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돈교육의 마법 - 스스로 돈 관리하는 아이로 만드는
김영옥 지음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누군가는 일하면 돈 아까운 줄 알고 돈을 쓴다. 라고 하지만, 나는 그 말에 쉽게 동의할 수가 없다. 나는 학교 휴학을 하고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아침 8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는 의류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했었는데, 그때 번 돈은 고작 80만 원 정도였다. 그 돈은 내게는 참 큰돈이었지만, 실제로는 노동력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돈이기도 했다. 월급날이 되면 나는 그 월급이 어떻게 쓰였는지도 모를 정도로 돈을 써댔었다. 차라리 명품백을 샀다면 남았을 텐데, 옷이라도 샀다면 패션 센스가 있었을 텐데, 책이라도 샀다면, 그 어떤 것이라도 샀다면... 하지만 아무것도 남지 않은 것을 보면 도대체 뭐 하느라 돈을 그렇게 써댔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릴 적에 제대로 된 용돈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 그래서 중고등학생 때, 그리고 더 넘어 대학생 때까지도 부모님께 손을 벌리며 원하는 액수를 용돈이라는 명목으로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돈이 부족해서 참고서를 산다는 거짓말을 한 적도 있었고, 엄마의 지갑에 손을 댄 적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제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것은 그러면서도 죄책감이나 자책감, 부끄러운 감정들이 들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 내가 돈에 대해 깨어난 것은 다름 아닌 학자금 대출과 치아 치료에 고스란히 돈을 써야 했던 것 때문이었다.

나는 안다. 돈이 무섭다는 것을. 그리고 성년이 되어서까지 돈에 대한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이 돈이 무서운 줄 알게 하는 것은 직접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한 달동안 고생해서 받은 월급이 빚 등 다른 목적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고스란히 목격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상환 계획을 세우는 것이었다. 그렇게 되면 돈에 대한 가치를 다시금 느끼게 된다. 단순히 카드값이 빠져나가서 생활이 힘들어 다시 신용카드를 쓰고 다음 달에 다시 월급이 카드값으로 빠져나가는 것과는 조금 차원이 다른 문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처음부터 돈에 대한 교육을 잘 받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보지만, 나의 엄마는 나에게 돈에 대한 교육을 시켜줄 만큼의 여유도 없었고, 여력도 안 됐다. 그래서 시어머니에게 교육을 받았던 J의 이야기를 들으며 남몰래 감탄했다. J는 어렸을 때부터 통장을 가지고 혼자 은행에 가서 저금을 했었다고 했다. 그것이 경제에 깨어있던 어머니의 교육법이었다. 하지만 J는 돈에 대한 압박을 본인도 모르게 가지고 있는 모양인지 “이 정도는 우리한테 없어도 되잖아.”라는 말을 자주 했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금전이 오갈 때에도 “그 돈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돈이니까.”라고 말을 했는데, 그건 우리가 없어도 되는 돈이라서가 아니라 ‘도와주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일깨워준 적도 있다다.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은, 설날에 세뱃돈을 받으면 J는 그 돈을 고스란히 어머니께 드렸다고 한다. 본인이 받은 돈은 어머니께서 돈을 어딘가에 쓰셨기 때문에 본인이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아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 물론 갑자기 큰돈이 들어오면 자제력을 잃고 돈을 쓰게 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게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때도 더러 있다. 그 외에도 그가 이따금 내뱉는 말들이 본인이 가지고 있는 돈에 대해 자유롭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플 때가 많아서 나는 나 자신이 만들어놓은 바운더리 안에서 돈에 예속되어 있다면 그에게는 (적당한) 자유를 주고 있는 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나는 거짓말도 하고 엄마 주머니에서 동전들도 훔치고 그랬는데...


용돈교육이라는 것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새삼 느끼고 보니, 지금은 다 컸지만 지금이라도 이런 책들을 읽어보고자 하는 욕심이 좀 있는 편이다. 실제로 돈에 관한 다큐도 즐겨보기도 하고. 나는 어떠한 계기로 돈에 대한 가치관이 형성된 것이고 확립된 편인데, 이게 가끔 이성을 잃고 와르르 무너질 때가 간혹 있기 때문이다. 나는 소위 말하는 지름신에 대처하는 능력이 월등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근 1년 동안 그게 아닐 때가 더 많음을 몸소 느끼며 자주 반성하는 시간들을 가지기도 한다. 요즘은 너무 잦은데, 잘 실천이 안 되어서 더 문제다.

아무래도 이 책이 경제라는 카테고리에 있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조금 딱딱할까 싶었는데, 책은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게 구성이 잘 되어 있었다. 어려움 없이 죽 읽어가다 보니, 아이가 없는 내가 읽기보다는 대여섯 살의 아이를 둔 부모가 읽기에 최적의 교과서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용돈 교육을 할 때에 용돈을 주는 것에 대한 약속을 꼭 지키기, 아이에게 빌린 돈은 반드시 갚기, 우리 집 경제 주머니 함께 보기 (매달 들어가는 돈의 규모를 알게 하기), 가계부 적는 모습 보여주기 라고 하였는데, 개인적으로 경제 주머니를 함께 본다는 점에 대해서는 며칠 전에 본 다큐멘터리에서 실제로 부모가 버는 금액을 다 오픈하고 돈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족회의를 하는 모습을 보았다. J 역시 아이가 생기면 그렇게 하고 싶다고 종종 말한 적이 있었는데, 나는 그것에 대해서는 반대를 했다. 나는 고등학생 때 우연치 않게 집안 사정을 다 알게 되었는데 그때는 내가 집에 보탬이 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공부는 잠시 제쳐두고 아르바이트를 찾기도 했었으니까. 물론 학교 때문에 어떤 아르바이트도 할 수 없었지만. 그런 J도 그 다큐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큐에서는 (우리의 기준으로) 엄마가 너무 짠순이였다.)

나는 다큐를 보면서 어릴 때부터 너무 옥죄고 살면 성인이 되어서 그게 분출될 우려가 있지 않을까 하는 오지랖이 발생했다. 그래서 집에 대한 경제 주머니를 자녀들에게 오픈함에 있어서 굉장히 신중해야 하고, 어떤 방식으로 접근을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부부가 의논하고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적인 것만 말해주면 좋은데,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왔네, 수도세가 너무 많이 나왔네, 라는 말은 알게 모르게 자녀들에게 부담을 지울 수 있는 문제이기도 하니까. 실제로 내가 자녀였을 때 그랬기도 했고.

책에서 나온 내용 중에서 아이에게 저금을 하는 것을 강요하지는 않으면서 아이가 스스로 저금을 할 수 있게 하는 원플러스원 방식은 참 좋다고 생각했다. 아이가 일정한 돈을 저금하면 부모가 100%의 이자를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이가 1,000원을 저금하면 부모가 1,000원을 이자 명목으로 넣어주는 것. 하지만 이것은 책에서 말했던 것처럼 당장 몇 년이 아니라 기한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만기일을 스무 살이 되는 해로 한다든지.


그리고 아빠는 돈이 많다는 것이 우리 집이 부자라는 것과는 별개인 것을 알려주는 대목이 신선했다. 우리에게 아이가 있다면 아이에게 금전적으로는 물려줄 것이 없지만 독립심과 경제관념은 꼭 물려줄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다. 아마 그 부분이 일치하는 것은 이 부분일 것이었다. 너희는 커서 어른이 되면 돈을 벌어야지. 그러면 그 돈은 너희 것이야. 엄마 아빠 돈은 엄마 아빠가 나이 들어서 더 이상 일해서 돈을 벌기 어려울 때 쓸 거야.

아이에게 부모의 돈을 언제까지나 너에게 줄 수 없다는 사실을 이해시키는 것, 그것은 그 얼마나 어려운 일일까.

아이가 돈에 대해 명확하게 알고 쓸 수 있다면 부모의 입장에서는 아이를 독립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성공했다고 감히 말해본다. 조금 과장된 말일지도 모르나, 돈에 대한 중요성과 돈에 대한 가치를 아이가 제대로 알고 있을 때 부모에게 노후의 여유로움이 이미 보장된 것과 다름없는 일이니까. 아이에게 용돈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에게 이 책은 아주 좋은 가이드라인이 되어줄 것임이 분명하다.

오탈자 43. 지출을 줄이기 힘들어중도포기하기 일쑤다 ▶ 힘들어 중도 포기하기

오탈자 160. 역대 당첨자 들 중에는 당첨금을 두고 ▶ 당첨자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