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 마르크스, 스피노자, 비트겐슈타인…. 이들이 대체 나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과거의 나는 이들을 알지 못했고,알 필요도 없었다. 이들과 나의 삶은 너무나 동떨어졌다고 여겼다. 맞다. 나는 철학을 사치라 여기며 정작 철학하는 사람들의 낱낱을 몰랐다. 이것이 내가 철학을 사람‘으로 배워가는이유이기도 하다. 그들이 겪은 고뇌를 온몸으로 체험하면서어제와는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알아가고 있다.
나는 지금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겠느냐고 자책하던 사람이었다. 그냥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하면 되는 거였는데 말이다. 나에게는 지배계급이 만들어놓은 담론에 속지 않는 것이 그 시작이었던 것처럼 자기 삶 속에서 은폐된 것들을 알아가는 것이 진짜 시작이다. - P45
프리랜서가 되지 않을 거면 ‘9 to 6‘ 라도 지켜야 한다. 출퇴근 시간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이 없다. 그저 치열하게 고민중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우리에게 중요한 건 ‘시간‘이라는 사실이다. 야근이 많은 일을 하고 있다면 이직을 고민하자.생계 때문이라면 소비를 줄여서라도 시간을 벌어야 한다. 다시 자기만의 생산수단을 확보할 시간이 필요하니까.임금 노동자의 시간은 돈이다.
그가 잃어버리는 일 분 일 분은 자본가가 훔치는 도둑질과 같다. 폴 라파르그Paul Lafargue - P53
그래도 세상은 허무주의로 우리를 초대할 거다. 지금 차별받는 건 네가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은 대가라면서 말이다. 이런 말에도 흔들리지 말자. 인생은 자신이 해석한 대로 사는 거다. 시험 결과는 실패일지라도 그 과정에서 치열하게 2년, 3년을 살지 않았던가. 내게 그 시간들은 청춘이랍시고 무조건 발산하지 말고 스스로를 다스리고 인내해야 한다는 걸 알게 해준, 내가 나에게 준 극기의 과정이었다. - P79
좌절한 이에게 건네는 위로가 모든 경우에 옳다고 할 수 없다. 사실 위로라는 것은, 쓰러져가는 이에게 그보다 안전하고높은 곳에서 건네는 말과 같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존심 강한 누군가가 비통함에 빠져 있다면 "너에게는 지금 어떤 말도위로가 되지 않겠지"라고 말하는 편이 현명하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고차원적 고난을 온몸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일종의 선민의식을 가지게 된다. 동시에 자신을위로할 자가 세상에 없다는 사실을 자기 존재에 대한 명예의상징으로 여기고 다시금 고개를 들어 올릴 힘을 얻는다. - P94
우리들은 일상생활의 전면적인 조직화, 균질화로서의 소비의 중심에 있다. 모든 것이 쉽게 그리고 반 무의식적으로 소비되고 있다. … 이 물신 숭배적 논리가 바로 소비의 이데올로기다. 40_장 보드리야르 Jean Baudrillard
소비하지 못하는 것을 비참하게 생각하지 말자. 대중매체는 우리를 겁박한다. 소비하지 못하는 삶은 제대로 사는 게 아니라는 물신 숭배적 논리로 우리를 포섭한다. 이 나이에는 이정도 집과 차는 있어야 하고, 밥값보다 비싼 커피 한잔쯤 마셔야 잘 사는 거라 착각하지 말자고 장 보드리야르는 말한다. - P105
도서관에서 만난 철학자들은 말한다. 뭔가를 안다는 것보다 존재의 기쁨을 느끼게 하는 게 없다고, 몰랐던 걸 알았을때 ‘세로토닌이 나온다고 한다. 자기의 깊은 내면을 알았을때 행복해진다는 건 현대 의학으로 입증된 지 오래다책의 힘이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책의 힘을 믿는다. 책은타자가 썼지만 내 앞에 실존하는 건 텍스트다. 더 정확히는 그텍스트가 주는 메시지다. 그러니까 나를 변화시키는 실체는타자가 쓴 책을 읽고 있는 ‘나다. 즉, 타자가 아니다. 책을 쓴타자는 나를 모른다. - P126
하루를 보내다 보면 어느 때인가 긍정의 기운이 솟아나는순간이 있다.활력 넘치는 육체가 이끄는 대로 움직여보는것이 어떨까.분명 어제보다는 조금 더 발전한 나를 만날 것이다.그리고 밤이 되어 노곤함이 밀려오면느긋이 다리를 펴고 스탠드 불빛 아래서 책장을 넘겨봐도 좋을 것이다. 니체 - P127
최근에 무엇이 나를 사유하도록 강제했는지 생각해보자. 그런 마주침이 있기는 했나 싶은 서글픈 마음이 든다. 삶의 수레바퀴에 실린 채 먹고 자기 바빴으니 말이다. 들뢰즈의 말처럼 마주침을 통해 자신을 실현하고 살아내자. 우리는 대체 불가한 사람들이니 말이다. - P129
"나는 저 사람을 모른다"가 오히려 사랑의 시작이라고 한다. 내 아이니까 다 안다고 생각하면 사랑은 거기서 끝닌다.내가 발라드를 좋아하니 우울해하는 내 아이에게 발라드를틀어주는 건 사랑이 아니다. 진짜 사랑한다면 자신이 원하는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걸 해줘야 한다. 지역아동센터에서 실습을 하면서 만난 선생님 중에 위대한엄마가 있었다. 그분의 둘째 아들은 자폐증을 앓고 있었는데,아들에 대한 말 속에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다 보였다. 아이를 남들에게 쉬쉬하거나 숨기지 않았다. 이 세상에 하나뿐인 내 아이니까. 아이를 사랑한다면 그 아이가 원하는 것을 같이 사랑할 줄알아야 한다. 동시에 자신이 원하는 건 포기할 수 있어야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만약 이것이 계속 쉽지 않다면아이를 사랑하는 게 아니다. 기억하자. 새는 새로 기르자. - P181
# 약자의 배려
철학에서 배운 것 중에 서늘하게 다가온 것이 있다. 바로 약자의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때 나의 행위가 배려라고 착각했던 적이 있다. 하루라도 자리를 비우면 업무에 차질이 생기는 일이라 월차는 꿈도 못 꿨다. 유급이 되지도 못하고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월차들, 그때는 그냥 다 이해한다며넘어갔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많이 아팠다. 그런 배려는 위인들이나 가능한 거였다. 약자가 강자에게하는 배려는 배려가 아니다. 참을 수밖에 없어서 참고, 나 하나 참으면 된다며 넘기는 건 배려가 아니었다. 철학이 맞았다.배려는 강자만 하는 것이다. - P217
들뢰즈는 전통적으로 서양철학을 지배해온 모든 중심주의‘를 거부했다. 그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중심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다고 말한다. 중심주의를 갖고 있는 사람들은 타인을 사랑하기 힘들다. 당신은 여자니까 그럴 거야, 당신은 남자니까 그럴 거야, 당신은 동양 사람이니까, 당신은 서양사람이니까, 이런 식의 중심주의에 사고가 묶여버리면 눈앞에 있는 그 사람을 보지 못하고, 보지 못하면 알 수 없고, 그러면 사랑도 할 수 없다. "거 봐, 지 사람도 별수 없는 거였어"라고 비난만 하다 관계가 끝날 수 있다.사랑받는 존재는 하나의 기호, 하나의 영혼‘으로 나타난다.그 존재는 우리가 모르는 어떤 가능세계를 표현한다. 누군가가 ‘영혼‘으로 나타나면 그 존재는 우리에게 또 다른가능세계를 선물한다. 그가 좋아하는 음악, 문학, 영화, 그가아끼는 친구들 등 그 사람과 관계된 모든 세계가 우리에게도전개되는 것이다. - P249
되든 안 되는 최선을 다해보는 것, 이것을 철학이 알려줬다. 우리에게 어떤 인과계열이 만들어질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는 계속 변하는 중이고 어제의 우리는 오늘의 우리와 다르니 말이다. 우리를 지나쳐간 수많은 인과계열이 어떤 마주침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그건 2천 년 전 사람들도 몰랐고 지금사람들도 모른다. 그냥 가는 거다. 우리만의 철학으로 우리 선에서 최선을 다하면 된다. - P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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