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 - 그날 이후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81
라파엘 요크텡 지음, 하이로 부이트라고 그림, 윤지원 옮김 / 지양어린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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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 갈 무렵의 이야기. 

한겨울 추위도 견디기 힘든데. 

그들은 어떻게 견뎠을까?라는 물음이 제일 먼저 들었다. 

살아남는 것이 미션이었던 그날의 모습. 

흑백으로 그려진 그림이 더욱 생동감 있게 느껴졌다. 


아이에게 보여주니 기겁을 한다. 

책이 너무 무섭다나???ㅎㅎㅎㅎ 

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생각만 했었는데 너무 현실적이라 무서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장을 넘기니 거대한 뿔소들이 보인다. 

온몸이 털로 덮여있고 뾰족한 뿔을 가지고 있는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겁부터 났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그 안에는 새끼도 있었고, 이미 지쳐있는 뿔소도 보였다. 

사람뿐 아니라 그들에게도 현실이었다. 

두 번째 장에서 보이는 힘든 그날의 모습은 화산폭발. 

하늘을 가득 채운 화산재와 연기들. 

강가에 반쯤 묻혀있는 거대한 동물의 뼈. 

사람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그들의 힘든 생활이 눈에 보이는 듯했다. 


세 번째 장에서 드디어 사람이 나왔다. 

풀을 뜯어먹는 뿔소들 사이에서. 

나무를 붙들고 서서 나뭇잎을 먹고 있는 거대한 동물 아래에서. 

크기를 비교하자면 사람이 훨씬 작았지만 그들에게는 무기가 있었다. 

크고 많은 뿔소들을 도망가게 할 정도로 위협적인 존재. 

하지만 힘의 차이는 엄청났다. 

사냥에 실패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는 뜻일 것이다. 


그들은 돌아갈 가족이 있었다. 

그렇기에 먹을 것을 찾아야 했고, 그것은 목숨을 걸어야 하는 일이었다. 

먹을 것을 찾기 위해 이동하고 또 이동하고. 

그 과정에서 그들을 위협하는 것들은 많았다. 

내가 먹을 것을 찾는다는 것은, 또 다른 존재도 먹을 것을 찾는다는 것. 

그렇기에 계속 이동해야 했다. 


어떤 곳에서는 화산이 폭발하고, 어느 곳에서는 눈이 오고. 

커다란 동물들 마저 견디기 힘든 눈보라가 몰아친다. 

가파른 산을 이동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친구들을 잃어야 했다. 

그렇게 찾아내는 아늑한 공간. 

드디어 정착. 

누군가는 사냥을 하러 가고, 누군가는 그곳에 그림을 그린다. 

여유가 생기고 할 일을 나누고, 기억을 기록하는 것. 

그렇게 조금씩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하고 성장해 나가는 모습이었다. 

이것이 빙하기를 이겨내고 살아남은 이들의 현실. 


막연하게 들어온 옛이야기가 하나의 영상으로 지나간 느낌이라고나 할까? 

생긴 모습마저도 현실적이었던 그들의 이야기. 

흥미로운 흑백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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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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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다른 이에게 행하는 폭력. 

가해자는 이 세상 가장 위에 있는 포식자가 자신인 듯이. 

피해자는 겁에 질려 지금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늘 생각했다. 

왜 괴롭히는 것일까? 

왜 당하기만 하는 것일까? 


세상에는 나만 가진 그런 단점이 있다. 

누가 봐도 싫을 것 같아 나조차 이유를 납득하고야 마는... 

내가 그랬다. 

이 단점 때문에 살아가는데 불편하기까지 하지만 벗어날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이 두려움이 나를 에워싸고 있었다. 


친구.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다. 

그 친구 역시 자신의 생각 속에 빠져 바꾸려 들지 않는다. 

나는 그 친구를 이해하고, 그 친구의 생각을 존중해 준다. 

조금 달라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그게 그 아이의 생각이니까. 

그게 그 아이니까. 

남들 앞에서는 티 내지 않았다. 

그저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고, 편안했다. 


나를 괴롭히는 사람은 동급생이다. 

나보다 똑똑하고, 나보다 인정받고, 나보다 친구가 많다. 

그래서였을까? 

그 아이가 틀렸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 아이가 때리면 맞는 것이 당연했고, 그 아이가 가두면 나는 그냥 갇히는 것이었다. 

티를 내면 안 되는 것이었고, 누구에게 말을 해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 

그냥 그런 거였다. 


오늘 그들은 정도를 넘어섰다. 

자신들도 놀란듯하다. 

남들한테 말하지 말아라, 티 내지 말아라 말하는 그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다. 

나는 그런 사람이다. 

하지만 병원에서 만난 의사는 아니었다. 

뭔가 그 의사의 말은 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내가 가지고 있는 진짜 문제는 무엇인 걸까? 

그 문제는 남들 눈에 보이는 것보다 나를 더 갉아먹고 있었다. 

진짜 문제는 내가 벗어나려 하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내가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들이 나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냥 나쁜 놈이다. 

내가 약하다해서, 내가 조금 모자라 다해서 그런 취급을 받을 이유는 없었다. 


학교폭력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소름이 돋는다. 

대부분의 피해자들이 그들에게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력감. 

그 시절 친구라는 존재가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는지 알기에... 

그 작은 사회에서 자신이 당하는 부당함을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하는 약한 존재. 

누군가가 도와주면 좋을 텐데 그 마저도 힘겹다. 

시간이 지나며 더욱 심해져만 가는 폭력을 묵묵히 견디는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느껴졌다. 

그 아픔을 소리 내지 못하고 견딜 만큼 그들을 옥죄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소리 내. 

조금만 힘을 내. 

너에게 어떤 단점이 있든 그건 아주 작은 거야. 

학교라는 작은 세상을 벗어나면 얼마나 눈부실지 꼭 알려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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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자 조각가들 - 타이레놀부터 코로나19 백신까지 신약을 만드는 현대의 화학자들
백승만 지음 / 해나무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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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을 전공한 나는 이 책의 제목이 참 마음에 들었다. 

전공을 공부하면서 가장 어렵다 생각했던 유기화학. 

그 공부를 하며 약을 만드는 사람들을 조각가라고 불러주다니. 



이 책은 우리 삶 속에 약이라는 것이 생겨나기 시작한 처음부터를 알려주고 있었다. 

운으로 시작된 의약품부터 필요한 물질을 만들어내는 오늘날까지. 

관심사여서 그런지 더 흥미롭게 읽은 부분들. 

현재 우리의 삶에 녹아든 약이라는 것에 대한 역사와 우리가 가진 선입견에 대해 알려주는 이야기. 

하나부터 열까지 꼼꼼하게 읽을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우리의 역사 속에서 흔적을 드러내는 약. 

그리고 그동안 행한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들. 

동물이나 식물들에서 하나하나 찾아 약효를 나타내는 부분만 분자구조를 바꿔가며 조각해 가던 사람들. 

어느 순간 새로운 것을 만들기 시작했고, 치료방법이 없던 것들을 치료해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나 에이즈 치료방법에 대한 접근은 호기심을 자극했다. 

질병에 대한 제일 기본적인 정보를 시작으로 하나하나 치료의 길을 찾아나가는 방법. 

하나의 시도뒤에 따라올 수많은 확률 중 가장 이상적인 방법을 찾는 과정. 

그 일을 하는 데 분자 조각가들이 있었다. 



제일 흥미로웠던 부분은 아무래도 코로나에 관한 이야기였다. 

당시 빠르게 만들어낸 mRNA 백신. 

단순히 처음 시도한 방법으로 만들어낸 백신이라 그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는데 관련된 정보를 확실히 알게 되었다. 

그동안 왜 mRNA로 백신을 만들지 않았는지, 그리고 이 방법이 또 어떤 단계를 거쳐 발전해 나아가야 하는지. 

막연한 정보로 두려워하기만 했었는데 이제야 정확하게 정리가 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앞으로 분자예술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하게 될까? 

미래에는 약 한 알로 많은 것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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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홈 The Home - 멋진 집은 모두 주인을 닮았다
행복이 가득한 집 편집부 지음 / 디자인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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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소파에 앉아 멍하니 집을 돌아본 적이 있다. 

이 곳에는 책장을 하나 두고, 저 곳에는 의자를 하나 두고 햇살 받으며 책을 읽으면 좋겠다 생각을 했다. 

책을 좋아하는 나의 집답게 곳곳에는 책이 있지만 책을 읽는 장소는 항상 정해져 있었다. 

한번쯤 변화를 주는 것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급 가구를 재배치하고 나니 나에게 좀 더 편한 집이 되었다. 

맞다. 

집은 모두 주인을 닮는다. 

내가 좋아하는 장소를 만들어내고, 내가 사용하기 편한 방식으로 가구를 배치하고. 

조금 더 멋진 집을 만들고 싶어 공부도 해본다. 

이번 책, 더 홈을 읽고서 그 마음이 더 강해졌다. 



책 표지를 보면 책의 전체적인 느낌을 알 수 있을 때가 있다. 

이 책이 그랬다. 

읽으며 그들이 부러워지겠구나, 이야기에 군더더기가 없겠구나.. 하는 느낌. 

남의 집 집들이에 간다 생각하고 책장을 펼쳤는데 빈손으로 가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그런 느낌의 책. 

이런 집 참 좋지... 

집에 나무가 있는 것도 참 매력적이구나.. 

나도 언젠가는 이런 책장이 있는 서재를 만들어봐야 지하는 그런 책. 


책의 처음을 읽을 땐 글보다 사진이 먼저 들어왔다. 

가장 예쁘게 햇살이 들어오는 시간에 가장 예쁜 각도에서 사진을 찍었겠지. 

집의 주인만이 아는 나의 집이 가장 예쁜 시간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각 집들은 주인을 닮아 화려하기도, 깔끔하기도, 특정장소가 보이지 않기도, 따뜻하기도 했다. 

닮은 듯, 전부 다른 집들을 보고 있으니 주인의 성격이 보이기도 했고, 가족 구성원을 보지 않고도 맞출 수 있을 정도였다. 

사진을 보며 알게된 정보가 맞는지 소개글을 읽다보면 내가 예상한 그대로.

집이 따뜻하다 싶었는데 정말 다정한 사람이구나.

그림이 많더니 이런 직업을 가진 사람이구나..

역시 집은 주인을 닮았구나.


책에 실린 많은 사람들은 집 구조뿐 아니라 집의 모양자체도 특별했는데 나도 언젠가는 나를 닮은 집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언젠가는 나를 가장 많이 닮은 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을 사진으로 남겨 나를 소개해보고 싶어졌다. 

이 책은 집을 소개하는 책이었지만 집주인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 느낌. 

주인을 닮은 멋진 집. 

즐거운 집들이에 다녀온 느낌이 드는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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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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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표지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핑크와 민트. 

화려한 색감의 책 표지를 걷어내니 드러나는 조금은 칙칙한 회색빛 배경에 하얀 주방도구들이 보인다. 

정말 딱 내가 아는 그런 모습. 

누군가의 눈에는 화려하지 못한 삶을 살았지만, 그 누구보다 화려한 삶을 사는 여자들의 이야기. 


결혼만 제대로 하면 부잣집 마나님처럼 편하게 살 수 있는 그 시절에... 

누군가는 왜 그리 사냐고 묻겠지만 이게 행복이라 생각하는 일라이저. 

하루종일 바쁘고 매일을 살아가기 버거운 삶을 살고 있던 앤. 

그 둘이 만났다. 

단짝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 

고용주와 고용인으로 만났지만 그들은 끈끈했다. 

서로에게 더 해주지 못해 미안해했고, 숨기는 것이 있어 또 미안해했다. 

서로의 생각을 잘 알아차리고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였다. 


일라이저. 

부유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위치가 있어 남자만 잘 고르면 편하게 살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런 삶은 원하지 않았다. 

잔소리쟁이 엄마가 옆에서 들들 볶지만 지금이 행복하다. 

맛있는 음식을 만들며 그 향을 맡고 그 음식을 누군가가 먹는 모습을 보며 뿌듯해하는 오늘. 

이것이 그녀에겐 전부였다. 


앤. 

가난했다. 

돈이 필요했다. 

그게 다였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도와야 했고, 정신이 온전치 못한 엄마를 돌봐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좋은 일자리를 소개해준 이가 있었다. 

그렇게 그녀는 일라이저를 만나게 되었다. 


일라이저는 앤이 마음에 들었다. 

서로 관심사가 같다고나 할까? 

여자가 요리를 잘하지 않는 시대인데, 둘은 요리이야기로 행복을 느꼈다. 

좋아하는 것을 털어놓을 사람이 없었던 서로이기에 급속도로 친해져 간다. 

하지만 둘 다 요리를 빼놓고는 행복한 순간이 없다. 


결혼을 하려 하지만 이건 내가 원하던 삶이 아니다. 

돈을 벌어야 한다. 돈돈돈. 

일라이저는 여자로서 당연한 삶이 간절하지 않았고, 앤은 가족이 편안해지는 것만이 간절했다. 

서로 얼굴을 마주하며 요리하는 순간은 너무나 행복했지만 그들은 생각해야 할 또 다른 인생이 있었다. 

일라이저는 하지 않겠다 하면 되는 것이기에 잔소리를 좀 듣더라도 견딜만했다. 

하지만 앤은 달랐다. 

엄마를 보러 갔지만 면회일이 아니라 볼 수 없고, 면회일을 맞춰 가도 내가 알던 엄마의 모습이 아니다. 

이상함을 느끼지만 그게 다다. 

내가 돈을 더 벌면, 돈만 더 있으면 엄마가 편해질 수 있다 믿는 앤. 

한 번뿐인 인생은 늘 그렇게 잘못된 생각을 하게 만들고,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든다. 


책을 읽으며 드는 생각은 이들이 정말 행복했을까???라는 물음뿐이었다. 

요리를 할 때만큼은 너무나도 즐겁게 느껴지는 이야기가, 개인적인 일상을 말할 때는 한도 없이 쳐진다. 

너무나도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여자이기에 그들의 우정이 영원히 갈 수 있을지도 궁금해졌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니 좀 더 찾아보고 싶은 기분. 

그녀들이 겪은 이후의 삶은 어떤 모습이었을지 더 궁금해지는 이야기. 

실화의 흥미진진함과 독립성을 찾아가는 여성의 모습이 잘 표현된 이야기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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