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해지는 연습을 해요
나토리 호겐 지음, 네코마키 그림, 강수연 옮김 / 양파(도서출판) / 2019년 2월
평점 :
절판


주변에 사람이 있어서도 힘이 들고 사람이 없어서도 힘이 든다면 차라리 사람이 없는 게 나은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렇게 살 수는 있겠으나, 그게 옳은 판단은 아닐 성싶었다. 단지 심심하다거나 외롭다거나 하는 이유가 아니라,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사실을 나는 너무나도 확실하게 믿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은 사회 없이는 존재할 수 없고, 사회 역시 마찬가지로 개인 없이 존재할 수 없다.

왜 나한테 저런 식으로 말을 하지?

왜 나한테 저렇게 행동하지?

뭐지?

뭐 때문이지?

왜?

인간이 관계를 맺는다는 것은, 상호간의 긴밀한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치관이 충돌하거나 무례함을 보인다거나 불편하다거나 불쾌하다거나 등등등(...)의 아주 많은 경우의 수 가운데 어떠한 조건이 하나라도 부합이 되면 우리는 그 사람과의 관계를 계속 이어나갈지 말지에 대해서도 고민한다. 그뿐이랴, 어떤 일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서로가 소홀해져 관계에 노화가 오는 경우도 무시하지 못한다.

반대로 우리는 원치 않는 관계를 이어나갈 때도 많다. 가족이니까, 친구니까, 전에 나한테 이렇게 해주었으니까, 정 때문에 등등등(...)의 무수히 많은 이유로 말이다. 그런데 그 원치 않는 관계를 이어나갈 때 우리는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다. 우리는 좋든 싫든 매 순간 인간관계에 깊은 고뇌를 안고 살아간다. 그 고뇌들을 조금 주물러 말랑하게 만들어주는 책을 만났다.

<편해지는 연습을 해요>라는 책은 아주 짧은 챕터들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물론 갸우뚱해지는 부분도 없잖아있었지만, 대부분은 가볍게 읽기 좋았다고 생각한다. 어떤 책을 읽든 실천으로 옮기는 건 언제나 어려운 일이므로, 실천력의 여부는 본인에게 달려있는 문제이지 않을까.

1. 나는 남에 대한 배려가 강한 편이다. 분명하게 내가 싫은 것을 제외한 것들에는 대부분 배려를 한다. 그런데 문제는 배려를 하다가 지칠 때가 많고, 나는 배려를 했는데 왜 쟤는 저렇게 행동하지? 할 때도 많았다. 그런 부분에 대해 그릇이 작은 나는, 배려를 하지 말아야겠다.라고 생각하기도 하는데, 그게 실천이 되는 대상이 있고 전혀 안 되는 대상이 있다. 후자의 경우, 대부분 그 상대는 나의 배우자가 된다. 배려를 하지 말아야지! 해놓고도 아, 그가 힘들 텐데. 그냥 내가 하지 뭐. 라고 생각하게 돼버리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나의 배우자가 열흘을 넘게 일을 하느라 제대로 쉬지 못한 적이 있었다. 호기롭게 나는 내가 당신을 챙겨줄 수 있어서 참 좋아,라고 말했고 실제로 모든 끼니를 차려내고 모든 잡다한 일도 내가 도맡아 했지만, 시간이 가면 갈수록 내가 원해서 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불만이 쌓여갔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쉬지도 못하고 일하느라 많이 힘들잖아. 라는 마음과 충돌해서 꽤 난감했던 적이 있었다.

책에서는 말한다. 티 나지 않는 배려를 해야 한다고. 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나. 하며 읽을 때 즈음 처방이 참 마음에 들었다.

남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간과 공간을 가져야 한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퇴사를 하고 나서는, 특히나 배우자가 바쁜 그 시간 동안에는 오롯한 내 시간이 없었다. 모든 것이 그의 위주로 돌아갔으니까. 내 시간들을 확보한 뒤에야 나는 그런 불편함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되었다. 혹시라도 다음에 또 그런 마음이 생기면 생각해볼 일이다. 나만 생각할 수 있는 내 시간이 없는 것은 아닌지.

2. 마음의 날씨는 스스로 청명하게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이다. 내 마음의 상태가 좋지 않다고 하여 타인에게 화풀이하는 행동은 내가 참 싫어하는 행동인데, 그것을 잊고 나 역시도 화풀이를 할 때가 많다. 미안하게도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에게 특히 더 그러하다. 자주 되뇌어야지.

3. 악담의 폭풍이 불어오면 피난한다. 한쪽으로 치우친 험담은 듣지 말고 그 자리를 벗어나는 편이 좋다.

이건 굉장히 모순된 말인데- 나는 험담을 곧잘 하기는 하지만, 잘 듣지 못하는 편이다. 나는 험담을 하려면 그 대상에게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내가 들어본 험담들은 대상에게 닿지 않는 혹은 못하는 것들일 경우가 많았다. 그러니까 아무런 구체적인 해결 방법도 없이 욕만 하는 것을 나는 듣기가 힘들었다. 그 자리가 차라리 소수의 사람이 모여있는 자리라면 나도 책에서 말한 것처럼 자리를 벗어나서 관찰자의 입장으로 볼 때가 많있다. 깊이 관여된 사람이 아니라, 구경하는 사람의 입장이랄까. 하지만 단둘이 있을 경우에는 그게 힘들었다. 어디 도망갈 수도 없고. 음... 이건 아무래도 좀 힘들다.

4. 그렇게 일방적으로 평가하다니 당신답지 않네요?

이 말도 꼭 마음에 새겨둬야지. 나는 피해 의식이 있나 싶을 정도로 근 1년 동안 어떤 말을 들을 때 곱게 듣지 못했다. 그런 상황들이 연달아 일어났기 때문일까. 어쨌든 점점 더 내 말은 날아다니는 칼처럼 공격성이 짙었다. 그래서 말한 것 자체를 후회하지는 않았지만, 그렇게 감정적으로는 말하지 말걸, 하면서 후회한 적도 있다.

5. 아이 혼내지 마라, 온 길이잖아. 노인 비웃지 마라. 갈 길이잖아.

자주 잊고 지내지만 정말 맞는 말이다. 하지만 한 번씩 나는 저렇게 되지는 말아야지! 하는 사람들을 보면 화가 날 때가 많다. 그런데 나는 저렇지 않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사는 내내 부단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6. good old days <<<<< brand new days

마냥 좋던 옛 시절을 그리워할 게 아니라 지금과 이제부터를 기대하며 살아갑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을 입증하는게, 과거를 그리워한다는 거라던데 - 꼭 내가 그렇다. 그렇다고 이전의 생활들에 굉장히 만족하며 살았느냐? 하면 그건 또 아니었다. 살면서 적응이 되고 현실과 타협하면서 내 자리를 찾아갔던 것을 잊고 그때가 좋았지, 라고 말하고 있다. 지금에 좀 더 애정을 주며 지내보기. 아마 내게 주어진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다.

-1. 책에서 공감할 수 없었던 부분들이 더러 있었지만,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은 게 있었다.

충고를 해준다는 생각으로 참견하는 사람의 심정을 살펴라.

참견하는 사람은 그 방법이 좋으리라 생각해서 참견한다고 했는데 실제로 들어보면 A와 B 중 A로 해! 왜 B를 선택해? 라고 말하는 사람은, B를 가져보지 않은 사람인 경우가 많았다. 충고라는 명목으로 하는 참견을 들었을 때, 비난과 질타가 섞여있는 것이 많았다. 다르다가 아니라 틀렸다로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해죽겠다는 식의 말들.

게다가 충고의 단어 의미를 찾아보면 /남의 결함이나 잘못을 진심으로 타이름/이라고 사전에 나와있는데, 충고보다는 조언= /말로 거들거나 깨우쳐 주어서 도움/이 더 낫지 않겠나. 하지만 충고든 조언이든 듣고 싶어 할 때만 해주면 됩니다... 제발요.

책을 읽다 보면 나도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방안이 많이 나오기는 한다. 하지만 그것들에 좀 힘을 빼서 말을 하고 있기 때문에 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었다. 점점 더 편해지는 연습, 그러니까 내가 편해지는 그런 연습을 좀 더 해야지. 그러려면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겠지만, 우리는 스스로를 편하게 할 의무가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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