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밤

이런 삶도 있겠구나 싶은 밤이다. 간단한 대화로는 알지 못하는 깊은 이야기를 들은 느낌.

"기도가 통하는 세상이면 그건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니겠지. 정말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고? 그럼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은 간절히 살기를 바란 게 아니란 말이야?"

거기까지 말하고 주희는 가만히 숨을 쉬었다. 윤희의 대답을 바라는 것처럼, 윤희는 팔에 얼굴을 받치고 누워 있는 주희를 아무 말 없이 바라봤다.

"그런데도, 가끔은 사람들이 우리 엄마 죽지 말라고 빌어준 거, 그 기도들은 사라지지 않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 그 기도들은 기도 나름대로 계속 자기 길을 가는 거지, 세상을 벗어나서. 그게 어디든 그냥 자기들끼리 가는 거지. 그것도 아니라면..…"

주희는 지난 일들을 말했다. 결혼 생활과 이혼에 이른 과정, 아이와 헤어졌을 때의 심정, 아이를 보게 해달라고 시가에 찾아갔던 일, 그곳에서 들어야 했던 말들, 법원을 오갔던 시간, 텅 빈 밤, 무엇에도 의존하고 싶지 않아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 집안을 청소하던 때의 마음 같은 것들을. - P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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