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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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다른 이에게 행하는 폭력. 

가해자는 이 세상 가장 위에 있는 포식자가 자신인 듯이. 

피해자는 겁에 질려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늘 생각했다. 

왜 괴롭히는 것일까? 

왜 당하기만 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나만 가진 그런 단점이 있다. 

누가 봐도 싫을 것 같아 나조차 이유를 납득하고야 마는... 

내가 그랬다. 

이 단점 때문에 살아가는데 불편하기까지 하지만 벗어날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 두려움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친구.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역시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 바꾸려 들지 않는다. 

나는 그 친구를 이해하고, 그 친구의 생각을 존중해 준다. 

조금 달라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게 그 아이의 생각이니까. 

그게 그 아이니까. 

남들 앞에서는 티 내지 않았다. 

그저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편안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동급생이다.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인정받고, 나보다 친구가 많다. 

그래서였을까? 

그 아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아이가 때리면 맞는 것이 당연했고, 그 아이가 가두면 나는 그냥 갇히는 것이었다. 

티를 내면 안 되는 것이었고, 누구에게 말을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냥 그런 거였다. 


오늘 그들은 정도를 넘어섰다. 

자신들도 놀란듯하다. 

남들한테 말하지 말아라, 티 내지 말아라 말하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의사는 아니었다. 

뭔가 그 의사의 말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 걸까? 

그 문제는 남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나를 더 갉아먹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내가 벗어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냥 나쁜 놈이다. 

내가 약하다해서, 내가 조금 모자라 다해서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학교폭력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력감. 

그 시절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기에... 

그 작은 사회에서 자신이 당하는 부당함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약한 존재. 

누군가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그 마저도 힘겹다. 

시간이 지나며 더욱 심해져만 가는 폭력을 묵묵히 견디는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졌다. 

그 아픔을 소리 내지 못하고 견딜 만큼 그들을 옥죄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리 내. 

조금만 힘을 내. 

너에게 어떤 단점이 있든 그건 아주 작은 거야. 

학교라는 작은 세상을 벗어나면 얼마나 눈부실지 꼭 알려주고 싶어.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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