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플란트 전쟁 - 본격치과담합리얼스릴러
고광욱 지음 / 지식너머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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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란트의 전쟁>이라니, 나는 이 책이 너무나도 읽고 싶었다. 치과의 비리를 폭로하겠어! 라는 책이라는 정보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현재 내 입에는 차가 한 대 들어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차 한 대 값이 들어있다는 말이다.)
나는 치과를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치과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마는...) 치과는 20대에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는 '가야만 했던 곳'이었다. 나의 치아는 약하고 부식이 잘 되는 편에 속했는데 고등학생 시절에 밤늦게 사탕이나 껌, 캬라멜, 음료 등을 먹고 그대로 자던 경우가 왕왕 있었기 때문에 상황은 더 심각했다. 양치를 하기 싫어서 안 하고 잔 게 아니라, 잠깐만 누워있어야지, 하다가 잠든 경우가 태반이었기 때문에 나로서는 억울하기도 했다. (도대체 왜?)

게다가 (믿거나 말거나지만) 엄마가 나를 품었던 임신 기간 동안 이가 너무 아파 참지 못하고 발치를 했다는 것을 듣곤 내가 그 때문에 이가 이렇게 약한 게 아니냐는 원망 섞인 목소리를 많이 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에 대해 자신감을 가질 수 있던 단 하나는, 치열이 고르다는 것뿐인데 그래서 그 덕에 교정은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교정을 하지 않아도 됐을 뿐이다. 교정이라는 것은 오로지 선택사항이니까. 하지만 나의 치아를 치료하는 일들은 선택사항을 훨씬 넘어 필수적인 것에 속했다. 지금 치료를 하지 않으면 삼십 대에 틀니를 껴야 할지도 모른다고도 했었다.



내가 J에게 종종 하는 말이 있다.
“치과에서는 입만 벌려도 백만 원이야.”
실제로 그랬다. 입만 벌려도 몇 십만 원, 몇 백만 원 단위가 오가는 것은 식은 죽 먹기였다. 단순히 스케일링이나 검진 목적으로 치과를 찾은 것이 아니라면 아파서 찾았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었다. 이는 아프기 시작한 순간부터 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갈 때마다 망설이게 되는 것은 돈이었다. 지금 가도 얼마 정도는 깨질 텐데, 라는 것을 마음먹고 가지만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오바되는 가격은 나를 항상 멍하게 만들엇다. 치과비는 왜 그렇게 비싸기만 한지, 재료가 비싼 건지, 정말 과잉진료인 건지 알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치과비는 왜 이렇게 비싸요?”에 대한 대답을 해줄 거라고 했다. 그러니, 당연히 나는 이 책은 꼭 읽어야겠다! 하고 생각하고 있던 중이었다.




광호는 서울대 치대를 나와 창주시에 개원을 했다. 그리고 그날 팩스로 표준수가표를 받았다. 표준수가표란 이러했다.

 

임플란트 230만 원

틀니 150만 원 (악당)

골드 크라운 45만 원

골드 인레이 25만 원

레진 13만 원

스케일링 6만 원

 

 



며칠 후 광호는 창주시치과협회의 월례회에 참석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한 치과원장이 큰 잘못을 했는지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그런데 그것은 하나의 인민재판처럼 보였기 때문에 이상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어서 그 상황이 일어난 발단이 궁금했던 광호는 온라인 카페에서 이유를 찾아낸다. 임플란트 수가를 180만 원으로 한 것, 직원에게 선생님이라는 격에 맞지 않는 호칭을 쓴 것, 월례회 참석을 거부한 것, 면담 요청을 무시한 것에 관한 것이었다. 협회에서 정해준 임플란트 230만 원이라는 담합을 무시하고 진행했으나, 결국은 협회에 사과를 한 사건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광호는 치과의 환자 대기실로 나가 데스크에 크게 써 붙여놓은 진료비 안내표를 들여다본다.

임플란트 100만 원 / 골드 크라운 33만 원

 

협회의 행동은 다른 포악하고 악질인 것들과는 비할 바가 못되었다. 협회에서 그들을 ‘덤핑(Dumping)치과네트워크’라고 불렀다. 덤핑이 뭔가 해서 찾아봤더니, 채산을 무시한 채 싼 가격으로 상품을 파는 일이라고 나와있다. 한 마디로 헐값판매를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협회에서는 자신의 지인을 환자로 변장하여 몰래 촬영(불법을 찾아내기 위한)을 하기도 하고, 행정기관에 정확하지 않은 민원을 넣기도 하며, 그리고 그곳 치과에서 일을 한 이력이 있으면 이직이 어려울 것이라는 말로 협박을 하거나 환자들에게는 그곳에서 치료를 하면 추후에 AS를 해줄 수 없다는 치사한 방법들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호는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불법적인 일을 하지도 않았고, 사정상 버티지 못하는 직원들은 어쩔 수 없었지만 든든하게 옆을 지켜주는 직원도 있었고, 뜸하긴 해도 자신을 믿어주는 환자도 있었다. 하지만 그가 흔들릴 때는 그때였다. 재료 공급을 끊어버리는 일. 그곳에 재료를 공급해주면 당신 회사와 거래를 완전히 끊어버리겠다. 라는 무시무시한 압박, 그렇게 끊긴 거래들. 이런 질긴 싸움들은 무려 10년이나 계속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호가 계속해서 싸울 수 있었던 것은 자신만의 신념과 많지는 않지만 자신과 뜻이 맞는 사람들의 존재 역시 클 것이라 생각한다. 그와 협회가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싸우면서 겪은 일들이 얼마나 가혹하고 고된 시간들이었을지, 책만으로는 가늠하기가 어렵다. 잘 싸우셨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우리는 조금 의아하게 생각해야 한다. 비단 임플란트만이 아니어도, 우리는 ‘과잉진료 없는’,‘바가지 안 씌우는’,‘정직한’,‘인간적인’ 치과를 추천해달라고 말을 하게 된다. 왜 유독 치과에 그런 수식어들이 붙을까? 하고 생각해보면, 부르는 게 값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한 대로, 입만 벌렸는데 이백만 원이요. 입만 벌렸는데, 오백만 원이요. 하는 경우들이 많기 때문이다.

나는 임플란트 재료의 가격을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국산은 10만 원, 외제는 제일 비싼 스위스산으로 27만 원의 재료비만 지불하면 우리는 임플란트를 그리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다. (물론 책에 기술되어 있는 그대로의 금액을 적었지만, 실제로는 얼마나 차이가 나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이 책 자체가 ‘왜 치과비는 그렇게 비싼가요?’에 대한 물음에 대해 해명을 하기 위한 책이라고 하니 이 금액 언저리일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데 이 금액에서 뻥튀기가 된 이유가 뭘까. 이는 의료인의 기술, 능력이 포함되어있는 금액이었다. 물론 의료인의 기술은 월등히 뛰어날 테고, 우리는 기꺼이 그 금액을 지불해야만 한다. 그런데 이게 왜 (230만 원을 기준으로) 23배나 올라야 하는 것일까.





그러면서 내가 다녔던 한 치과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여전히 내가 다니는 치과에 대한 신뢰가 크다. 내 치아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치과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치과가 아니라 다른 곳에서 스케일링을 받으면 시린 이가 일주일은 가기 때문이다. 급한 마음에 간 동네 치과에서 이 치아는 치료하셔야겠네요, 라는 말을 들어도 다녔던 치과로 가서 다시 한 번 검진을 받는다. (참고로 그 치과는 150km가 걸리는 곳에 있다.)

하지만 원장님은 나에게 과연 합리적인 금액으로 내 치아를 치료해주셨던 것일까. 하는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불신을 가진다고 하더라도, 나는 여전히 그 치과만을 선호할 것을 잘 안다. 지금은 생각도 나지 않는 치아 치료 금액들을 떠올리느라 애를 쓰다 보니, 결국은 처음부터 진료를 잘 받았어야지. 라는 스스로에 대한 질책만이 남았다. 하하. 그리고 내가 다니는 치과원장님은 맨~~~ 처음에 내 치아를 보며 함께 한탄해주셨다(...) 나는 그것을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다. 게다가 이전에 치과를 방문했을 때, 이 치아는 꼭 치료해야 하는데, 시간이 되지 않으니 내가 사는 지역에서 치료하라고 말씀하시며 적정 금액은 이 정도라고 말씀해주셨다. (감사)


사실 나는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을 조금 많이 신뢰한다. 실제로 경험한 것들 때문이다. 실제로 물건의 양이 적거나(이건 괜찮지만) 질이 떨어지는(이건 많이 안 괜찮다) 것들이 많았다. 그게 치과에서도 적용된다고 생각했었다. 책을 읽었다고 하여 그것이 완전히 사그라지지는 않았지만, 많이 완화된 부분은 있다. 그리고 과잉진료하지 않는, 바가지 씌우지 않는, 인간적인 치과원장님들이 여전히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계속해서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크다. 나는 죽을 때까지 치과 치료를 게을리할 수 없을 것 같으니까 말이다.

PS. 표지가 너무 무섭다... 진짜 너무너무 무섭다...




오탈자 159. 원장님한테는 제가 정말 감사한대요감사한데요

(/~한대요/는 /~한다고 해요/의 줄임말이다. 타인에게 들은 말을 옮길 때 주로 쓰기도 한다.)

오탈자 168. 공개 사과문을 게제하고 나서게재하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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