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평점 :

책의 표지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핑크와 민트.
화려한 색감의 책 표지를 걷어내니 드러나는 조금은 칙칙한 회색빛 배경에 하얀 주방도구들이 보인다.
정말 딱 내가 아는 그런 모습.
누군가의 눈에는 화려하지 못한 삶을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
결혼만 제대로 하면 부잣집 마나님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 그 시절에...
누군가는 왜 그리 사냐고 묻겠지만 이게 행복이라 생각하는 일라이저.
하루종일 바쁘고 매일을 살아가기 버거운 삶을 살고 있던 앤.
그 둘이 만났다.
단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
고용주와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그들은 끈끈했다.
서로에게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했고, 숨기는 것이 있어 또 미안해했다.
서로의 생각을 잘 알아차리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일라이저.
부유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위치가 있어 남자만 잘 고르면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삶은 원하지 않았다.
잔소리쟁이 엄마가 옆에서 들들 볶지만 지금이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그 향을 맡고 그 음식을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는 오늘.
이것이 그녀에겐 전부였다.
앤.
가난했다.
돈이 필요했다.
그게 다였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도와야 했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엄마를 돌봐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준 이가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일라이저를 만나게 되었다.
일라이저는 앤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 관심사가 같다고나 할까?
여자가 요리를 잘하지 않는 시대인데, 둘은 요리이야기로 행복을 느꼈다.
좋아하는 것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던 서로이기에 급속도로 친해져 간다.
하지만 둘 다 요리를 빼놓고는 행복한 순간이 없다.
결혼을 하려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 돈돈돈.
일라이저는 여자로서 당연한 삶이 간절하지 않았고, 앤은 가족이 편안해지는 것만이 간절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요리하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지만 그들은 생각해야 할 또 다른 인생이 있었다.
일라이저는 하지 않겠다 하면 되는 것이기에 잔소리를 좀 듣더라도 견딜만했다.
하지만 앤은 달랐다.
엄마를 보러 갔지만 면회일이 아니라 볼 수 없고, 면회일을 맞춰 가도 내가 알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이상함을 느끼지만 그게 다다.
내가 돈을 더 벌면, 돈만 더 있으면 엄마가 편해질 수 있다 믿는 앤.
한 번뿐인 인생은 늘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들이 정말 행복했을까???라는 물음뿐이었다.
요리를 할 때만큼은 너무나도 즐겁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개인적인 일상을 말할 때는 한도 없이 쳐진다.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여자이기에 그들의 우정이 영원히 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니 좀 더 찾아보고 싶은 기분.
그녀들이 겪은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
실화의 흥미진진함과 독립성을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잘 표현된 이야기인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