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마스 캐럴 - 크리스마스의 유령 이야기 새움 세계문학 10
찰스 디킨스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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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어쩐지 별이 반짝 반짝이고 딸랑딸랑거리는 책을 읽어야 할 것만 같은 의무감이 들게 된다. 크리스마스라는 것을 제대로 느껴본 적이 있었나, 있었다면 언제인가 싶으면서도 과감하게 동심의 세계로 흠뻑 빠지고 싶은 그런 날이기 때문에. 그래서 선택한 책은 호프만의 <호두까기 인형>과 찰스 디킨스의 <크리스마스 캐럴>이었다.



<크리스마스 캐럴>의 배경은 1940년대 런던의 크리스마스이브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돈돈돈, 돈밖에 모르는 구두쇠이면서 타인에게 베풀 줄 모르고 오로지 자신의 이익만을 계산하면서 삶을 살고 있는 스크루지가 등장한다. 쥐어짜고, 비틀고, 움켜쥐고, 긁어모으고, 잡아채는 탐욕이 가득한 저 늙은이!


크리스마스이브에 스크루지를 찾아온 조카, 스크루지는 “전 아저씨한테 원하는 게 없고 부탁도 안 하는데, 왜 우린 사이좋게 지낼 수 없어요?”라고 말하는 조카를 가난뱅이라고 무시하며 냉담하게 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크리스마스에 자신의 집으로 스크루지를 초대한다. 거절당할 것을 알면서도 매해 초대를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언젠가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하지만 이번 역시 실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카는,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는 인사도 꼬박 전해주는 것이다.



서기 봅 크래칫에게도 크리스마스에 쉬게 해주는 것에 대해 생색을 얼마나 내는지 원-


“내일 하루 종일 놀고 싶겠지, 아마도?”

“사정이 괜찮다면요, 선생님.”

“사정이 괜찮질 않아. 게다가 공평하지도 않아. 하루를 쉬었다고 내가 반 크리운을 깎으면, 자넨 아마도 혹사당한다고 생각하겠지. 그렇지?”

“그러나, 일은 하지 않으면서 하루치 일당을 자네에게 줘야 하는 내 쪽은 손해 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서기는 그런 경우는 1년에 단 한 번뿐이지 않으냐고 말했다.

“매년 12월 25일마다 남의 호주머니를 털어 가려고 하는 허울뿐인 핑계지! 아무튼 하루 종일 쉬고 싶겠지. 모레 아침에는 일찍 출근해야 해.”


스크루지를 보면서, 어쩐지 <오베라는 남자>의 오베가 떠오른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투덜투덜, 보는 내내 미간이 찌푸려질 정도.


어쨌든, 그는 음침한 선술집에서 우울한 저녁을 먹고 신문을 죄다 읽고 나서, 자신의 은행 통장을 들춰 보며 나머지 저녁 시간을 보낸 후 잠자리에 들기 위해 집으로 갔다. 그런데 그런 그에게 말리가 찾아왔다. 말리가 찾아오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왜냐하면, 말리는 죽었기 때문이다. 그는 공포심이 극에 달아 덜덜 떨면서도 말리의 유령과 대화를 한다. 말리의 유령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는데, 그것은 생전에 본인이 만든 쇠사슬을 걸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크루지, 당신은 더더욱 무거워졌을 것이라고. 하지만 쇠사슬을 감고 살아야 하는 것을 피하게 할 수가 있다고 하며, 자신을 제외한 세 유령이 찾아올 것이라고 일러준다. 그러면서 스크루지에게 차례로 과거의 크리스마스 유령, 현재의 크리스마스 유령, 미래의 크리스마스 유령 - 세 유령이 찾아오게 된다. 스크루지는 세 유령을 따라다니며 변해간다. 놀라울 정도로.




어젯밤 내 집 문 앞에서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던 아이가 있었소. 걔한테 뭘 좀 주었으면 좋았을걸요.

지금 내 서기한테 한두 마디 따뜻한 말이라도 해줄 수 있으면 좋겠소!




자본주의의 사회에서 스크루지와 같은 유형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어쩌면 스크루지와 정도가 다른 것뿐이지, 나 역시도 얼마든지 스크루지가 되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며칠 전 나보다 직급이 낮은 직원과 면담을 가지는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혹시라도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이야기하라는 내 말에 직원은 답했다. “대리님은 개인주의적인 것 같아요. 피해만 주지 않으면 된다는 식이요. 그러면서 저희에게 정을 주지 않으려는 것 같아요.” 직원이 개인주의적이라는 점을 인지한 상황이 조금 얼토당토 하지 않아서 조금 황당했지만, 그가 하는 말이 완전하게 틀린 말도 아니어서 일단은 수긍했다. 그런 일화가 떠오르며, 스크루지가 과연 타인에게 피해를 준 적이 있을까. 스크루지가 자신의 재산을 증식하는데 타인의 기여가 있었을까.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 것도 있었다. 내가 너무 부정적인가 -



그와 별개로, 오가는 말이 다정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굉장히 동의하는 바이다. 스크루지가 기부를 하는 건 자유겠지만, 말하는 게 너무 못돼처먹었단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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