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클래식 오디세이 5
헤르만 헤세 지음, 뉴트랜스레이션 옮김 / 다상출판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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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드디어 만났다.

사실, [데미안], [싯타르타]를 구입한 지는 오래되었다.

책 추천에서 빠지지 않았던 헤르만 헤세의 책을 이제서야 읽다니.

좀 부끄럽지만, 이제라도 읽어서 다행이다.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인 소설로 느껴졌다.

목사인 아버지와 신앙심 깊은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와 [데미안]의 주인공 에밀 싱클레어가 참 닮아있었다.

 

정신적인 한계 상황을 경험한 헤세가 의학심리학의 대가인 카를 구스타프 융의 제자인 요제프 베른하르트 랑 박사에게서 정신분석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이후 정신분석을 바탕으로 한 성장 소설 [데미안]을 집필했다고 한다. 소설에서 꿈에 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아마 정신분석 치료 과정의 연장선이 아니었을까?

 

 

8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두 개의 세계

2장 카인

3장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린 도둑

4장 베아트리체

5장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6장 야곱의 싸움

7장 에바 부인

8장 종말의 시작

 

나는 1장을 읽어내려 가면서 화자에게 감정이입을 했다.

옛날 나의 유년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두 개의 세계에서 혼란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서 나를 떠올랐다.

나도 독실한 가톨릭 가정에서 자랐다.

항상 바르고 도덕적인 교육을 받으면서 컸지만, 우습게도

동네 언니들이 작은 슈퍼마켓에서 과자를 훔칠 때 망을 보았다.

잘못된 행실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왜 그런 나쁜 행동에 가담했는지.

밝고 반듯한 세계에 속한 부모님의 자식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나는 금지된 세계를 동경했는지도 모르겠다.

 

데미안과 만나게 된 2.

성경에서 만났던, 카인과 에벨 이야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미안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기존의 해석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하니, 당연히 혼란스러울 수 밖에.

마치 내가 예전 [다빈치 코드]라는 책과 영화를 보았을 때의 충격이라고 할까?

 

용기와 개성을 표출시키는 인간은 어디에서나 다른 사람에게 두려움을 느끼게 하지. 두려움을 모르는 종족이 돌아다닌다는 건 아무래도 불편한 일이니까. 그래서 사람들은 이 종족에게 별명을 붙이고, 우화를 달아놓은 거야. 그 족속들에게 복수하려고 모두가 간신히 견디는 두려움을 별것 아닌 것처럼 만들려고 말이지. 이해되니? (P 49)

 

 

 

데미안과 싱클레어가 함께 하는 시간을 따라가면서, 마치 내 옆에 데미안이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에게도 종교는 매우 큰 영향을 끼치고 있으니까 말이다. 데미안 덕분에 성서 이야기나 교리를 좀 더 자유롭고 개인적이며 유희적이고, 풍부한 상상력으로 바라보며 해석하는 습관을 익혔다고 표현하는 싱클레어. 그러나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기존의 자신의 생각을 온전히 뒤흔들만한 이야기를 하는 데미안.

 

 

우리는 스스로가 무엇이 허용된 것이며, 무엇이 금지된 것인지 알야야 하는 거야. 자기에게 금지 된 것 말이야.....(중략)

너무 안일하게 스스로 생각하고,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걸 귀찬아하는 사람은 기존의 금지된 것에 그대로 순응해버리지. 그게 편하니까.

그러나 어떤 사람은 자기 안에서 스스로 계율을 느껴. 이런 사람에게는 명망 있는 사람들이 매일 행하는 일이 금지되기도 하고, 일반적으로 엄금된 일이 스스로에게는 용납되기도 해. 누구든 자기 스스로 책임질 필요가 있는 거야. (P 98)

 

 

낯선 곳에서 홀로 된 싱클레어의 방황.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내는 주인공 앞에 기적처럼 나타난 운명의 소녀.

베아트리체라는 이름을 홀로 붙이며, 다시 어둠의 세계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는 그.

베아트리체의 초상화를 그려나가는 싱클레어. 그런데 그 초상화 속에서 데미안을 발견하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모습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새는 알에서 나오려고 투쟁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

새는 신에게로 날아간다.

그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유명한 구절을 드디어 만났다.

태어나려는 자는 한 세계를 깨뜨려야만 한다는 말을 다시 한번 되뇌어본다.

자신이 둘러싸고 있는 세상에서 새롭게 다시 일어서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연히 만나게 된 오르간 연주자 피스토리우스와 싱클레어.

피스토리우스는 싱클레어의 성장을 돕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싱클레어가 '아브락사스'에 대한 의문점을 갖고 있었을 때, 운명적으로 만난 두 사람.

신비주의자, 혹은 구루라고 피스토리우스를 칭할 수 있을까?

 

 

인식의 첫 불꽃이 발화됨으로써 비로소 인간이 되는 거야. 설마 자네는 저 거리를 돌아다니는 두 발 달린 족속들을, 직립 보행을 하고 아이를 임신해 아홉 달을 품고 있다는 오직 그 이유만으로 인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그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가 아직도 물고기나 양, 지렁이나 거머리일 수도 있다는 걸 자네는 알거야. (P 160)

 

 

인식의 불꽃이 발화되지 않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가?

, 진정한 인간이 되는 길은 머나먼 여정이다. 기나긴 외로운 여행길.

피스토리우스가 싱클레어에게 한 말은 우리들에게 하는 말이다.

싱클레어가 성장하는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내가 진정한 나를 발견해 내 안에서 성장해 나가고 있음을 아는 것,

나 자신의 꿈과 생각, 예감을 신뢰하고 내 내부에 존재하고 있는 힘에 대해 점점 더 많이 알아가는 것이 좋았다. (P 183)

 

 

우리 각자에게 주어진 진정한 소명은 오직 하나, 자기 자신에게 도달하는 것이다.(P 192)

 

 

우리가 의무요, 운명이라고 느꼈던 것은 오직 한 가지 일뿐이었다.

그것은 우리들 각자가 와전히 자기 자신이 되고, 자기 내면에서 작동하는 자연의 소질에 완전히 몰입해 자연적 의지에 따라 살며, 불확실한 미래가 가져올 미래의 일에 대비해 마음의 준비를 하며 살아가는 것이 운명이자 의무라고 느꼈다. (P 219)

 

 

데미안와 그의 어머니인 에바 부인과의 만남을 갖게된 싱클레어.

에바 부인을 이성적으로 느끼는 그의 모습은 좀 낯설었다. 그러나 꿈속에서 계속 만나고 싶었던 여성의 모습이었기에 혼란스러웠을 그가 이해되었다.

싱클레어는 데미안을 동경하기도, 때로는 부정하기도 하다.

데미안은 그의 친구이기도 하고, 인도자이기도 하다.

싱클레어가 자신의 길을 찾는 길을 보여주는 성장 소설로 보아야 할까?

혹은 싱클레어가 데미안이 되는 과정이라고 해야할까?

인식의 첫 불꽃이 발화된 사람.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는 존재, 변화하는 존재이다.

자기 자신을 찾아가는 여정은 죽기 전까지 계속될 것이다.

 

고전에서 삶의 지혜를 만날 수 있길 희망하며, [데미안]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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