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이름표를 잘 붙이자.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는 게 아니다. 상대주의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그만큼 허무하고 자기모순적이다. 모든 것이 상대적이라고 얘기하는 건 논의의 발전을 불가능하게 만들며 회의주의에 빠지기 십상이다. 모든 것을 상대주의적으로 환원하여 생각하는 순간 남는 선택지는 두 가지뿐이다. 진리 탐구를 포기하거나 속세를 떠나거나. 그러나 인간은 어디까지나 현실에 발 붙이고 살고 있으며 끊임없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내가 경계하고자 하는 건 일상 속에서 개인의 무의식을 잠식하는 언어, 매체, 사회의 문화, 고정관념이다. 그러니까 세계의 상대성, 절대성과 다른 차원, 보다 몇 단계 낮은 차원에서의 주체성을 얘기하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관 없이 모든 것을 용인하기보다 오히려 자기 주관이 뚜렷하게 서 있어야 한다. 깨어있자. 깨어서 주체적으로 파악하자.

이 연구에서 채노위츠와 나는 ‘크로모시도시스‘라는 가짜 병명을만들어 낸 다음 이 병이 청력을 떨어뜨릴 수도 있는 질병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이 장애의 여부를 실험할 예정이라고 알리고 증상이 적힌 소책자를 나눠 주었다. 이때 모든 참가자에게 똑같은 자료를 나눠 준 것은 아니다. 네 집단 중 세 집단에게 나눠 준 소책자에는 인구의 80퍼센트가이 장애를 갖고 있다고 적혀 있었다. 이 질병의 가능성을 참가자 자신과 좀 더 연결시키게끔 하려는 의도였다. 또한 크로모시도시스로진단받는 경우 스스로 어떻게 도울 것인지 방법을 생각해 보라고 그들에게 요청했다. 네 번째 집단이 받은 소책자에는 인구의 10퍼센트만이 걸리는 희소병이라고 적음으로써 질병과의 관련성을 덜 느끼도록 했다. 그들에게는 이 병으로 진단받으면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해보라고 요청하지 않았으므로, 우리의 가설에 따르면 네 번째 집단은 소책자에적힌 정보를 무심히 훑어볼 터였다. 그들은 실제로도 그러했다. 우리는 피험자 전원에게 크로모시도시스 진단을 위한 ‘청력 실험‘을 실시했다. 피험자가 정말로 크로모시도시스를 앓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들려는 절차였다. 그러고 나서 소책자에 설명된 특정 장애를 알아보기 위한 일련의 후속 실험을 실시했다. 그 병이 자신과 별 관계없다고 여긴 사람들, 즉 무심한 독자들은 다른 집단과 마찬가지로 받은 특정 후속 실험에서 주어진 자료와 우리의 설명을 감안해 어떻게 질병에 대처할 것인지 생각하고 자신과 좀 더 관계있는 병이라 여긴 사람들에 비해 절반도 안 되는 성과를 보였다. 처음에 정보를 받아들인 방식이 나중에 그 정보의 사용 방식을 결정했기 때문이다. - P231
아툴 가완디(Atul Gawande)는 자신의 저서 《합병증(Complications)》에서 의학을 "불완전한 과학, 끊임없이 변하는 지식의 기업, 불확실한정보와 실수투성이 개인"이라고 표현한다. 모든 개인은 다르고, 모든 병원체도 다르므로 필연적으로 모든 치료 전략은 달라야 한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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