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신병원에 놀러간다 - 편견을 깨고 문턱은 낮추는 원무과 직원의 단단한 목소리
원광훈 지음 / 이담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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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요즘 심리 상담을 받고 있다. 단순히 상담을 받는 것뿐인데도 그 한 번을 방문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10년 가까이 원인 모를 우울감에 시달렸는데 이제 비로소 이 녀석 좀 다뤄볼 수 있겠는데? 싶을 때쯤 과부하가 걸렸다. 전에 없는 강렬한 불안 때문에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제야 처음으로 도움의 손길을 뻗어볼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 일환으로 정신병원이나 정신질환에 관련된 책을 읽어보고 싶었다. 전에 공황 장애에 관한 에세이를 읽고 큰 도움을 받은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래서 이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은 우리가 흔히 오해하는 질환들에 대한 명확한 구분 및 설명은 물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입원을 하는 등의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미디어에서 이따금 과장되어 표현되는 정신병동에 대한 음침한 오해를 한꺼풀 벗겨낼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나 할까. 또 누군가가 떠오르면서 이래서 그랬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 한구석이 아리기도 했다. 미리 알았으면 손이라도 한 번 내밀어보았을텐데, 공연한 후회를 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괜히 가정법을 끌어다 써보기도 했다. 이제라도 알아서 참 다행이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쉬쉬하고 다르다고 선 긋느라 이해된 적 없는 사람들을 위해서 모두가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했다.

또한 나처럼 정신과 치료에 의구심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아니다 싶으면 거부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 좋았다. 처방해준 약을 무조건 먹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이 낯설고 신기했다. 의사가 나보다 훨씬 똑똑하고 전문적인 사람임은 분명한 사실이므로 주입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한국 사람이라면 마땅히 순순하게 처방 약을 받아다 제때 꼴깍 삼키는 일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나를 지키기 위해 발휘하는 자기방어가 가장 중요하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당연한 말이지만.

원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서라도) 분석하는 일에 흥미가 많았는데 자기 보호를 할 줄 아는 인간이 되기 위해 그 과정이 필수라는 것을 알게 되자 오히려 불안하던 마음이 가라앉았다. 내가 나를 지킬 수 있다면, 그 방법이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면, 머릿속에서 부정적인 이야기를 지껄이는 녀석쯤 어르고 달래 데리고 살 수도 있겠구나. 필요하다면 도움을 받을 수 있고, 오히려 해가 된다면 거부할 수도 있구나.

코로나 바이러스가 장기화되면서 다들 부정적인 감정을 적어도 한 조각씩은 마음 한구석에 품고 사는 것 같다. 모두가 알았으면 좋겠다. 너만 예민한 게 아니고, 충분히 그렇게 느낄 수 있으며, 언제든 도울 사람이(단체가) 있다는 것을.

본 포스팅은 리뷰어스 클럽을 통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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