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과 인문학과의 만남
경제학을 사회과학의 울타리 속에 가두는 것에 의구심을 갖게 된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법학이나 행정학, 신문방송학에서 다루는많은 이론들과는 달리 경제학적 담론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리의 행경제학과 인문학과의 만남동 속에 내재되어 있다. 어떤 의미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들을 비롯한경제학 분야의 대가들이 세운 여러 이론들은 이전에 없던 것을 발명했다기보다는 인간이 오래전부터 전개해왔던 행태들을 규명해낸 ‘발견‘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경제학 담론의 대상 중 많은 부분이 인간의 특성을 확인해가는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러한 측면을 생각해볼 때, 경제학은 사람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하는 학문, 그것도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고유의 본성을 다루는 학문일지도 모른다. 즉, 경제학은 사회과학일 뿐만아니라 자연과학의 한 분파나 인문학에 가까운 면이 아주 많다. - P8
특정 거래의 결과를 양쪽에 동시에 기입하기 때문에 기록된 차변금액의 합계와 대변금액의 합계는 반드시 일치해야 하는데 이를대차평균의 원리라고 한다. 복식부기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대차평균의 원리로 장부상의 누락이나 오류를 정확히 검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수많은 거래를 수행하는 대기업이 장부상의 오류를 바로 찾아낼 수 있는 원리가 바로 여기에 있다. 개성상인들은 이러한 복식부기의 간편함을 깨닫고 자신들만의회계장부인 사개치부법에 이를 활용해왔다. 이는 복식부기의 원리를 처음 생각해낸 이탈리아 베네치아 상인보다 200년이나 앞선 것이었다. 고려 시대부터 일제 강점기에 서양의 회계처리 방식이 전래되기 직전인 1910년 정도까지 근 1,000년간 사개치부법은 우리 민족의 상업활동을 기록하는 데 사용되었다. 이는 오늘날 재무회계 처리방법과 유사한 부분이 많다는 측면에서 우리 민족의 회계 역사나기술이 서양의 그것에 비해 결코 짧지 않음을 알 수 있다. - P93
주식 가격이 급변하자 투기 분위기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주식에 잘만 투자하면 일확천금을 얻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투기 분위기는 당시 주가의 변동폭을 더욱 높이는 원인이 되었다. 역사상 가장 큰 금융투기사건 중 하나였던 네덜란드의 튤립 파동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발생되었다. 튤립은 16세기 터키로부터 들여와 처음 유럽에 소개되었는데, 특유의 아름다움 때문에 삽시간에유럽 각 지역으로 퍼졌다. 투기 분위기가 만연했던 당시 유럽에서는전혀 돈이 될 것 같지 않은 꽃 종자에까지 투기 열풍이 이어졌다. 특히 아직 금융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시절이었기에 주식과 달리 실물을 확인할 수 있는 튤립에 대한 투기는 기존에 주식투자에 관심이없던 사람들에게까지 휘몰아쳤다. 튤립 투기는 3년 가까이 전개되다 튤립 꽃의 실제 가치를 깨닫게 되면서부터 폭락하기 시작했고 결국 수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입힌 뒤에야 마무리되었다. - P99
최근 유로존의 상황이 날로 악화되면서 보호무역 부활, 환율전쟁, 기축통화 논쟁 등과 같은 일련의 극단적인 상황들이 전개되고있다.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각국이 각자의 입장만 내세우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경제는 구조적으로 상호 교류가필수적이다. 이러한 사실을 감안하면 서로 다른 환경에 놓여 있는사람들이 원활히 교역하고 화합을 이루어내는 방법이 무엇인지 역사를 통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제경제 질서의 큰 방향마저 의심받고 있는 이때, 우리는 역사가 주는 교훈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 P111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거래 상대방과 유인구조를 일치시키는 방법은 효과적인 위험회피 수단이다. 만약 유인구조가 서로 충돌될 때는 상대방의 손해가 곧 나의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에 항상 불안감을 느끼게 된다. 하지만 내가 이익을 얻을 때 상대방도 함께 이익을 얻고, 내가 손해를 볼 때 상대방도 함께 손해를 보는 구조에서는 위험이나 불안감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고대 왕들은이러한 논리를 꿰뚫어 본 것이다. 그들은 순장이라는 제도를 통해서자신과 자신을 보필하는 신하들과의 유인구조를 일치시켜 암살과독살에 대한 위험과 두려움을 낮출 수 있었다. 순장을 진행할 때, 함께 묻는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이유역시 위험회피 전략과 관련이 깊다. 순장이 잔인할수록 신하들과 국왕의 유인구조의 일치는 더욱 공고해지기 때문이다. - P119
로망이 아닌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많은 금융 전문가들이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져왔던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의 부실화로 인한 관련 금융상품들의 부실화와 이에 이은 금융기관의 부실을 꼽는다. 물론 이러한 진단은 정확하다. 하지만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달리 규제 산업이다. 즉, 정부 당국의 관리 감독 아래 판매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내용과 방식이 제한되는 산업이다. 따라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가져온 보다 궁극적인 원인은 이러한 부실 대출이아무 제한 없이 전개되도록 법적 근거를 완화해준 정부 당국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내 소유의 주택을 갖고 싶어한 많은 투자자들의 감성적인 열망과 그러한 유권자로부터 표심을얻고자 했던 정치인들의 계산이 숨어 있었다. - P129
최근 우리 사회는 고용의 안전성에 대한 갈망이 더욱 커지는추세다. 9급 공무원 시험의 경쟁률은 100대 1에 가깝고 일반 행정전국 모집분야의 경우에는 경쟁률이 1,000대 1을 넘어서기도 했다. 주요 공기업의 300대 1이 넘는 경쟁률 역시 이제는 뉴스거리도 안된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직업 선호도 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초·중·고교생들이 가장 희망하는 직업으로 선생님(교사)이 10년 넘게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선호도도 공무원, 교사, 의사순으로, 부모나 학생 모두 안정적인 직업과 직장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높은지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처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직장생활에서 얻고 싶은 가장 큰 인센티브가 안정성, 소속감, 정년 등이라는 사실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확인된다. 인센티브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인센티브에 대한 조직 구성원들의 호응도와 열망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제 기업은 과거 로마제국과 근래에 미국 정부가 그랬듯이 구성원들을 결코버리지 않는다는 안정성, 소속감, 공동체의식이라는 인센티브를 적극 고리해야 할 때다. 비록 평생고용 등의 안정적인 직장 문화가 가져다주는 폐해 또한 우리가 경험한 바 있지만 그러한 고용 형태와직장 문화 속에서 지금의 성장을 달성해온 것도 사실이기 때문이다. - P149
경제학을 전공했다고 하면 주위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돈을 잘벌 수 있느냐‘ 또는 ‘재테크의 남다른 비법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등의 질문을 던질 때가 있다. 하지만 이는 경제학의 학문적 특성을잘 모르는 사람들의 질문이다. 경제학은 돈을 버는 방법을 고민하는 학문이 아니라 ‘어떻게 하면 돈을 효과적으로 잘 쓰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다. 다시 말해 경제학은 주어진 예산 안에서 어떻게 돈을 쓸 때 가장 큰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지를 논의하는 학문이지, 어떻게 하면 추가적인 이윤을거둘 수 있는지를 고민하는 학문이 아니다. 경제학에서 제시하는 추가적인 이윤 달성의 방법이라고는 제품을 보다 효율적으로 생산하여 평균 생산비용을 줄이는 방법론 정도일 뿐이다. 경제학은 판매자체를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주지 않는다. - P182
오늘날에도 채권 발행의 주체는 단연 국가이다. 물론 오늘날은전쟁을 위한 군자금 조달을 위해 채권을 발행하지는 않는다. 대신 다양한 공익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채권이 발행되고 있다. 그런 이유로대부분의 국가에서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에 비해 훨씬 큰 규모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007년 4월부터 1년가량주식시장이 채권시장보다 우위를 보인 이후, 2018년 1월이 될 때까지 채권시장이 주식시장보다 10년간 더 큰 시장 규모를 유지했다. 우리나라는 1950년 부족한 국가 재정을 보충하기 위한 목적에서 건국국채가 최초로 발행된 이래, 지금도 주택 투기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금융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특정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하는 등 다양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채권들을 발행하고 있다. 많은 국가들이 다양한 공익적인 목적 아래 사회적 필요성이 확인될 때면, 해당 사업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자금을채권을 통해서 조달한다. 전쟁이라는 가장 참혹한 목적을 달성하기위한 도구로 발전해왔던 채권이 오늘날에는 공익을 실현하는 도구라는 것이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 P207
공공예술품과 무임승차의 문제대형 축제, 초대형 건축물, 조각품, 대규모 공원 등과 같이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고 있는 재화들은 공통적인 문제점을 가지고있다. 비배제성과 비경합성을 갖춘 공공재 성격의 재화는 생산에는막대한 비용이 들지만 그 혜택은 누구나 공짜로 누린다는점이다.즉, 무임승차 문제가 발생하는데 이는 시장실패로볼 수 있다. - P220
경제학에서 외부효과를 주목하는 이유는 외부효과가 사회 전체의 효율적인 자원 배분을 저해하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경제행위에는 비용과 편익이 따른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는 비용과 편의 이 해당 경제행위를 수행한 개인에게만 전적으로 귀속될 경우, 각 개인이 자신의 만족을 극대화하는 수준에서 경제행위를 수행할 때 사회 전체도 최적의 상황에 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외부효과가 유발될 경우는 상황이 다르다. 외부효과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사회 전체가 최적의 상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개인에게 부여되는 비용과 편익뿐만 아니라 제3자에게 미치는 영향까지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대부분 의사결정에 있어 자신의 행위로 인해 다른 사람이 어떠한 영향을 받을지 의식하지 않고 결정을 내린다. 이 때문에 시장 전체의 최적화된 상태에 도달하기 어려워진다. 다시 말해 의도치 않게다른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경지는 권장하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외부불경제는 억제해야 사회 전체적으로 보다개선된 상태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 P345
과가 발생한다. 특히 가장 먼저 투기 분위기가 형성된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고 아껴서 저축하기보다는 토반면 예상치 못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날 경우, 전혀 다른 경제효지나 건물 구입 등의 비생산적인 투기에 관심을 갖게 된다. 이는 사회 전반적인 근로의욕 저하나 투자 활동의 위축을 초래하여 결국 국민 경제의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게 된다. 다음으로 인플레이션은 일종의 조세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부가 통화량을 늘려 인플레이션이 일어날 경우, 물가 상승으로 정부부채의 부담이 줄어든다. 또한 화폐가치의 하락으로 국민 재산은줄어들기 때문에 마치 모든 사람에게 조세를 부과한 것과 같은 결과를 얻게 된다. 마지막으로 예상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은 빈부 격차를 심화시킬수 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하면 땅이나 건물, 재고상품과 같은 실물의 가치는 물가와 함께 상승하는 경향이 있지만 화폐가치는 하락한다. 화폐가치가 하락하면 주택이나 건물을 갖지 못한 서민들이나월급생활자들의 실질소득은 감소하게 된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이발생하면 빈부 격차가 심화될 가능성이 있다. - P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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