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편중은 한국의 가족 중심 분배 시스템을 위기에 몰아넣는의외의 결과를 가져왔다. 근본적으로 새로운 분배 체계를 짤 필요가 생겼다. 여기서 두 가지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는 일자리와 소득편중 상황을 인정하는 보수적인 방법이다. 이런 상황에서 조금 더고임금 일자리가 많아지도록 하고, 취업한 이들이 되도록 혼인과출산을 선택한 뒤 4인 가구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다. 그 뒤 주소득자를 중심으로 가족 내 분배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법은 비현실적이다. 이미 1인 가구 확대는 본격화했다.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 수준이다. 성평등이 보편화된 지금, 주소득자 1명이 가정 경제를 모두 책임지고 다른 1명이 가사와 육아를 전담하기는 어렵다. 4인 가구와 가족 내 분배 시대의 영광은 돌아올 수 없을 것이다. 결국 국가가 나서는 두 번째 길이 남는다. 국가가 직접 분배해 최소한의 소득을 보장하고, 그 위에 다양한 일자리 기회를 만들어 임금소득을 얻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특히 적자 구간에 있는 아동과노인들에게 분배해 적자 구간을 얕고 짧게 만들어주어 이들을 부양하는 부담이 적어지도록 하는 것이다. 또 흑자 구간 중간중간에간헐적 적자 구간에 빠지는 사람들이 곧 빠져나올 수 있도록 떠받쳐주는 것이다. - P39
미래로의 전환 과정은 우리의 선택에 따라 문명인의 것일수도,야만인의 것일 수도 있다. 고용된 사람의 노동만 보호하고 그렇지않은 사람의 노동은 내치는 제도는 야만적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극단적으로 차별하는 문화는 야만적이다.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소득을 포함해 최소한의 생계 수단을 제공하는 제도는 문명인의 것이다.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면 고용 형태나 소속에 관계없이 인정하는 문화는 문명인의 것이다. 지금은 어떤 자본주의를 만들어 가느냐를 놓고 한판 싸움을 준비할 때인지도 모른다. - P111
문제는 고용이다. 이건 사람의 몫이다. 사람은 제도를 통해 소득을 분배한다. 고용과 임금은 그런 제도 중 하나일 뿐이다. 여기서문제가 생겼다면 사람이 잘못한 것이다. 생산에 문제가 생겼다면,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 쪽은 로봇이다. 그러나 분배에 문제가 생겼다면, 자신의 몫을 다하지 못한 쪽은 로봇이 아니다. 사람이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산업용 로봇만 봐도, 그 확대 가능성은 여전히 무궁무진하다. 특히 아직 비중이 낮은 다관절 로봇 도입은 늘어날 여지가 크다. 그러니 제조업 경기가 좋아지고 다시 규모가 커진다고 해도, 기업들이 고용을 늘릴 가능성은 낮다. 2000년대 이후기업들이 보여준 대응 방식을 보면 다음 대응 방식도 예측된다. 자동화 속도는 더 빨라지고, 고숙련 작업도 대체되며, 부가가치는 더높아지는 제조업의 이후 발전 경로를 그려 볼 수 있다. - P187
산업사회가지나가버린 21세기에는 어떤일이 벌어지고 있을까? 자본은 이제 노동자를 생산현장에서 밀어내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는 여전히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소득이 필요하다. 민주주의는 노동의 신성함을 존중하며 고용을 보호해 이들의 생계를 유지해주려 한다. 노동을 원하지 않는 자본주의와 노동자의 생계를보호하려는 민주주의는 충돌하고 있다. 분명한 것은, 이제 월급은 영원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영원한 월급은 영원한 고용‘, 즉 노동 없는 고용이라는 우스꽝스러운 형태로만 존재하게 될 것이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부를 모두에게 분배하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모두는 코르스바겐 역에 고용되어야만 살아갈 수 있게 될지 모른다. - P207
정리해 보자. 기업들은 점점 더 전통적인 방식의 고용을 피하고있다. 대신 작은 업무 단위로 프리랜서 형태의 일거리를 늘리려고한다. 다른 한편으로는 자유로운 시간 선택과 독립성을 중시하는세대가 노동시장의 중심으로 진입하고 있다. 이 세대는 디지털 플랫폼에 익숙하며 삶을 자율적으로 구성하고 싶어한다. 전통적 기업에서의 고용 기회를 발견하기 어려운 개발도상국에서는 이 트렌드에 주목해 더 능력 있는 프리랜서들을 글로벌 플랫폼에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기존의 전통적 고용 보호 장치를 벗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노동자들을 위해 보호 장치의 제도화를 논의하며 발전시키고 있다. - P312
이 논리를 그대로 따르자면, 생성된 데이터에 대한 가장 효율적인 보상은 무엇일까? 데이터 생산활동 자체를 노동시장화시키는것이다. 성과가 좋은 노동자에게 더 높은 임금을 지급하는 것처럼,더 좋은 데이터를 생산하는 사용자에게 플랫폼 기업이 더 나은 보상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플랫폼 무료 사용 정도에 그치지 말고, 휠씬 더 과감한 보상 체계가 필요해질 것이다. 데이터 소유권은 기업이 아니라 데이터를 생성한 시민 개인에게 있어야 하며, 데이터는누군가 독점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자본이 아니라 누구나 사용할수 있도록 시장에 나와 있는 노동의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 P334
미래의 소득은 전체적으로 필요를 채우기 위한 기본소득과 기여를 보상하기 위한 다양한 소득으로 나뉠 것이다. 현재의 소득은 한층만 있지만, 미래의 소득은 2층 구조가 된다. 기본소득이 1층을,근로소득 등 기여에 대해 보상하는 다양한 소득이 2층에 자리잡을것이다. 1층의 기본소득제는 단 하나의 제도를 통해 모든 사람에게필요를 채우기 위한 생계 수단을 대부분 제공할 수 있다는 장점이있다. 단순하고 투명하며 이해하기 쉬운 시스템이다. 1층을 투명하고 튼튼하게 쌓아야 2층이 다양하게 구성될 수 있다. - P371
지금까지와는 다른 미래의 삶을 살기 위해서는, 일이란 생계를위해서 고역을 치르는 과정일 뿐이라는 생각을 조금씩 거둬들이고, 일 자체에서 기쁨을 얻고 일을 놀이로 만들려는 노력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일하는 과정에서 배우고, 배우는 과정에서 일이 이뤄지도록 시간을 설계해야 한다. 개인들이 이런 준비를 할 수 있도록사회가 배울 기회, 놀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개인들 스스로도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 P377
기술이 현재 존재하는 노동을 상당 부분 대체하는 날을 떠올릴때, 우리는 자꾸 기계가 대체하지 않을 직무가 무엇인지‘를 묻는다. 진짜 문제는 ‘우리는 무엇에 가치를 두는가?‘이다. 우리가 가치가 있다고 여기는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일은, 그 자체로 늘 필요하며 보람 있을 것이다. 억지로 하는 ‘노동‘은 고역일 수 있지만, 내뜻을 세계에 실현하는 ‘작업‘이나 더 나아가 ‘행위‘는 기쁨일 수 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말은, 여기에적용해야 꼭 맞는다.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는 ‘호모 라보란스(노동하는 인간)‘로 살았다. 기술이 노동을 모두 대체한다면, 오히려 우리는 단순히정형화된 일을 지시 받아 수행하기보다는 기획과 구상부터 시작하는 일이나 생존만을 위해서 보다는 지향하는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일, 이렇게 한 단계 높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 바로 ‘호모 파베르(작업하는 인간)‘다. 기술이 일자리를 없앤다는 걱정을 하기보다는,기술이 우리의 일을 한 단계 진화시킬 수 있다는 기회를 잘 살펴보는 편이 낫다. - P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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