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공포로 다가온 바이러스 - 생명의 정의를 초월한 존재
야마노우치 가즈야 지음, 오시연 옮김 / 하이픈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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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미생물과 세균에 대한 책을 너무 흥미롭게 읽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세균, 바이러스의 구분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러다 바이러스만을 다루는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바이러스의 기원, 이에 대한 연구, 유명 바이러스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바이러스는 혼자서는 번식을 하지 못한다. 세균이나 다른 세포에 기생하여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며 이 관념은 머리 속에 잘 남긴 것 같다.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까지는 여러 사람의 노력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그렇게 해서 정체를 밝힌 바이러스지만, ‘살아있지만 살아있지 않은이 기묘한 생명체는 아직도 무궁무진한 논의와 연구의 대상이다. 지금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논의 중에 하나가 바이러스가 생명인가 아닌가라고 한다. 여러 의견 중 살아 있는 상태일 때도 있고, 아닌 때도 있는 두 가지 상태가 가장 내 마음에 들었다. 바이러스 중 박테리아 파지라는 부류가 있는데, 파지는 특정 세균에 감염되어 그 세균만 죽이기도 한다고 한다. 이 성질을 이용한 백신 연구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바이러스에 대해 생각지도 못한 신기한 이야기가 많다. 바이러스가 숙주의 DNA에 자신의 RNA를 끼워 넣기도 한다고 한다. 이 유전 물질을 대를 건너서 숙주의 새끼에게도 물려내려 간다고 한다. 이 내용은 반복해서 읽어도 나에겐 너무 생소한 개념이라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바이러스가 숙주에게 자신의 유전 물질을 넣어 새끼에게까지 물려주다니??

이 외에도 이름만 흔히 들어보았던 바이러스의 강력한 위력에 대해 알 수 있는 부분도 있다. 노로 바이러스가 알콜, 세제에도 반응하지 않다니. 고기와 야채 도마와 칼은 꼭 따로 써야겠다. 심지어 이 바이러스는 우물에 한 번 넣으니 3년을 갔다고 한다. 바이러스의 무서움을 새삼 다시 알게 되었다.

바이러스에 대해 교과서적인 역사, 연구에 대해서도 배울 수 있고, 바이러스에 대해 흥미로운 사실에 대해서도 알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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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
니코 워커 지음, 정윤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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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제목은 미국의 신병을 의미하는 속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책 소개를 보면 아무 생각없이 미군에 지원한 젊은이, 트라우마와 마약으로 인생이 망가진 이야기로 짐작이 되었다. 짧은 제목, 강렬한 느낌을 주는 작품의 소재에 이끌려 책을 보게 되었다.

이 책에서 제일 강렬한 느낌이 든 부분은 은행을 턴 후 빠져나가려고 하는 제일 첫 챕터이다. ‘이 인생은 망했다’고 온 몸과 마음으로 외치는 주인공. 누구에게 원망을 돌리지도 않고, 담담하게 자신의 인생은 망했다고 말하며 이 책 특유의 ‘인생 망한’ 분위기를 보여준다. 그의 삶은 순간의 기분, 필요에 의해서 이끌려 간다. 이런 부분은 ‘이방인’이나 ‘사람들은 말을 쏘았다’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주인공의 사고방식이 이 책 특유의 분위기를 조성한다. 내가 묘사하는 능력이 없어 《릿허브》라는 곳의 호평을 빌리면, “일상과 전쟁, 중독, 우울의 공포가 나란히 존재하는 웃기고 고통스럽고 매혹적인 작품!”이다.

이 책의 소재는 이라크 파병 미군, 마약이다. 둘 다 한국 사회에서는 큰 공감과 관심을 끌 수는 없는 소재이다. 이라크 파병을 다녀온 군인들의 외상후 스트레스가 문제가 되고, 마약 중독자가 훨씬 많은 미국에서는 사회의 고질병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관심 소설이 될 것 같다. 한국이 지나친 경쟁으로 헬조선이라고 부르는 사람들도 있는데, 미국의 사회 문제에 비해서는 순한 맛같다. 학업, 취업 경쟁은 언젠가는 끝이 있다. 힘든 경쟁을 거치고 나면 시간이 걸려도 자신이 갈 수 있는 자리는 있게 마련이고, 작든 크든 노력의 대가를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전후 외상 후 스트레스, 마약은 삶을 몸과 마음을 갉아 먹어 삶을 파괴하지 않는가.

주인공이 제대를 한 후반부는 아주 기가막히게 삶을 살아간다. 마약을 밥 먹듯이 한다. 약이 떨어지면 금단 증상으로 앓아눕는다. 주인공과 여자친구 에밀리는 밥은 안 먹어도 마약은 할 것 같다. 저렇게 날마다 마약을 해도 몸이 남아나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마약마약마약... 마약 이야기만 나온다. 마약을 넘어 두 사람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이다. 둘 사이에 다른 수 많은 이성이 끼어들어도 마찬가지이다. 주인공이 은행강도를 하는 것은 생계 유지와 마약 구매도 이유지만, 사랑하는 여자가 금단 증상에서 벗어나게 마약을 가져다 주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은행을 털며 사람은 죽여도, 자신을 배신한 마약상들은 이해하고 넘어가고 보복은 하지 않는 우리의 주인공. 범죄자인데도 높은 도덕성을 가진 것 같은 착각까지 든다. 그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 사회나 운명의 희생양인 것 같은 생각도 든다.

저자의 자전적인 소설로, 28세로 복역 중이라고 한다. 아직 젊은 나이이다. 그는 과연 마약을 떨쳐내고 잘 살 수 있을까?하는 의문을 떠올리며 리뷰를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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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메로스와 함께하는 여름 함께하는 여름
실뱅 테송 지음, 백선희 옮김 / 뮤진트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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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독 고전 목록에서 종종 볼 수 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이들 서사시를 읽어보았을 때 너무 길고 처지는 느낌이 들었다소설 형식으로 편집된 본을 보는 것은 뭔가 원작에서 멀어지는 느낌이다서사시에 대한 사전 지식을 챙겨서 제대로 서사시를 즐겨보고 싶어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은 호메로스의 두 서사시에 관한 라디오 방송을 집필한 것이라고 한다책을 읽다보면 문어체보다는 구어체같은 느낌이 든다또한 한 챕터가 가지고 있는 내용이 짧은 편인데라디오 방송에 적절한 길이만큼 잘려서 그런 것 같다책을 읽다보니 이 책 자체가 하나의 서사시같은 느낌이 든다서사시의 현대판 주석이 되는 현대판 서사시 말이다.


이 책의 앞 쪽 절반의 전반부는 서사시의 대략적인 흐름을 따라가며 중요한 부분을 짚어가며 함께 읽어간다두 서사시를 읽어본 사람은 중요한 대목마다 그 때 그 감명을 떠올리면서 읽을 수 있고서사시를 읽지 않은 사람은 언젠가 들어본 내용을 떠올리며 축약본처럼 읽을 수 있다일리아스보다 오디세이아 내용이 좀 더 많았던 것 같다.


뒤 쪽 전반부는 일반적으로 서사시를 다루는 방송이나 책에서 사람들이 기대할 만한 서사시에 대한 문화적인 맥락이나현대 사회에 대한 투사가 나온다스토리를 쭉 따라가면서 읽을 때 놓치게 되는 부분알고 나면 새롭게 책을 읽을 수 있는 부분이다일리아스에는 수 많은 영웅이 나온다누구도 완벽한 사람은 없다심지어 여신의 아들 아킬레우스도 작은 약점 하나를 감추고 있다그래서 각자의 역할이 있다이 대목을 읽으면 무심코 지나쳤던 장군도 하나하나 살아나는 느낌이다어렸을 때 동화판으로 읽으며 그냥 대사 몇 줄로 지나쳐 가는 인물에 대한 묘사와 캐릭터 부여를 보며 이 사람에 대한 내용은 왜 이렇게 많이 나올까’ 생각했던 부분이 스쳐 지나간다다른 문화권이나 종교와 달리 천국이 없는 대신이름을 남기는 것에 가치를 크게 두는 부분도 기억에 남는다근엄한 유일신이 아니라사람과 같은 모습으로 인간의 운명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여러 신들을 약소국의 운명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강대국으로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이 책은 무더운 여름에 짬짬이 호메로스를 즐길 수 있는 현대판 서사시이다호메로스가 남겨준 유산을 현대의 언어와 생각으로 재미있게 전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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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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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만화 탱탱을 닮은 캐릭터 표지가 예쁜 책이다. 평소 읽던 정신과 책과는 다른 겉표지이다. 내가 본 심리학과 정신과 책 표지는 대체로 인물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이거나, 근엄한 할아버지나, 슬퍼하는 사람이 나왔다. 내용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소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많이 소탈해서 유급을 두 번 당한 이야기도 나오고, 어쩌다가 정신과 의사가 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동안 읽은 책에서 나오는 마법같은 심리 분석을 전개해가며 기적과 같이 환자를 수렁에서 구한 정신과 영웅들이 나왔다. 혹은 병마에 시달리며 엉망이 되는 일상과 상담비를 걱정하는 환자의 눈 앞에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하얀 가운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는 좀 다른 모습이다. 의대에 진학하게 된 이유부터 시작해서, 정신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처음 정신과에서 근무하며 힘들었던 이야기부터 노력하는 평범한 정신과 의사가 등장한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이기 이전에 존재하는 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환자의 사연을 들으며 놀라기도 하고, 환자에게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린 시절에 노출된 학대, 지나치게 낮은 자존감, 제어되지 않는 폭력성, 끊이지 않는 자살 충동 등 환자 자신이 둘러친 굳건한 성벽 안에서 그들을 구해내려는 진심과 노력도 감동적이다. 아들러나 여타 서양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의 마법과 같은 임상 케이스를 보는 것과는 다른 감동이 있다.

이 책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정신과 의사에 대해 볼 수 있었다. 정신과에 향후 진로를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정신과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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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커버
아마릴리스 폭스 지음, 최지원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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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서 눈이 휘둥그레지는 각종 지식과 기술로 무장하고 악한들은 무찌르는 요원들. 우리가 흔히 보는 이미지 아래 실제 요원들은 어떤 모습일까? 이 궁금점이 실제 CIA 요원이었던 저자가 쓴 ‘언더커버’읽게 된 이유이다.

저자 아마릴리스 폭스는 CIA 요원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게 한 어렸을 때의 경험과 생각에 대해 들려준다. 저자는 미국인으로서 어렸을 적 친한 친구를 비행기 테러로 잃고, 동생들이 다니는 학교 근처에서 9.11 테러를 겪는다. 이러한 사건을 겪으며 아무것도 모르고 날벼락처럼 겪어야 하는 테러를 막고 맞서 싸우고자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또한 그녀는 군사 독재 치하에서 자유를 잃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의무감마저 느낀다. ‘CIA 요원’하면 냉철하게 싸우는 이미지만 떠올렸는데, 인류에 대한 부당한 폭력에 맞선다는 인류애적인 소명감으로 요원이 됬다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녀가 들려주는 CIA의 삶은 과연 소명의식 없이는 어려울 것 같았다. 그녀는 CIA 요원 중 최전방에서 직접 테러리스트, 무기상과 접선하는 첩보원 역할을 맡았다. 이 책에 잠깐 언급된 내용을 보면 대체로 이 위험하고 제일 중요한 역할은 젊었을 때 제일 많이 하는 듯하다. 그녀는 첩보 활동을 위해 중국에서 가족과 함께 온 집안에 도청장치와 CCTV가 설치된 집에서 살기도 했다. 요원인 남편이나 자신이 갑자기 작전에 차출되는 일도 있었다. 인생을 통째로 바쳐야 하고, 집에서도 편안히 쉬지 못하고 24시간을 가짜 모습으로 살아야 한다. 더 나은 보직이나 보상을 위한 몇 년 간의 투자라고 생각하던, 국가와 민족을 위한 의미있는 삶이라고 생각하던, 각자 자신이 소중히 생각하는 가치를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목숨을 걸고, 24시간을 바치고, 소중하지만 평범한 삶을 때로는 망가뜨려가며 해야 하는 일이었다.

CIA 요원의 꽃(=제일 위험한 작업)과 같은 아랍권 대테러 임무를 수행한 저자는 국경과 겉모습을 넘어선 인간과의 유대와 평화가 가능하다고 믿는다. 테러리스트와 인간적인 대화를 통해 테러 계획 하나를 중단시킨 불가능할 것 같은 경험을 소개했다. 현재 CIA를 은퇴한 저자는 아랍권 현지에서 자원봉사 등을 하며 직접 인간적인 화해와 교류를 통해 평화를 모색하고 있다고 한다. 테러리스트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도 테러 집단이다. 양 쪽 모두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를 위해 싸우고 있으며, 이 뒤에는 결국 인간이 자리하고 있다. 이러한 진리가 모두에서 평화와 자유를 줄 수 있다는 믿음 아래 저자는 요원을 그만둔 현재에도 세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세상의 이면을 많이 보여준 책이었다. 테러를 위한 수 많은 핵무기 거래, 이를 뒤에서 막고 있는 수 많은 사람들 덕분에 내가 평화롭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죄없는 사람들을 향해 폭탄을 던지고 총을 쏘는 사람도 사람이라 나름의 논리가 있기 때문에 설득이 가능한 종자였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들에게 적대감을 넘어 인간적인 연대를 시도하고, 또 성공하고 있다는 것에 놀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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