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떨어질 수 없어 ㅣ 철학하는 아이 11
마르 파봉 지음, 마리아 지롱 그림, 고양이수염 옮김, 유지현 해설 / 이마주 / 2018년 11월
평점 :
나는 동화책을 좋아한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이야기들은, 어른이 된 지금에 좀 더 깊이 있는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는 까닭이다. 이렇게 (과장을 보탠다면 1분 만에 스르륵 다 볼 수 있는) 짧은 이야기로 그동안 유예해왔던 생각들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게도 한다는 점이 흥미롭기도 하다.
꼭 함께 있어야만 완성되는 것들이 있다고 믿었다. 모자라기 때문에 작동이 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단지 ‘‘이상해 보이거나’ ‘쓸모가 없어 보이거나’ 둘 중 하나였다. 이를테면 한 짝밖에 없는 양말, 한 짝밖에 없는 신발, 한 짝밖에 없는 귀걸이, 한 짝밖에 없는 장갑이 그렇다. 한 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의 것들, 꼭 둘이어야만 하는 것들.
나는 엉뚱하게도 누군가에게는 한 짝으로도 충분한 쓸모가 있었던 양말과 신발을 보면서 ‘적당한 쓸모’라는 것이 존재할까, 라는 생각을 했다. 적당함과 충분함 사이에는 아무래도 깊고 좁은 간극이 존재했다. 나에게 적당한 쓸모를 주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그리고 충분한 쓸모를 주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무엇이 결핍되었을 때 쓸모가 없다고 생각을 할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단지 내 편견이 만들어낸 안갯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었다. 온전하지 않은 나는 온전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안개를 바로 뚫고 나올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편견이 만들어낸 안개가 눈을 가린다는 생각에 조금 두려워지기도 했다.
기준을 세워두고 완전함과 불완전함을 가르면서 우리는 그것들에 근거를 댈 수도 없는 숫자로 점수를 매긴다. 하지만 틀에 박힌 생각, 곧 편견을 깨는 것과 동시에 불완전함 속에서도 완전함을 찾을 수 있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했던 것에서도 쓸모를 찾을 수도, 쓸모가 있게 만들 수도 있다. 더 이상 그것들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있다. 비단 이것은 물건에 국한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타인의 생김새나 행동, 가치관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작용될 수 있다. 어쩌면 이것이 지금 내게 주어진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오늘은 책 읽기를 멈추고 고요한 방 안에서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인 가보다.
완전하지 않아도, 쓸모가 없어져도 괜찮습니다. 그건 세상의 기준이 말하는 완전함과 쓸모일 테니까요. 버려진 신발이 새로운 쓸모를 찾고 완전해졌듯이, 여러분도 스스로를 충만하게 만드는 자신만의 쓸모, 완전함의 의미를 찾아내길 바랍니다. - 유지현(책방 사춘기 대표)
/ 다가오는 주말에 미루기만 했던 책장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내게는 더 이상의 가치가 없는 것들이지만, 어떤 이에게는 무엇보다 높은 가치를 받을 수도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