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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말을 쏘았다
호레이스 맥코이 지음, 송예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6월
평점 :
참으로 짠한 이야기다. 닿지 않는 기회를 쫓으며, 절박한 삶을 포기할 수 없는 젊은 청춘들의 몸부림이다.
"늘 내일이죠. 기회는 늘 내일에만 오네요." (p.199)
대공황으로 돈도 일자리도 안식처도 갖지 못한 미국의 젊은이들은 지친 삶의 돌파구를 찾아 의미를 찾기 어려운 마라톤 댄스 경연 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주된 스토리로 삼고 있다. 하루하루 극장을 찾는 관객들에게 희롱에 가까운 볼거리를 제공하고, 이기기 위한 노력이기 보다는 버티기 위한 탈락되지 않기 위한 몸부림을 이어간다. 어쩌면 내가 찾아 올지도 모를 10,000달러의 기회를 거머쥐기 위해서 말이다. 가진 자들의 여유 속에서 기회의 박탈을 서글픔 속에서 그저 내가 탈락되지 않았음에 안심하며 탈락자가 생길때마다 의욕도 같이 사그라든다.
평범하게 사는 것조차도 힘겨운 암울한 시기, 글로리아는 영화일을 하고 싶어하는 단 한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는 로버트에게 대회에 참가하면 숙식이 제공된다는 이유를 들어 함깨 댄스마라톤 대회에 참가할 것을 제안한다.
댄스 마라톤이라는 거창한 명목을 만들어 각양 각색의 커플들이 긴시간 마지막 커플이 남을 때까지 원형경기장을 끝없이 돌고 있다. 무료한 삶의 단조로움을 대변하면서....
제대로 된 햇빛 한줌 허락되지 않은 건물에 갇혀, 숙식제공이라는 원초적인 이유 하나만으로 인간이 아닌 동물원에 갇힌 동물이 되어가며 스스로의 삶을 갉아 먹고 있다. 경연이 계속될 수록 소박한 꿈을 이루기 위해 시작했던 댄스 마라톤은 그들을 절망의 나락으로 이끌고, 급기야 글로리아는 삶의 끝자락을 포기하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힌다.
동명의 영화가 1969년 제작되기도 한 이 작품은 작가가 실제 체험한 경험적 사실을 모티브로 쓴 책으로 출간 초기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았다가 1940년대 중엽, 장 폴 사르트르, 앙드레 지드, 앙드레 말로 등 프랑스 작가들을 중심으로 재평가 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로버트가 글로리아를 살해한 사건에 대한 재판과정을 독백처럼 다루고 있다. 글로리아를 도와 그녀를 쏠 수 밖에 없는 로버트의 혼란스러운 심리상태를 쫓다보면 어느새 마지막장에 닿아 있다. 그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표현과 빠른 전개 등 대중들에게 묻히기엔 아까울 정도로 흡인력 있는 글이었다.
"그 놈을 위해서 그런 거야. 가망이 없었으니까. 고통을 끝내려면 그 방법밖에 없었으니꺼..." (p.205)
지금 우리의 N포 세대로 대표되는 청년들에 대한 좌절감과 우울감이 투영된다. 하찮은 기회라도 부여잡기 위해 애쓰고, 연속되는 실패속에서 버티지 못하는 그들과 안타깝게도 닮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