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시몬 베유처럼 관심을 기울이는 법
관심은 우리의 삶을 형성한다. 우리가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냐에 따라 나의 삶이 매순간 새롭게 채워진다. 결국,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베유는 타인의 고통을 자기 고통처럼 느꼈다. 중국의 기근 소식을 듣고 눈물을 터뜨린 베유를 본 보부아르의 회상이 인상깊다. “전 세계에 맥박이 울리는 심장을 가진 그녀가 부러웠다.”
나는 무엇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나? 그냥 잠깐 인지하는 게 아니라 순수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무엇인가? 돌이켜보면 순수한 관심을 갖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인 것 같다. 심지어 나에게 관심을 갖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 그러니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은 정말 힘들 수밖에. “고통을 겪는 사람에게 관심을 보일 수 있는 능력은 매우 희귀하고 갖기 어려운 능력이다. 그건 거의 기적에 가깝다. 아니, 그것이 바로 기적이다.”
그런 기적을 경험하기 위해 필요한 질문으로 베유는 이 질문을 제시한다. ”지금 무슨 일을 겪고 계신가요?“
왜냐하면 베유에 따르면 이 질문은 고통받는 사람을 집합체의 단위로, 어떤 대상으로 보는 게 아니라 나와 똑같은 한 명의 인간으로 보게 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고통들이 여러 매체속에 이리저리 떠다니는 시대이다. 그만큼 우리는 고통에 쉽게 무뎌진다. 그럴 때마다 마주하는 고통들에 저 질문을 던질 수 있기를. 조금씩 연습해봐야겠다.
그런데, 우리가 타인의 고통에 무뎌지지 않아야 되는 이유가 있나? 그런 마음이 든다면 우리가 얼마나 연결되어 있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그리고 타인에게 관심을 갖는다는 건 나만큼 상대를 인격으로 대우하는 것과 동일한 말이기에 어쩌면 그런 질문이 필요치 않을 정도로 당연한 것일 수 있다.
관심의 질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어디에 관심을 기울이기로결정했느냐, 더 중요하게는 어떻게 관심을 기울이느냐가 곧 그 사람을 보여준다. 지난 삶을 돌아볼 때 어떤 기억이 표면 위로 떠오르는가? 어쩌면 결혼식처럼 커다란 사건일 수도 있고, 우체국의말도 안 되게 긴 줄에서 뒤에 선 사람과 나눈 뜻밖의 다정한 대화처럼 작은 사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기억은 가장 주의를 기울인 순간일 확률이 높다. 우리의 삶은 가장 열중한 순간들의 총합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베유는 "가장 큰 희열은 가장 온전하게주의를 기울였을 때 찾아온다"라고 말했다. - P222
가장 강렬하고 너그러운 형태의 관심에는 다른 이름이 있다. 바로 사랑이다. 관심은 사랑이다. 사랑은 관심이다. 이 두 가지는같은 것이다. "불행한 사람이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필요로 하는것은 다름 아닌 자신에게 관심을 줄 수 있는 사람이다." 베유는말한다. 보답에 대한 기대 없이 타인에게 온전한 관심을 쏟을 때에만 우리는 이 "가장 희소하고 순수한 형태의 너그러움"을 베풀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부모나 연인에게서 관심을 받지 못하는 것이 그렇게나 괴로운 것이다. - P227
진정한 관심이라면 그저 타인의 존재를 인지하기만 하는 것이아니라 그 사람을 인정하고 공경해야 한다. 병원만큼 이런 관심이 꼭 필요한 곳은 없다. 과로하는 응급실 의사는 환자가 언제 고통을 느끼는지를 인지하고 그 원인을 찾아내 고통을 치료해주지만 절대 환자에게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환자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배신감을 느낀다. - P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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