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가르다 - 제6회 정채봉 문학상 대상 수상작 샘터어린이문고 51
김혜온 지음, 신슬기 그림 / 샘터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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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샘터어린이문고를 읽게 되었다.
정채봉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라니.
그림책이나 동화는 아이들만을 위한 책인 줄 알았다. 그러나 최근 그림책을 가까이하면서 알게 된 점은 그림책이나 동화는 0~100세 모두를 위한 책이란 사실이다.

저자 김혜온님은 서울 소재 초등학교에서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하는 선생님이다.
책 뒷면 표지에 작가의 수상 소감을 보고
슬며시 눈가가 촉촉해졌다.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사람이 되는 이야기 말고,
무조건 도와줘야만 하는 대상으로 여기는 이야기 말고,
어떤 장점으로 인해 비로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 받는 이야기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
서로가 서로에게 스미고 물들어 가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작가 수상 소감 중에서

 

그래. 그래.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총 3편의 이야기가 있다.


 - 바람을 가르다

 - 천둥 번개는 그쳐요?

- 해가 서쪽에서 뜬 날

초등학교를 다니는 뇌병변 장애 아동과 친구들의 이야기를 다룬
<바람을 가르다>를 읽으며,
내가 몇 년 전 치료했었던 꼬맹이가 생각났다.
그 아이는 양하지마비였는데, 초등 학교 1학년이었다.
새침떼기 꼬맹이는 7살에 첫 발을 뗐다.
그 감격스러운 순간을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행복했었는데.

병원에선 말도 조리있게, 예쁘게 잘했던 꼬맹이였지만 초등 학교 생활은 만만치 않았다.
장애 아동들이 어렸을 땐 주로 귀염둥이로, 왕자님, 공주님으로 대우를 받는다. 그러나 유치원, 초등학교를 입학해서 또래 친구들과의 만남을 갖으면서 무수한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내 생각엔 장애인과 함께하기 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친구들이 신체적 장애에 대해 놀리기도 하고, 장애 친구를 따돌리기도 하고, 언어 폭력도 심상치 않게 나타난다.
뇌병변으로 인해 신체적, 언어적 장애가 복합으로 있을 경우엔 더 놀림의 대상이 되는 슬픈 현실.

치료사 선생님들은 아동이 학령기에 접어들 때 걱정이 배가 된다.
아이의 마음이 다치지 않길 바라는 마음.
하물며 장애 아동 부모님의 마음은 어떠실까?

특수학급 아이들과 함께하는 교사가 바로 저자이기에, 아이들의 모습이 생동감있게 표현되어 있다.  장애 아동을 키우는 부모님들의 염려도 물론 보인다. 아이가 다치지 않게 잘 자라기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때로는 독이 되기도 하는 것이 엿보였다.

부모님의 염려가 있지만, 두 아이의 모습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만남이 아니다. 장애인과 활동보조 도우미도 아니다. 그냥 친구다. 용재는 뇌병변 장애에 대한 정보가 없다. 장애인에 대한 편견도 없다. 찬우는 그저 찬우다.
있는 그대로의 찬우를 본다.
자기처럼 놀기 좋아하는 친구로 거리낌없이 대한다.
때로는 그 무지함이, 찬우를 곤경에 빠지게 하지만.
두 아이의 우정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나는 장애와 비장애의 구분없는 사회가 오기 희망한다.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쯤 해보기 바라며.
이 책을 학급의 아이들, 선생님들, 그리고 학부모님들뿐만 아니라
전 연령이 한번씩은  읽고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갖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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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한 지성의 단련법
사이토 다카시 지음, 홍성민 옮김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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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그램처럼 보이는 책 표지.

빛에 반사되어 오묘한 색감을 자랑한다.

 

사이토 다카시의 [유연한 지성의 단련법]을 만났다.

이 작가의 전작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은 들어보긴 했었는데...

왜 이 책을 쓰게 된 것일까 궁금했다.

 

잠깐 저자를 소개하자면, 도쿄대학교 법학부 및 동 대학원 교육학연구과 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 메이지 대학교 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교육학, 신체론, 커뮤니케이션학을 전공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교양 저술가로서 문학, 역사, 철학, 예술, 외국어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활동하고 있다.

 

... 책을 읽으면서, 저자는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한다고 느꼈었다. 특히 신체에 관한 언급은 흥미로웠다. 아마도 내가 물리치료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더 관심있게 글을 읽었으리라.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이 책에 대한 전반적인 흐름에 관해 말한다.

다른 여타의 책보다 프롤로그에 더 힘을 준 듯했다.

 

5장으로 이루어져있다.

 

1장 철저히 고민하여 단련하는 지성

2장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지성

3장 신체에 깃드는 지성

4장 자아를 해방시키는 지성

5장 탐구하는 사람이 깨닫는 지성

 

 

지성이라는 단어를 마주할 때면, 사전적인 의미를 찾고자 하는 욕구가 있다. 네이버 국어사전을 검색하니,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지성(知性)

 

명사

1 .

지각된 것을 정리하고 통일하여, 이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인식을 낳게 하는 정신 작용. 넓은 뜻으로는 지각이나 직관(直觀), 오성(悟性) 따위의 지적 능력을 통틀어 이른다.

지성을 갖춘 사람

지성이 뛰어나다

그는 우리 사회의 양심과 지성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2 .

<심리> 새로운 상황에 부딪혔을 때에, 맹목적이거나 본능적 방법에 의하지 아니하고 지적인 사고에 근거하여 그 상황에 적응하고 과제를 해결하는 성질.

 

출처 - 표준국어대사전

저자와 함께 지성의 본질 찾기 여정을 해보자.

우선 일본인 저자가 예를 들어 설명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다.

 

나쓰메 소세키, 후쿠자와 유키치, 데카르트, 프랭클린,

사이고 다카모리, 공자, 니시다 키타로, 야나기다 구니오

오라구치 시노부, 다자이 오사무

 

낯선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이름 정도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는 일본인은 나쓰메 소세키, 저자가 소개하는 사람들을 책을 잠시 덮고 찾아보고 싶었지만, 그저 흐름에 몸을 맡겨보기로 했다. 마치 수능 언어영역 지문을 대하듯 말이다.

 

 

지성은 '고민할 수 있는 힘'이다. (P 33)

 

논어에 "배우기만 하고 생각하지 않으면 어둡고, 생각하고 배우지 아니하면 위태롭다"는 말이 있다. 읽는 것이 '배움'이라면 '생각'은 자신의 머리로 고민하는 것이다. (P 47)

 

'무슨 일이 있어도 해낸다'는 불굴의 정신으로 싸운 배움의 방식, 그렇게 공부해야 비로소 단련되는 '전두엽의 힘'은 확실히 존재한다. 전두엽의 힘이란 바꿔 말하면 '생각을 정리하는 능력'이다. (P 88)

 

<후쿠자와 유키치 자서전>에서는 그의 교육론도 볼 수 있다. 유아교육에 관한 철칙은 '먼저 건강한 신체를 만들고 인성을 키운다'였다. (P 98)

 

공자는 <논어>에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지, , 용 삼덕을 들며 "지혜로운 사람은 미혹되지 않고, 어진 사람은 근심하지 않고, 용기 있는 자는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했다.

지와 용은 현대의 지성(판단력)과 용기(행동력), 인은 온화함(참됨)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 122)

 

지성은 '매사에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 '살아가는 힘'이기 때문이다. (P 135)

 

지성이란 전체에 쓸려가지 않는 거점이며 생명력을 퍼 올릴 수 있는 힘이다. 그리고 자기 내부의 감각과 대조해 가치를 판단할 수 있는 힘이다.

(P 149)

 

진짜 지성을 갖고 싶으면 현격히 뛰어난 사람의 책을 꼼꼼히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지성의 궤적을 따라갈 수 있다. (P 164)

 

지성의 본질은 유연성이다.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생물만이 살아남듯, 시시각각 변하는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판단력이 지성이다.

(P 193)

 

 

저자는 '본질적이면서도 구체적'으로 사고하는 습관을 연습하길 권한다.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은 과연 지성적인 인간인지 스스로에게 묻게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부끄러움은 온전히 나의 몫이다.

 

그래도 참 다행이다 싶은 건, 지성을 갈고 닦는 트레이닝이 있다는 것이다.

고정적이고 고착화된 지성이 아니란 점이 얼마나 다행인지.

- 지금 자신이 말하려는 것은 본질적인 건가?

쓸모없는 것은 아닌가?

 

- 지금 자신이 말하려는 것은 구체적인 건가?

일반론이나 추상론으로 얼버무리는 것은 아닌가?

현실을 개선할 구체적 방법을 제시할 수 있는가?

 

스스로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질 것! 그리고 발언을 할 것!

자기성찰의 시간이 우리에겐 꼭 필요한 것이 아닐련지.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작가의 이전 책이 궁금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에서도

저자는 "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이야말로 누구나 경험해야만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라고 이야기했다.

홀로 서기가 되어야 다함께 하기도 가능한 것이 아닐까.

오롯이 혼자 있는 고독의 시간, 사색의 시간을 통해 성장의 자양분을 얻게되리라.

 

 

저자는 간결하게 주된 주제를 논하고 있었다.

자기계발서적을 즐겨 읽는 나에겐 크게 거부감 없이 읽혔으나,

특유의 '~ 해야 한다.'라는 표현이 거슬리는 독자들도 있을 것이다.

저자의 뜻을 곡해하진 말길 바란다.

 

저자는 우리에게 풍부한 지성이 넘치는 인생을 즐기자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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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클래식 오디세이 5
헤르만 헤세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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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드디어 만났다.

사실, [데미안], [싯타르타]를 구입한 지는 오래되었다.

책 추천에서 빠지지 않았던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이제서야 읽다니.

좀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인 소설로 느껴졌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와 [데미안]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참 닮아있었다.

 

정신적인 한계 상황을 경험한 헤세가 의학심리학의 대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의 제자인 요제프 베른하르트 랑 박사에게서 정신분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 [데미안]을 집필했다고 한다. 소설에서 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마 정신분석 치료 과정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두 개의 세계

2장 카인

3장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

4장 베아트리체

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6장 야곱의 싸움

7장 에바 부인

8장 종말의 시작

 

나는 1장을 읽어내려 가면서 화자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옛날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두 개의 세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를 떠올랐다.

나도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항상 바르고 도덕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컸지만, 우습게도

동네 언니들이 작은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훔칠 때 망을 보았다.

잘못된 행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왜 그런 나쁜 행동에 가담했는지.

밝고 반듯한 세계에 속한 부모님의 자식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나는 금지된 세계를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데미안과 만나게 된 2.

성경에서 만났던, 카인과 에벨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미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마치 내가 예전 [다빈치 코드]라는 책과 영화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라고 할까?

 

용기와 개성을 표출시키는 인간은 어디에서나 다른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두려움을 모르는 종족이 돌아다닌다는 건 아무래도 불편한 일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이 종족에게 별명을 붙이고, 우화를 달아놓은 거야. 그 족속들에게 복수하려고 모두가 간신히 견디는 두려움을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말이지. 이해되니? (P 49)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함께 하는 시간을 따라가면서, 마치 내 옆에 데미안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도 종교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데미안 덕분에 성서 이야기나 교리를 좀 더 자유롭고 개인적이며 유희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바라보며 해석하는 습관을 익혔다고 표현하는 싱클레어. 그러나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기존의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뒤흔들만한 이야기를 하는 데미안.

 

 

우리는 스스로가 무엇이 허용된 것이며,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 알야야 하는 거야. 자기에게 금지 된 것 말이야.....(중략)

너무 안일하게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걸 귀찬아하는 사람은 기존의 금지된 것에 그대로 순응해버리지. 그게 편하니까.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계율을 느껴. 이런 사람에게는 명망 있는 사람들이 매일 행하는 일이 금지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엄금된 일이 스스로에게는 용납되기도 해. 누구든 자기 스스로 책임질 필요가 있는 거야. (P 98)

 

 

낯선 곳에서 홀로 된 싱클레어의 방황.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주인공 앞에 기적처럼 나타난 운명의 소녀.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홀로 붙이며, 다시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그.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려나가는 싱클레어. 그런데 그 초상화 속에서 데미안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유명한 구절을 드디어 만났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자신이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서 새롭게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연히 만나게 된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싱클레어.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싱클레어가 '아브락사스'에 대한 의문점을 갖고 있었을 때, 운명적으로 만난 두 사람.

신비주의자, 혹은 구루라고 피스토리우스를 칭할 수 있을까?

 

 

인식의 첫 불꽃이 발화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되는 거야. 설마 자네는 저 거리를 돌아다니는 두 발 달린 족속들을, 직립 보행을 하고 아이를 임신해 아홉 달을 품고 있다는 오직 그 이유만으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가 아직도 물고기나 양, 지렁이나 거머리일 수도 있다는 걸 자네는 알거야. (P 160)

 

 

인식의 불꽃이 발화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은 머나먼 여정이다. 기나긴 외로운 여행길.

피스토리우스가 싱클레어에게 한 말은 우리들에게 하는 말이다.

싱클레어가 성장하는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내가 진정한 나를 발견해 내 안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아는 것,

나 자신의 꿈과 생각, 예감을 신뢰하고 내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힘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P 183)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은 오직 하나,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다.(P 192)

 

 

우리가 의무요, 운명이라고 느꼈던 것은 오직 한 가지 일뿐이었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가 와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내면에서 작동하는 자연의 소질에 완전히 몰입해 자연적 의지에 따라 살며, 불확실한 미래가 가져올 미래의 일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자 의무라고 느꼈다. (P 219)

 

 

데미안와 그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과의 만남을 갖게된 싱클레어.

에바 부인을 이성적으로 느끼는 그의 모습은 좀 낯설었다. 그러나 꿈속에서 계속 만나고 싶었던 여성의 모습이었기에 혼란스러웠을 그가 이해되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동경하기도, 때로는 부정하기도 하다.

데미안은 그의 친구이기도 하고, 인도자이기도 하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길을 찾는 길을 보여주는 성장 소설로 보아야 할까?

혹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는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인식의 첫 불꽃이 발화된 사람.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 변화하는 존재이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죽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데미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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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7.11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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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속 흑백 텔레비전, 이것을 알면 아재?!
11월 호 샘터를 우편함에서 만났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샘터.
서둘러 종이 봉투를 뜯으니, 아주 오래 전 티비가 떡 하니 보였다.
저 화면 속 사람들은 누구일까? 기자들로 추정되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있으니 아마도 정치인이려나?

어, 이달에 만난 사람 : 김유곤 약사님.
이 분을 '세상에 이런일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뵌 적이 있었다.
24시간 심야약국을 운영하는 분. 일주일에 딱 하루만 약국을 비우고 365일 약국을 여시는 분.
티비에서 이 약사님을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한편으론 건강이 염려되었다.  약제실 뒷편에 살림살이를 두고 밥도 해드시고,

쪽잠도 주무시고. 건강을 위해서 근처 헬스장에서 초간단 운동을 하고 샤워를 하는 모습을 봤었다.
공공심야약국이  전국에 20여 곳이 운영 중이라 하나, 좀 더 확대되면 좋겠다.

 그리고 김유곤 약사님께서도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면 참 좋겠다.
'심야약국 놀이'를 한다는 심정으로 일을 한다고 하셨지만, 좀 더 건강을 챙기시면서 일을 하셨으면 좋겠다.




이번 11월호 특집  주제는 [집 없는 민달팽이들의 '집 이야기'] 이다.
사실, 원고를 투고해봐야지 생각하고 글을 썼다가 접수를 하지 못했었다.
역시나 고시원 이야기가 있었다. 훗. 나의 이야기에도 고시원, 원룸 살이 이야기가 있었는데,

좀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원고를 투고하기에 내 글이 실린다는 보장은 없지만 말이다.

집이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한 평생 돈을 벌어도 편하게 누울 집을 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집값은 계속 올라가고, 예전에 몇 천원만원이면 살 수 있었던 집이
억단위로 바뀌고.
이제 좀 괜찮은 집이다 싶으면 헉소리 나는 가격이다.
오죽했으면 진정한 집주인은 "은행님"이란 우스갯소리도 있으랴.

힘겹게 노력한 결과로 얻은 소중한 보금자리.
고시원 생활, 셋방살이의 추억 나눔, 소중한 추억이 서린 집에서 살아가는 기쁨을 살펴볼 수 있었다.
나도 엄마한테 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달동네라는 곳에 언니들과 엄마, 아빠가 살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었다.

 나는 달동네 셋방살이를 경험하지는 못했지만, 언니들은 그 때 그 시절 얼마나 힘들었을까?
지금은 아파트, 빌라, 주택에서 다들 각자의 삶을 살고 있어서 참 다행이다.


한 손으로 대금을 연주하는 박니나님에 대한 기사를 보았다.
양 손으로도 연주하기 힘든 대금을, 한 손으로 연주하는 분이라니.
한 순간에 반신불수의 몸이 되어 얼마나 힘들었을까?  새벽에 쓰러져 있는 동안 골든타임을 놓쳐버려 편마비가 된 것이다.

  장애인이 된 그녀는 절망의 늪에 빠져있지 않았다. 재활을 받으면서 자신의 꿈으로 나아간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어떠한 어려움이 있었는지는 감히 말할 수 없다.
퉁소명인 신용춘 선생님께서 만들어준 외손대금으로 다시 시작한 연주.
하루 12시간이 넘는 맹연습을 한 그녀. 포기하고 싶고, 모든 것을 놓고 싶은 그녀였지만...

한 손에 다시 쥔 희망을 결코 놓지 않길 기도해본다.
외손대금 연주자로 멋지게 연주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길 바란다.

샘터에서는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어서 정겹다.
어찌나 맛깔나게 이야기를 잘하는지.
어쩜 우리 모두는 타고난 이야기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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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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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날] 귀요미 꿀꿀이가 시선을 끌어요.

꽃과 돼지라... 웃고 있는 꽃돼지를 보니 슬며시

제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지네요.

 

부제로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라고 적혀 있습니다.

 

& 그림 : 강석문

 

나는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나 좋아서 그린다. 그림은 운명인 것 같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그림을 잘 못 그리는 화가에 속한다.

 

그림을 그린다. 그리다 보면 사람을 그리고 있다. 웃는 얼굴을 그린다. 그냥 웃음이 난다. 그림 속의 너도 웃고, 그리는 나도 웃고 내 그림을 보는 이도 그냥 웃는 그림이 좋다.

책 날개에 이렇게 저자의 글이 있어요.

자족하는 삶을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례를 보니,

 

1. 봄이 오니, 시작하기 딱 좋다

2. 여름이 오니, 한눈팔기 딱 좋다

3. 가을이 오니, 나누기 딱 좋다

4. 겨울이 오니, 꿈꾸기 딱 좋다

 

농사를 짓는 아버님과 함께 농사를 거들고 밥하고 살림하며 그림그리는 분이라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면서 살아가고 계시군요.

우리 조상님들은 24절기를 사용했었죠.

 

24절기는 1년을 15일을 24등분한 것으로 계절의 특징을 알려주는 역법이라고 합니다. 24절기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달의 위상변화를 기준으로 역일을 정해 나간 것에, 태양의 위치에 따른 계절변화를 고려하여 윤달을 둔 태음태양력으로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상태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기후와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계절의 특성을 알려주는 24절기는 옛날 농경사회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었죠.

 

어렸을 때는

 

입춘 : 봄의 시작

입하 : 여름의 시작

입추 : 가을의 시작

입동 : 겨울의 시작

 

위와 같은 절기가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24절기가 참 신기하게 맞아떨어짐을 본답니다. 정확하게 우리나라 기후를 맞춰 작성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

 

구순이 넘은 아버님과 함께 농촌 생활을 하는 저자.

 

[나에 대한 오해] 에서

 

주위 분들은 가끔 내게 효자라고 칭찬을 해주신다. 난 효자가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 얹혀 살고 있다.

아버지 집에서, 아버지가 키운 농산무로 등 따시고 배부르게,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지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농사꾼인 아버지의 졸병이다.

4천 평 밭 중 기껏해야 30평 정도에 내 마음대로 몇 가지 채소를 심고 가꾸고 있다.

농사짓는다는 소릴 하기가 참 창피하다. 그래서 어디 가서 절대 농사짓는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난 농사꾼이 아니라 농사꾼 쫄병이기 때문이다.

 

나는 효자는커녕 참 불효막심한 놈이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의 모습,

스스로 농사꾼 쫄병이라는 표현이 참 정겹습니다.

구순이 넘은 아버님과 함께 18,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셨군요.

아버님을 모시는 효자라 아니라, 아버님 등에 올라탄 자식이라 자신을 폄하하고 있지만, 함께 한 세월이 대단합니다.

 

 

[아부지는 경운기 타고 장에 가시고] 에서

 

탈 딸딸딸딸탈!

붉은색 석양을 배경으로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들려온다.

차들이 많아져 경운기 끌고 장에 가시는 날엔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한데, 오늘도 별 탈 없이 돌아오시니 다행이다.

 

시골 장날은 마을 축제 같지요.

구순의 노인이 경운기를 몰고 장터로 향하는 모습이 절로 상상됩니다.

장날의 추억은 저에겐 없지만, 아련한 향수가 있습니다.

산더미같이 쌓아 가져간 농산물을 다 팔고,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모습.

사람 구경, 세상 구경을 하러 장터에 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단감나무 아래서] 에서

 

사람을 대할 때나 자연을 대할 때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을 다한다면 혹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모든 게 순리대로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일 아침 해가 밝으면 아버지를 꼬옥 안아드릴 생각이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내 마음과 오래오래 건강히 사시라는 소원을 담아서.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도 안아주고 여드름투성이 아들도 안아주고 나랑 재미나게 놀아주는 강아지들도 꼬옥 안아주어야겠다. 과수원의 나무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모두 안아주어야겠다. "모두 모두 고마워!" 라고.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넉넉합니다.

반려 동물처럼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요. 저도 바질트리 <쑥쑥이>를 키우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늘 베란다 창문을 열면서 인사를 하곤 합니다. " 쑥쑥아~ 굿모닝! 사랑해! "

이젠 제법 친구들이 생겼지요. 쑥쑥이 가지에서 나온 <쑥쑥이 2> , 해충을 물리쳐준다는 <햇살이>, 전자파 차단 <스투키>, 새로 온 친구 <베니>.

초록의 힘이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니 아부지 뭐하시노?] 에서

 

선생님께선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대사를 세련된 서울말로 내게 물으셨고, 나는 죄 지은 고양이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농사짓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농사짓는 일은 힘들다. 선뜻 '전업농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게 무섭다. 가장 고귀한 일이고 필요한 일인데 아버지의 옛 모습에, 노동에 비해 형편없는 대가에 항상 망설여진다.

 

젋은이가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 동네에 들어오면 내가 처음 동네 어른께 들었던 "쯧쯧쯧!"이 아닌 "잘 내려왔네!"라는 말을 듣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우리 아부지 농부요!"라고 외치면 친구들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세상이면 좋겠다.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조사하는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 생활 조사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작업.

어렸을 때 기억이 납니다. 가족 수 조사를 하는데, 제 또래 친구들은 가족 인원이 3, 4, 많아야 5명이었어요. 저는 딸 부잣집 막내딸이라 6명의 대가족에서 자랐어요. 가족이 많으니 친구들이 신기하게 보더라구요. 어린 시절에는 저도 저자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던 시간이 있었답니다.

점점 자라면서 가족이 많은 건 축복이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 덕분에, 교육열 덕분에 4명의 딸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언니들 덕분에 친구들보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지요. 사랑과 관심이 좀 부담스럽긴 해도,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자랐기에 실패나 좌절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회복탄력성이 높더라구요.

 

귀농, 귀촌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농업도 이젠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닐 수 있지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젊은 농부들이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더라구요.

먹거리의 소중함, 쌀 한톨의 소중함을 알아갈 수 있는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저자, 시골살이 덕분에 부모님과 많은 추억을 만들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 감사하다고 하시네요. 자신을 복 받은 사람이라 표현하다니. 얼마나 멋진가요!

구십 둘 아버지와 함께하는 모습이 슬며시 떠오릅니다.

 

"나의 책도 지치고 힘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따스한 온기로 남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저자.

[딱 좋은 날]을 읽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있었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작가분의 유머넘치는 그림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꼈습니다.

대가족에서, 시골살이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풍성함을 저도 얻어갑니다.

 

 

 

오늘은 행복하기 '딱 좋은 날' 입니다.

 

 

 

 

 

 

 

샘터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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