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어쩌다 정신과 의사 - 뇌부자들 김지용의 은밀하고 솔직한 진짜 정신과 이야기
김지용 지음 / 심심 / 2020년 7월
평점 :
유명한 만화 탱탱을 닮은 캐릭터 표지가 예쁜 책이다. 평소 읽던 정신과 책과는 다른 겉표지이다. 내가 본 심리학과 정신과 책 표지는 대체로 인물이 없는 단순한 디자인이거나, 근엄한 할아버지나, 슬퍼하는 사람이 나왔다. 내용은 어떨지 궁금했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가 소탈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책이다. 많이 소탈해서 유급을 두 번 당한 이야기도 나오고, 어쩌다가 정신과 의사가 됬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그 동안 읽은 책에서 나오는 마법같은 심리 분석을 전개해가며 기적과 같이 환자를 수렁에서 구한 정신과 영웅들이 나왔다. 혹은 병마에 시달리며 엉망이 되는 일상과 상담비를 걱정하는 환자의 눈 앞에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는 하얀 가운 입은 사람들이 등장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정신과 의사는 좀 다른 모습이다. 의대에 진학하게 된 이유부터 시작해서, 정신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 처음 정신과에서 근무하며 힘들었던 이야기부터 노력하는 평범한 정신과 의사가 등장한다.
이 책은 정신과 의사이기 이전에 존재하는 한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환자의 사연을 들으며 놀라기도 하고, 환자에게 휩쓸리지 않고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인다. 어린 시절에 노출된 학대, 지나치게 낮은 자존감, 제어되지 않는 폭력성, 끊이지 않는 자살 충동 등 환자 자신이 둘러친 굳건한 성벽 안에서 그들을 구해내려는 진심과 노력도 감동적이다. 아들러나 여타 서양 정신과 의사나 상담사의 마법과 같은 임상 케이스를 보는 것과는 다른 감동이 있다.
이 책을 통해 한 인간으로서 정신과 의사에 대해 볼 수 있었다. 정신과에 향후 진로를 두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통해 정신과에서 어떤 일을 하게 되는지 잘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