니까.
자토님과 코기님의 결혼생활이 시답지 않은 농담과 장난으로 알록달록한 하루들이기를, 그리고 더불어 우리도 ;-)

받는 사랑에 감사하며 지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