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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 들으면 두 번 말하라 - 영리한 인생을 사는 50가지 기술
와카오 히로유키 지음, 김현영 옮김 / 마음서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제목에 이끌려 읽고 싶었던 책이었지만, ‘영리한 인생을 사는 50가지 기술’중 하나에 불과했던 <여덟 번 들으면 두 번 말하라>였다. 각 50가지 제목들에 한 장 반 내지 두 장 정도 분량의 설명이 부가되어 있다. 이는 특별할 것 없는, 우리 모두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는 것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나는 이 책에 대해 진부하다는 이유를 대며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거부감을 가지지 않을 수 있던 이유를 대부분 차지하는 것은, 50가지 중 겨우 1을 읽을 때였다. ‘당신은 오늘, 죽는다’라는 강렬한 부분에서 고백하기를, 책의 저자인 와카오 히로유키는 마흔다섯에 중증 급성간염으로 생과 사의 기로에 섰던 적이 있었다고 말한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살아났고 삶의 유한성을 깨달은 것. 삶의 유한성을 깨닫고 나서 삶의 본질은 우리가 아는 범주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 그러면서 조금 경계했던 것은, ‘삶은 유한하기에 욜로(You Only Live Once)처럼 살라’고 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러지는 않았다. 내가 사는 삶에 애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 살아내라는 것이 이 책의 핵심이라면 핵심이었다.
나는 삶이 무한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삶의 유한성을 쉽게, 또 자주 잊는다. 삶의 유한성을 생각하다 보면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 필요가 없지 않나. 싶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열심히 살아내고 싶기도 한 이중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죽음’이라는 것이 당장 나에게 다가온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그렇게 믿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근래에 자주 생각하는 것 중 하나를 조심스레 고백하자면, ‘나는 오늘 부자가 되지는 못하겠지만 오늘 어쩌면 불구가 될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안전하게 살아가기 위해 노력한다. 과연 나는 오늘 안전한가?
19. 내일이 되면 오늘보다 조금 더 늙습니다. 앞으로 남은 긴 인생에서 오늘의 당신이 가장 젊습니다. 무언가를 할 생각이라면 오늘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가장 많이 생각했던 것은 공부였다. ‘5월에는 하던 공부를 마저 해야지. 그런데 왜 이렇게 시작하기가 싫을까. 나는 의지박약인가.’하며 고민했었다. 그런데 이 부분을 읽으며 나의 가장 젊은 날, 나는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우선 그것을 하자!’ 결심했다. 그간 용케도 잘 미뤄왔다. 나는 6월에 볼 시험을 5월에 접수할 것이다. 나에게 공부하지 않을 수 있는 핑계는, 안타깝지만 조만간 사라지고 말 것이다.
108. 밝은 미래를 건설하고 싶다면 일단 배워야 합니다. 나이가 많든, 적든 배움을 가까이하면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나 역시 무척 공감하는 말 중 하나. 나이가 많든 적든 무언가를 배우고 싶은 마음, 의지, 용기만 있다면 그것은 재미없는 삶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끊임없이 배우는 과정은 굉장히 중요하다. ‘어차피 나 그거 한두 달밖에 못할 것 같은데… 내가 그걸 배울 수 있을까?’라고 생각했던 나는, 지금은 ‘고작 한두 달이라도 내가 재미있게 배웠으면 됐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즐겁게 배웠던 그 시간이 헛되지 않으면 됐다. 그에 대한 값어치를 매길 수 있는 건 다름 아닌 나니까.
게다가 인터넷에 떠도는 <어느 90세 노인의 수기>를 읽으면 이제 막 서른을 지난 내가 이 세상에 배울 수 없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하기 싫을 때 나는 자주 그 글을 찾아서 읽는다. 그럴 때면 나는 몹시도 자괴감을 느끼게 된다. 나도 더 열심히 살아야지!
106. 살다 보면 한자리에 서서 한 방향으로만 사안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아집에 갇히고 맙니다. 그럴 때는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보세요. 다른 면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나는 관점을 바꾸는 일이 몹시 괴로운 일이라는 생각을 한다. 관점을 바꿔 생각하는 것보다 타인의 말을 듣고 ‘이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는구나.’하며 수용하는 것이 내게는 조금 더 쉬운 일이다. 그것은 타인과 나의 다름을 인정해버리면 그만인 것이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사람의 관점을 나의 관점으로 바꾸는 것이 불필요하다고 느껴지기에 그러려고 노력하지 않게 되었다. 그만큼 관점을 바꾸는 일이 나는 무척 힘들게만 느껴진다. 한편으로는 관점을 바꾸는 것이 에너지 소모라고 생각할 정도. 내가 불필요하다고 여기는 것이나 내게 피해가 오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나는 쉽게 관점을 바꾸거나 생각을 바꾸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소신이 있다 정도로만 생각을 하며 살아왔는데, 어쩌면 어린 나이에 고집을 넘어 아집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그래서 타인과의 대화를 즐기려고 노력한다. 내가 생각하지 않는 혹은 못하는 부분을 타인을 통해 듣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나는 '아직' 가지고 있다. 세상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아가려면 다양한 사람들과 마주침을 즐겨야 한다고 (요즘은) 생각하고 있다.
209. 언쟁이 아니라 대화를 해야합니다. 상대방 처지에서 생각하고, 그의 의견을 받아들일 줄 알아야 합니다.
208. “나는 말싸움을 하지 않는다. 말싸움에서 이긴들 상대방의 생각이나 태도가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타인의 가치관에 대해 가타부타하는 편이 아닌데, 내게 그는 절대적인 타인이 될 수 없기 때문일까. 나는 그와 대화를 하다가 언쟁으로 변질될 때가 있다. 내가 그의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이나 그가 내 의견을 수용하지 못하는 부분에서 그런 언쟁이 발생하는데, 특히 내 쪽이 좀 더 많이 심하다. 각기 개성을 가진 '사람'이기에 그와 나의 모든 것이 맞을 수가 없는데도, 나는 종종 그것을 잊는다. ‘그는 나와 같은 방향에서 나와 똑같이 생각하겠지.’ 하지만 그게 아닌 것 같으면 괜스레 섭섭한 감정이 들기도 한다. 나는 내가 독선적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번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그와 나의 의견이 다를 때는 나는 어쩐지 내가 무척이나 독선적인 사람이 되어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째서 그런 건지 알 수가 없다. (맨날 책을 읽거나 글을 쓰다 보면 그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이 책은 새로울 것이 없다.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그것을 진부하고 식상하다고 치부해버릴 수도 있지만, 우리는 그것을 잊고 사는 거 아닌가. 사실 이 책의 저자인 와카오 히로유키 역시 이렇게 써놓고도 모든 것을 다 지키며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본질을 알고 있다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깨우치기가 쉽다는 것. 두 해 전부터 내가 가슴속에 담아두고 매번 꺼내어 보는 말, ‘생각하며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한다’처럼. 근래의 나는 배우고자 하는 의욕이 상실된 상태였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다.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하나하나 꺼내어봐야지.
ps. 하지만 책의 제목은 좀 생뚱맞다. 예를 들면, 단편집 중 하나의 제목을 책 제목으로 쓴 것과 다를 바가 없다. 그렇다고 그 부분을 특히나 임팩트 있게 설명하는 것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