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뇌는 굶주려 있었다. 뇌는 인터넷이 제공하는 방식으로 정보가 제공되기를 바랐고, 더 많은 정보가 주어질수록 더 허기를 느끼게 된 것이다. 나는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을 때조차도 이메일을 확인하고, 링크를 클릭하고, 구글에서 무언가를 검색하고 싶어 했다.
나는 누군가와 연결되고 싶었다.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는 내게 살과피와 같은 워드프로세서가 되었고 인터넷은 나를 초고속 데이터 처리 기기 같은 물건으로 바꾸어놓았다. 나는 마치 인간의 모습을 한할처럼 변해가고 있었다.
나는 이전의 뇌를 잃어버린 것이다.
- P36

우리는 뇌가 훌륭한 고립 상태에 있다고 생각하고 그 본질적인 기능은 일상의 사소한 변화에도 휘둘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뇌가 정교한 경험의 감각, 감시 장치임을 알고 있지만 한편으로 우리는뇌가 경험의 영향을 받지 않는 기관이기를 원한다. 뇌가 감각의 일환으로 저장하고 또 기억으로 저장하는 인상들은 그 구조에 물리적인 각인을 남기지 않는다고믿고 싶은 것이다. 그 반대로 생각할 경우 우리의 완전함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내가 인터넷 사용이 뇌가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바꿀 수도 있다고 염려하기 시작했을 때 느낀 바와 같다. 나는 처음에는 이 같은 생각을 거부했다. 단순한도구에 불과한 컴퓨터가 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일을 깊이, 지속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다고 느껴졌다. 하지만 나의 생각이 틀렸다. 신경과학자들이 발견한 것처럼 뇌와 뇌를 통해 가능한 사고 변화는 끊임없이 진행 중이다. 이는 개개인뿐 아니라 하나의 종으로서 인류 전체에도 적용되는 진실이다.
- P66

신경가소성에 대한 연구에서 얻은 가장 중요한 교훈 중 하나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형성하는 정신적 능력, 즉 신경 회로가 다른 목적으로도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조상들은 책에 담긴 이야기나 주장을 파악하는 훈련을 통해 보다 사색적이고 상상력이 풍부한 성향을 갖게 되었다. 매리언 울프는 "독서가 가능하도록 스스로를 재배치하는 법을 이미 배운 뇌는 새로운 생각을 더 잘 받아들인다"며, 읽고 쓰는 것을 통해 촉진된, 점차 더 섬세해지는 지적 능력이 지적 활동의 목록에 추가되었다"고 했다. 깊이 있는 독서를 위한 그 고요함은 스티븐스가 이해한 대로 사고의 일부가 되었다.
- P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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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1-08-27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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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 너만의 길을 그려봐 - 아직 세상에 참 서툰 우리에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원작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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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방법으로 자신의 길을 만들어가고자 하는 인간의 의지가 담겨 있습니다. 죽도록 노력해야 같은 자리에 서 있거나 겨우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는 하트 여왕의 말처럼, 이미 이 세상은 아름답고순수한 동화가 아닌 괴로움과 슬픔, 기묘한 일로 가득한 이상한 세계라는 것을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알고 있으니까요..
앨리스는 그런 현실 속에서도 자신만의 이유를 찾고,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때로는 헤맬지라도, 때로는느리더라도 언젠가는 어딘가에 도착하게 되어 있으니까요.
이상한 나라를 모험하는 앨리스처럼 용감하게, 길을 잃더라도 당황하지 말고 자유롭게 앞으로 걸어나가세요. 어쩌면 그것이 이상한 나라에 빠져든 앨리스가 행복한 삶으로 갈 수 있는 가장 빠르고도 유일한방법일지도 모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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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지 않았는데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는, 우연한 행운은 현실에서는 거의 일어나지 않아요. 어쩌면 작은 확률에 도박을 걸기보다는 착실하게 노력을 쌓아가는 것이 원하는 것을 얻는 가장 빠른 길일지도 모르죠.. 게다가 아무 고생 없이 쉽게 손에 넣은 것은 빛을 잃어가는 속도도 빠릅니다. 고생과 고난 끝에 얻은 것은 평생 동안 빛나는 당신의 보물이될 거예요.

무절제한 삶을 살고 있는 사람에게도, 작은 행복을 소중하게 여기며 사는 사람에게도 시간은 똑같은 속도로 흘러갑니다. 시간은멈추지도 않고 돌아서 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의 괴로운일도 한번 지나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죠. 그러니 이왕이면 행복을 바라보며 사는 편이 좋지 않을까요?

빈틈이라고는 없는 철저하고 완벽한 사람이라도 휴식은 필요해요. 우리는 누구나 직장과 가정, 학교 등에서 다양한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가고 있죠. 강철 같은사람이라도 때로는 지쳐서 완전히 녹초가 되기도 하고요. 잠깐이라도 좋아요. 하루 중 어느 때라도 긴장의 끈을 놓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을 가지세요.
휴식은 활력을 되찾기 위한 유일하고도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요.

나의 겉모습은나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에요.

보통 심리 상태가 겉으로 드러난다고 하지만, 그 반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의 몸은 정신을 담는 그릇이어서, 그 상태가 마음에도 반영되죠. 나태한 생활습관은 나태한 마음을 만들고, 옹색한 생활은 옹색한생각을 낳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방식과 자세가 결국에는 나의 내면을 만들어간답니다.

별다른 생각 없이 한 행동이 때때로 예상치 못한 상황으로우리를 끌고 가기도 하고, 간혹 엄청난 행운으로 이어지기도합니다. 심사숙고하여 행동해도, 즉흥적으로 행동해도 일의성패를 미리 알기란 어렵죠. 중요한 것은 그 행동을 뒷받침할 나만의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뿐이에요.

생각이 생각의 꼬리를 무는 동안 어떤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감정이 극에 치달아 이성적으로 판단하기 힘들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지금 품고 있는 불안도 마찬가지일지 몰라요. 필요 이상으로 염려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뿐, 실제로는 그다지 큰일이 아닐지도 모르니까요.

긴 휴가가 끝날 즈음 쉬는 것도 지겹다고 생각했던적은 없나요? 아무리 즐거운 일이라도 계속 이어지면 일상이 됩니다. 그리고 사람은 익숙한 것에 쉽게싫증을 내지요. 평범한 일상과 특별한 날이 적절히어우러지는 인생을 사세요. 벚꽃이 아름다운 이유는매년 정해진 시기에만 피고 지기 때문이라는 것을 기억하세요.

수많은 시도들이 모여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요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데는 여러 길이 있습니다. 그중에 정답은 없어요. 여러 갈래의 길이 한곳으로 모이듯이, 수많은 강이 바다를 향해 흘러가듯이, 목표만 잃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괜찮습니다. 남과다른 방식이라도 상관없어요. 다만 과정에 빠져 어디로 가는 길이었는지를 잊지만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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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 마르크스,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이들이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과거의 나는 이들을 알지 못했고,알 필요도 없었다. 이들과 나의 삶은 너무나 동떨어졌다고 여겼다. 맞다. 나는 철학을 사치라 여기며 정작 철학하는 사람들의 낱낱을 몰랐다. 이것이 내가 철학을 사람‘으로 배워가는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겪은 고뇌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어제와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자책하던 사람이었다. 그냥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하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지배계급이 만들어놓은 담론에 속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었던 것처럼 자기 삶 속에서 은폐된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진짜 시작이다.
- P45

프리랜서가 되지 않을 거면 ‘9 to 6‘ 라도 지켜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치열하게 고민중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야근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이직을 고민하자.생계 때문이라면 소비를 줄여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시 자기만의 생산수단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임금 노동자의 시간은 돈이다. 

그가 잃어버리는 일 분 일 분은 자본가가 훔치는 도둑질과 같다.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 - P53

그래도 세상은 허무주의로 우리를 초대할 거다. 지금 차별받는 건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대가라면서 말이다. 이런 말에도 흔들리지 말자. 인생은 자신이 해석한 대로 사는 거다. 시험 결과는 실패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2년, 3년을 살지 않았던가. 내게 그 시간들은 청춘이랍시고 무조건 발산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인내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준, 내가 나에게 준 극기의 과정이었다.
- P79

좌절한 이에게 건네는 위로가 모든 경우에 옳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위로라는 것은, 쓰러져가는 이에게 그보다 안전하고높은 곳에서 건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존심 강한 누군가가 비통함에 빠져 있다면 "너에게는 지금 어떤 말도위로가 되지 않겠지"라고 말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고차원적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가지게 된다. 동시에 자신을위로할 자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자기 존재에 대한 명예의상징으로 여기고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릴 힘을 얻는다.  - P94

우리들은 일상생활의 전면적인 조직화, 균질화로서의 소비의 중심에 있다. 모든 것이 쉽게 그리고 반 무의식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 이 물신 숭배적 논리가 바로 소비의 이데올로기다. 40_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

소비하지 못하는 것을 비참하게 생각하지 말자. 대중매체는 우리를 겁박한다. 소비하지 못하는 삶은 제대로 사는 게 아니라는 물신 숭배적 논리로 우리를 포섭한다. 이 나이에는 이정도 집과 차는 있어야 하고, 밥값보다 비싼 커피 한잔쯤 마셔야 잘 사는 거라 착각하지 말자고 장 보드리야르는 말한다.  - P105

도서관에서 만난 철학자들은 말한다. 뭔가를 안다는 것보다 존재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게 없다고, 몰랐던 걸 알았을때 ‘세로토닌이 나온다고 한다. 자기의 깊은 내면을 알았을때 행복해진다는 건 현대 의학으로 입증된 지 오래다책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책의 힘을 믿는다. 책은타자가 썼지만 내 앞에 실존하는 건 텍스트다. 더 정확히는 그텍스트가 주는 메시지다. 그러니까 나를 변화시키는 실체는타자가 쓴 책을 읽고 있는 ‘나다. 즉, 타자가 아니다. 책을 쓴타자는 나를 모른다.  - P126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때인가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는순간이 있다.활력 넘치는 육체가 이끄는 대로 움직여보는것이 어떨까.분명 어제보다는 조금 더 발전한 나를 만날 것이다.그리고 밤이 되어 노곤함이 밀려오면느긋이 다리를 펴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책장을 넘겨봐도 좋을 것이다. 니체 - P127

최근에 무엇이 나를 사유하도록 강제했는지 생각해보자.
그런 마주침이 있기는 했나 싶은 서글픈 마음이 든다. 삶의 수레바퀴에 실린 채 먹고 자기 바빴으니 말이다. 들뢰즈의 말처럼 마주침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고 살아내자. 우리는 대체 불가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 P129

"나는 저 사람을 모른다"가 오히려 사랑의 시작이라고 한다. 내 아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면 사랑은 거기서 끝닌다.내가 발라드를 좋아하니 우울해하는 내 아이에게 발라드를틀어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진짜 사랑한다면 자신이 원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걸 해줘야 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실습을 하면서 만난 선생님 중에 위대한엄마가 있었다. 그분의 둘째 아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는데,아들에 대한 말 속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 보였다. 아이를 남들에게 쉬쉬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 아이니까.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같이 사랑할 줄알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계속 쉽지 않다면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기억하자. 새는 새로 기르자.
- P181

# 약자의 배려

철학에서 배운 것 중에 서늘하게 다가온 것이 있다. 바로 약자의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때 나의 행위가 배려라고 착각했던 적이 있다.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라 월차는 꿈도 못 꿨다. 유급이 되지도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월차들, 그때는 그냥 다 이해한다며넘어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많이 아팠다.
그런 배려는 위인들이나 가능한 거였다. 약자가 강자에게하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다. 참을 수밖에 없어서 참고, 나 하나 참으면 된다며 넘기는 건 배려가 아니었다. 철학이 맞았다.배려는 강자만 하는 것이다.
- P217

들뢰즈는 전통적으로 서양철학을 지배해온 모든 중심주의‘를 거부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심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사랑하기 힘들다. 당신은 여자니까 그럴 거야, 당신은 남자니까 그럴 거야, 당신은 동양 사람이니까, 당신은 서양사람이니까, 이런 식의 중심주의에 사고가 묶여버리면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면 알 수 없고, 그러면 사랑도 할 수 없다. "거 봐, 지 사람도 별수 없는 거였어"라고 비난만 하다 관계가 끝날 수 있다.사랑받는 존재는 하나의 기호, 하나의 영혼‘으로 나타난다.그 존재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가능세계를 표현한다. 누군가가 ‘영혼‘으로 나타나면 그 존재는 우리에게 또 다른가능세계를 선물한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 문학, 영화, 그가아끼는 친구들 등 그 사람과 관계된 모든 세계가 우리에게도전개되는 것이다.
- P249

되든 안 되는 최선을 다해보는 것, 이것을 철학이 알려줬다.
우리에게 어떤 인과계열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중이고 어제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다르니 말이다. 우리를 지나쳐간 수많은 인과계열이 어떤 마주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건 2천 년 전 사람들도 몰랐고 지금사람들도 모른다. 그냥 가는 거다. 우리만의 철학으로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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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의 미래 - 앞으로 10년, 일과 소득의 질서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이원재 지음 / 어크로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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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 편중은 한국의 가족 중심 분배 시스템을 위기에 몰아넣는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분배 체계를 짤 필요가 생겼다.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일자리와 소득편중 상황을 인정하는 보수적인 방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고임금 일자리가 많아지도록 하고, 취업한 이들이 되도록 혼인과출산을 선택한 뒤 4인 가구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그 뒤 주소득자를 중심으로 가족 내 분배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비현실적이다. 이미 1인 가구 확대는 본격화했다.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성평등이 보편화된 지금, 주소득자 1명이 가정 경제를 모두 책임지고 다른 1명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기는 어렵다. 4인 가구와 가족 내 분배 시대의 영광은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국가가 나서는 두 번째 길이 남는다. 국가가 직접 분배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그 위에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임금소득을 얻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적자 구간에 있는 아동과노인들에게 분배해 적자 구간을 얕고 짧게 만들어주어 이들을 부양하는 부담이 적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또 흑자 구간 중간중간에간헐적 적자 구간에 빠지는 사람들이 곧 빠져나올 수 있도록 떠받쳐주는 것이다.
- P39

미래로의 전환 과정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문명인의 것일수도,야만인의 것일 수도 있다. 고용된 사람의 노동만 보호하고 그렇지않은 사람의 노동은 내치는 제도는 야만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극단적으로 차별하는 문화는 야만적이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소득을 포함해 최소한의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제도는 문명인의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 고용 형태나 소속에 관계없이 인정하는 문화는 문명인의 것이다.
지금은 어떤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느냐를 놓고 한판 싸움을 준비할 때인지도 모른다.
- P111

문제는 고용이다. 이건 사람의 몫이다. 사람은 제도를 통해 소득을 분배한다. 고용과 임금은 그런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서문제가 생겼다면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생산에 문제가 생겼다면,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 쪽은 로봇이다. 그러나 분배에 문제가 생겼다면,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 쪽은 로봇이 아니다. 사람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산업용 로봇만 봐도, 그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특히 아직 비중이 낮은 다관절 로봇 도입은 늘어날 여지가 크다. 그러니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고 다시 규모가 커진다고 해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 2000년대 이후기업들이 보여준 대응 방식을 보면 다음 대응 방식도 예측된다. 자동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고숙련 작업도 대체되며, 부가가치는 더높아지는 제조업의 이후 발전 경로를 그려 볼 수 있다.
- P187

산업사회가지나가버린 21세기에는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자본은 이제 노동자를 생산현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는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소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노동의 신성함을 존중하며 고용을 보호해 이들의 생계를 유지해주려 한다. 노동을 원하지 않는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생계를보호하려는 민주주의는 충돌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월급은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영원한 월급은 영원한 고용‘, 즉 노동 없는 고용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형태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부를 모두에게 분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는 코르스바겐 역에 고용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될지 모른다.
- P207

정리해 보자. 기업들은 점점 더 전통적인 방식의 고용을 피하고있다. 대신 작은 업무 단위로 프리랜서 형태의 일거리를 늘리려고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시간 선택과 독립성을 중시하는세대가 노동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며 삶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싶어한다. 전통적 기업에서의 고용 기회를 발견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트렌드에 주목해 더 능력 있는 프리랜서들을 글로벌 플랫폼에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존의 전통적 고용 보호 장치를 벗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노동자들을 위해 보호 장치의 제도화를 논의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 P312

이 논리를 그대로 따르자면, 생성된 데이터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보상은 무엇일까? 데이터 생산활동 자체를 노동시장화시키는것이다. 성과가 좋은 노동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더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사용자에게 플랫폼 기업이 더 나은 보상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플랫폼 무료 사용 정도에 그치지 말고, 휠씬 더 과감한 보상 체계가 필요해질 것이다. 데이터 소유권은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생성한 시민 개인에게 있어야 하며, 데이터는누군가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자본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수 있도록 시장에 나와 있는 노동의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P334

미래의 소득은 전체적으로 필요를 채우기 위한 기본소득과 기여를 보상하기 위한 다양한 소득으로 나뉠 것이다. 현재의 소득은 한층만 있지만, 미래의 소득은 2층 구조가 된다. 기본소득이 1층을,근로소득 등 기여에 대해 보상하는 다양한 소득이 2층에 자리잡을것이다. 1층의 기본소득제는 단 하나의 제도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필요를 채우기 위한 생계 수단을 대부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단순하고 투명하며 이해하기 쉬운 시스템이다. 1층을 투명하고 튼튼하게 쌓아야 2층이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 P371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이란 생계를위해서 고역을 치르는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거둬들이고, 일 자체에서 기쁨을 얻고 일을 놀이로 만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배우는 과정에서 일이 이뤄지도록 시간을 설계해야 한다. 개인들이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도록사회가 배울 기회, 놀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개인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P377

기술이 현재 존재하는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날을 떠올릴때, 우리는 자꾸 기계가 대체하지 않을 직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진짜 문제는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이다. 우리가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일은, 그 자체로 늘 필요하며 보람 있을 것이다. 억지로 하는 ‘노동‘은 고역일 수 있지만, 내뜻을 세계에 실현하는 ‘작업‘이나 더 나아가 ‘행위‘는 기쁨일 수 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은, 여기에적용해야 꼭 맞는다.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호모 라보란스(노동하는 인간)‘로 살았다. 기술이 노동을 모두 대체한다면, 오히려 우리는 단순히정형화된 일을 지시 받아 수행하기보다는 기획과 구상부터 시작하는 일이나 생존만을 위해서 보다는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 이렇게 한 단계 높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바로 ‘호모 파베르(작업하는 인간)‘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걱정을 하기보다는,기술이 우리의 일을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다는 기회를 잘 살펴보는 편이 낫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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