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좋은 날 -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강석문 지음 / 샘터사 / 2017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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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좋은 날] 귀요미 꿀꿀이가 시선을 끌어요.

꽃과 돼지라... 웃고 있는 꽃돼지를 보니 슬며시

제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지네요.

 

부제로

<농부라고 소문난 화가의 슬로 퀵퀵 농촌 라이프> 라고 적혀 있습니다.

 

& 그림 : 강석문

 

나는 화가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냥 나 좋아서 그린다. 그림은 운명인 것 같다. 남과 비교하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그림을 잘 못 그리는 화가에 속한다.

 

그림을 그린다. 그리다 보면 사람을 그리고 있다. 웃는 얼굴을 그린다. 그냥 웃음이 난다. 그림 속의 너도 웃고, 그리는 나도 웃고 내 그림을 보는 이도 그냥 웃는 그림이 좋다.

책 날개에 이렇게 저자의 글이 있어요.

자족하는 삶을 사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차례를 보니,

 

1. 봄이 오니, 시작하기 딱 좋다

2. 여름이 오니, 한눈팔기 딱 좋다

3. 가을이 오니, 나누기 딱 좋다

4. 겨울이 오니, 꿈꾸기 딱 좋다

 

농사를 짓는 아버님과 함께 농사를 거들고 밥하고 살림하며 그림그리는 분이라 사계절을 온전히 느끼면서 살아가고 계시군요.

우리 조상님들은 24절기를 사용했었죠.

 

24절기는 1년을 15일을 24등분한 것으로 계절의 특징을 알려주는 역법이라고 합니다. 24절기는 중국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달의 위상변화를 기준으로 역일을 정해 나간 것에, 태양의 위치에 따른 계절변화를 고려하여 윤달을 둔 태음태양력으로 중국 주나라 때 화북지방의 기상상태에 맞춰 만들어졌다고 하네요.

우리나라 기후와는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지만, 계절의 특성을 알려주는 24절기는 옛날 농경사회에서 중요하게 사용되었죠.

 

어렸을 때는

 

입춘 : 봄의 시작

입하 : 여름의 시작

입추 : 가을의 시작

입동 : 겨울의 시작

 

위와 같은 절기가 와닿지 않았어요.

그런데 점점 나이를 먹어가면서~ 24절기가 참 신기하게 맞아떨어짐을 본답니다. 정확하게 우리나라 기후를 맞춰 작성된 것은 아니라고 해도 말이죠.

 

구순이 넘은 아버님과 함께 농촌 생활을 하는 저자.

 

[나에 대한 오해] 에서

 

주위 분들은 가끔 내게 효자라고 칭찬을 해주신다. 난 효자가 아니다.

무엇보다 나는 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게 아니라 아버지께 얹혀 살고 있다.

아버지 집에서, 아버지가 키운 농산무로 등 따시고 배부르게, 부족함 없이 넉넉하게 지내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농사꾼인 아버지의 졸병이다.

4천 평 밭 중 기껏해야 30평 정도에 내 마음대로 몇 가지 채소를 심고 가꾸고 있다.

농사짓는다는 소릴 하기가 참 창피하다. 그래서 어디 가서 절대 농사짓는다고 얘기하지 않는다. 난 농사꾼이 아니라 농사꾼 쫄병이기 때문이다.

 

나는 효자는커녕 참 불효막심한 놈이다.

 

이렇게 자신을 표현하는 저자의 모습,

스스로 농사꾼 쫄병이라는 표현이 참 정겹습니다.

구순이 넘은 아버님과 함께 18, 20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셨군요.

아버님을 모시는 효자라 아니라, 아버님 등에 올라탄 자식이라 자신을 폄하하고 있지만, 함께 한 세월이 대단합니다.

 

 

[아부지는 경운기 타고 장에 가시고] 에서

 

탈 딸딸딸딸탈!

붉은색 석양을 배경으로 멀리서 경운기 소리가 들려온다.

차들이 많아져 경운기 끌고 장에 가시는 날엔 항상 마음이 조마조마한데, 오늘도 별 탈 없이 돌아오시니 다행이다.

 

시골 장날은 마을 축제 같지요.

구순의 노인이 경운기를 몰고 장터로 향하는 모습이 절로 상상됩니다.

장날의 추억은 저에겐 없지만, 아련한 향수가 있습니다.

산더미같이 쌓아 가져간 농산물을 다 팔고, 돌아오시는 아버지의 모습.

사람 구경, 세상 구경을 하러 장터에 가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을 떠올려봅니다.

 

[단감나무 아래서] 에서

 

사람을 대할 때나 자연을 대할 때 진심으로 사랑하고 정성을 다한다면 혹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모든 게 순리대로 잘될 것이라고 믿는다.

 

내일 아침 해가 밝으면 아버지를 꼬옥 안아드릴 생각이다. 잘 키워주셔서 감사하다는 내 마음과 오래오래 건강히 사시라는 소원을 담아서. 그리고 사랑하는 아내도 안아주고 여드름투성이 아들도 안아주고 나랑 재미나게 놀아주는 강아지들도 꼬옥 안아주어야겠다. 과수원의 나무들도 시간이 날 때마다 한 번씩 모두 안아주어야겠다. "모두 모두 고마워!" 라고.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사람의 마음은 넉넉합니다.

반려 동물처럼 반려 식물을 키우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요. 저도 바질트리 <쑥쑥이>를 키우고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늘 베란다 창문을 열면서 인사를 하곤 합니다. " 쑥쑥아~ 굿모닝! 사랑해! "

이젠 제법 친구들이 생겼지요. 쑥쑥이 가지에서 나온 <쑥쑥이 2> , 해충을 물리쳐준다는 <햇살이>, 전자파 차단 <스투키>, 새로 온 친구 <베니>.

초록의 힘이 느껴지는 아침입니다.

 

 

[니 아부지 뭐하시노?] 에서

 

선생님께선 정말 영화 속 한 장면처럼 "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대사를 세련된 서울말로 내게 물으셨고, 나는 죄 지은 고양이마냥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농사짓는데요!"라고 대답했다.

 

농사짓는 일은 힘들다. 선뜻 '전업농부'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게 무섭다. 가장 고귀한 일이고 필요한 일인데 아버지의 옛 모습에, 노동에 비해 형편없는 대가에 항상 망설여진다.

 

젋은이가 농사를 짓겠다고 시골 동네에 들어오면 내가 처음 동네 어른께 들었던 "쯧쯧쯧!"이 아닌 "잘 내려왔네!"라는 말을 듣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니 아부지 뭐 하시노?"라는 선생님의 물음에 "우리 아부지 농부요!"라고 외치면 친구들이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세상이면 좋겠다.

 

 

지금도 여전히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 부모님 직업을 조사하는 시간이 있을 것입니다. 가정 생활 조사라는 명목하에 이루어지는 작업.

어렸을 때 기억이 납니다. 가족 수 조사를 하는데, 제 또래 친구들은 가족 인원이 3, 4, 많아야 5명이었어요. 저는 딸 부잣집 막내딸이라 6명의 대가족에서 자랐어요. 가족이 많으니 친구들이 신기하게 보더라구요. 어린 시절에는 저도 저자처럼 얼굴이 화끈거리던 시간이 있었답니다.

점점 자라면서 가족이 많은 건 축복이었습니다. 엄마, 아빠의 사랑 덕분에, 교육열 덕분에 4명의 딸 모두 대학을 졸업하고, 언니들 덕분에 친구들보다 새로운 경험을 많이 했지요. 사랑과 관심이 좀 부담스럽긴 해도, 충분한 지지를 받고 자랐기에 실패나 좌절에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 회복탄력성이 높더라구요.

 

귀농, 귀촌을 선택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농업도 이젠 더 이상 사양 산업이 아닐 수 있지요. 유기농 인증을 받은 젊은 농부들이 사업을 확장해나가는 모습을 보면 대단하더라구요.

먹거리의 소중함, 쌀 한톨의 소중함을 알아갈 수 있는 체험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7남매 중 막내로 태어난 저자, 시골살이 덕분에 부모님과 많은 추억을 만들고 행복한 시간을 가져 감사하다고 하시네요. 자신을 복 받은 사람이라 표현하다니. 얼마나 멋진가요!

구십 둘 아버지와 함께하는 모습이 슬며시 떠오릅니다.

 

"나의 책도 지치고 힘든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고 따스한 온기로 남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는 저자.

[딱 좋은 날]을 읽으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아름다움을 떠올릴 수 있었고,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들과 작가분의 유머넘치는 그림을 보면서 마음의 여유를 느꼈습니다.

대가족에서, 시골살이에서 느낄 수 있는 마음의 풍성함을 저도 얻어갑니다.

 

 

 

오늘은 행복하기 '딱 좋은 날' 입니다.

 

 

 

 

 

 

 

샘터 http://post.naver.com/isamt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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