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마주 창작동화
안느 방탈 지음, 유경화 그림, 이정주 옮김, 서울초등국어교과교육연구회 도움글 / 이마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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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나는 특별한 아이니까요. 이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았어요. 우리 부모님이 종종 말했거든요. 하지만 왜 그토록 내가 ‘특별하다’는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모든 아이들이 자기 부모님에게는 특별하지 않나요? 나는 그렇다고 확신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특별하게 특별한 것 같아요.

​이 책의 소개를 보았을 때, 나는 이 책을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손에 쥐고 읽으리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 책은 특별한 아이, 발랑탱에 대한 이야기였다.

전에는 엄마가 학교를 항상 데려다주었지만, 올해 개학을 하고부터는 학교를 혼자 가보라는 아빠의 말에 따라 혼자 학교를 가게 된 발랑탱. 현관문을 열고 대문까지 열네 걸음, 아니 열세 걸음 반에 가고, 골목 끝까지는 백여든아홉 걸음에, 정류장까지는 이백일곱 걸음에 간다.
정류장에 도달했는데 버스가 조금 빨리 왔는지 정류장에 도착해있다. 바퀴 구경을 좋아하는 발랑탱은 버스의 바퀴를 구경하다가 다시 학교를 가려는 찰나, 노란색 비옷을 입고 어깨에는 가방을 멘 아줌마가 떨어뜨린 것으로 추정되는 지갑을 발견하게 된다. 이때부터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 발랑탱의 고민이 시작된다. 못 본 척하고 학교를 갈까, 지갑을 주울까 고민을 한 발랑탱은 지갑을 주워 주인에게 돌려주기로 결심하고, 이후로는 경찰서를 찾기 위한 발랑탱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1인칭 시점으로 ‘나’는 발랑탱이다.

이야기만 읽어보아서는 발랑탱이 도대체 어디가, 왜 특별한지 나와있지 않다. 다만, 부모님의 “발랑탱, 너는 특별해.”라는 말과 교장선생님의 “특별히 관리를 해야 하는 특별한 아이예요.”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해볼 때, 발랑탱이 특별한 이유는 어딘가 장애가 있어서겠구나. 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발랑탱은, 자폐증을 가진 아이다. 이 책을 읽기 전부터 나는 책 소개만 보고 발랑탱이 자폐아라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책을 끝까지 읽어내릴 때까지도 발랑탱이 자폐아라는 사실을 상기를 해야만 했을 정도로 알아채지 못했다.


6-7. 엄마는 왼쪽 뺨부터 시작해 양쪽 뺨을 번갈아 가며 한 번, 두 번, 세 번, 뽀뽀를 해 줘요.

나는 현관문을 열고 길 쪽으로 나 있는 작은 정원을 지나가요. 열네 걸음 만에 대문에 가요. 사실 정확하게 말하면, 열세 걸음 반이에요. 열네 번째 걸음은 다른 걸음보다 보폭이 좀 좁았거든요.

9. 골목 끝까지 가려면 백여든아홉 걸음을 걸어야 해요. 우선 옆집까지 세어 보면 서른일곱 걸음이고, 정원이 큰 페로 아저씨 집까지는 일흔두 걸음이에요. 그리고 여든 걸음째 길모퉁이에 있는 소제르 아줌마 집 대문에 다다라요.



나는 장애를 가진 사람을 색안경을 끼고 본 적이 있음을 고백한다. 물론 지금도 알게 모르게 그러는 경향이 있음도 역시. 하지만 나는 내가 어제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아니지만, 길을 걷다가 불구가 되어 장애를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살아간다. 내가 아는 세상은, 안전하지 않으니까. 그렇기 때문에 선천적이든 후천적이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보려고 한다. 나와 같은 ‘사람’이니까.


그리고 적어도 자폐를 가진 아이에 대해서는 색안경을 끼지 않고 보게 된 건, 내 주변에 그것도 가까이에 그런 아이가 있기 때문이다. J와의 첫 만남에서 역사에 대해 질문을 해보라고 했을 때 모든 질문에 대해 대답을 하던, 내가 아는 초등학생 중 가장 똑똑한 아이. 나의 외삼촌의 둘째 아들 이야기다. 삼촌과 숙모의 친인척에는 병력이 있는 사람이 없는데도 둘째 상민이는 선천적으로 자폐를 가지고 태어났다. 삼촌은 경제적인 풍족함을 누리지만, 상민이의 치료비용으로 대부분의 돈이 들어간다고 했다. 삼촌은 상민이는 자기가 감당해야 하는 몫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고 삼촌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상민이를 믿고 지켜보는 일밖에 없다고 말하곤 했지만, 그럴 때마다 삶의 공허함을 나타냈다.

J가 이전에 그런 장애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나는 알지 못한다. 처음에 청첩장을 주러 직접 방문한 외갓집에 온 가족이 다 모였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상민이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지만 쉽게 상민이가 그런 아이라는 사실조차 말하지 못했다. 혹시라도 색안경을 끼고 볼까 봐. 이전에는 자폐를 가진 아이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었는지 제대로 물어보지도 못했다. 하지만 직접 그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내가 했던 걱정이 무색하게 온기 가득한 대화가 오갔다. J는 일부러 상민이에게 맞추기 위해 노력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역사에 대해 문제를 내라는 상민이의 말에 J는 상민이가 알만한 것만 내지는 않았다. 일부러 어려운 것도 내고 상민이가 맞히지 못하면 그런 상민이를 놀리기도 했다. 나는 그런 J가 고마웠다. ​어쩌면 마음을 써서 배려를 한다는 것이 오히려 ‘넌 나와 달라’라는 것을 느끼게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상민이 역시 그런 J의 마음을 아는지 매형이라고 말하며 잘 따랐다. 한-참이나 어린 처남이 생긴 그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 주변에 이런 특별함을 가진 상민이가 없었더라면 나는 그들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이기가 조금은 어렵지 않았을까 생각하곤 한다. 그렇다고 내가 그들보다 더 나을 것도 있는 인간인 것도 아닌데 말이다. 장애와 비장애를 나누는 것은, 신체가 불편하다는 이유만으로 결정짓는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나는 잊지 말아야겠다. 우리가 명심해야 하는 것은, 우리는 수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고 우리의 신체는 불완전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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