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와 고흐 : 따뜻한 위로가 필요할 때 - 전통과 도덕적 가치를 허문 망치 든 철학자의 말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공공인문학포럼 엮음, 빈센트 반 고흐 그림 / 스타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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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와 고흐. 니체라는 철학가와 고흐라는 화가의 글과 그림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절대 진리를 거부하고 기존 가치를 때려부수고 새로운 가치를 창조한 철학가 니체는 '신은 죽었다'는 유명한 문장 뿐만아니라 주옥같은 문장으로 현대까지 그 존재감을 떨치고 있는 철학가이다. 미술 문외한이라도 고흐 이름을 듣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왼쪽 페이지는 니체의 말이, 오른쪽 페이지에는 고흐의 그림이 배치되어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글과 그림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아름다움, 삶, 신, 지혜, 인간, 존재, 세상, 사색, 예술가, 니체 이렇게 10개의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 페이지의 니체의 말과 오른쪽 페이지의 고흐의 그림은 서로 큰 연관은 없는 듯하다. 그러나 큰 10개의 주제로 묶여 있는 장 안에서 같은 주제끼리 니체의 글과 고흐의 그림을 엮었다.


니체의 저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발췌한 글이다. 니체의 여러 저서에서 주옥같은 문장들만 따로 엮어두었다. 니체의 글은 그의 저서의 제목에서처럼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글들이며 그가 삶의 허무주의를 극복하고 인간성 회복과 삶의 실존을 위하여 얼마나 고뇌했는지 알 수 있다. 니체의 글들이 꾸준히 전세계적으로 현대인들의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현대의 삶이 팍팍하다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위로가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그의 글은 따뜻한 위로가 되어준다.



나는 지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그리고 굉장히 높이 올라왔다. 이에 대한 몇 가지 확실한 증거도 있다. 주위가 전보다 넓어졌고 전망도 훨씬 좋아졌다. 바람이 조금 차가워졌지만, 내 가슴은 따뜻해졌다.

이제 나는 온화함과 따스함을 혼동하는 어리석음에서 벗어날 수 있다. 나의 발걸음은 훨씬 단단해졌고 또한 확실해졌다. 용기가 나를 성장시켰다. 앞으로 나는 더욱 고독해질 것이며 이전보다 험난해진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308p

고흐의 그림은 유명한 자화상부터 시작해서 그가 우울증과 알콜(압생트) 중독에 걸려 그의 그림이 노란색으로 물들었던 그림들이 한 장씩 삽입되어 있다. 마치 미술관 전시회에 걸린 그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저 압생트가 그의 친구이자 적이자 삶이자 죽음이었던 것 같다. 영원의 문턱에서 슬퍼하는 노인의 그림, 담배를 피우는 해골 등이 인상적이었고 폭풍우 치는 하는 아래 풍경, 목수의 작업장과 세탁장 등 다양한 풍경 및 배경뿐만 아니라 자화상, 정물 등도 그만의 색채와 질감으로 인상적으로 표현했다. 미술 문외한인 내가 봐도 그의 그림은 연도별로 보면 그의 심경의 변화나 우울의 정도가 느껴지는 듯 했다. 해바라기나 밀밭같은 노란색이 압도하는 그림에서는 마냥 밝은 이미지가 느껴지지는 않는다. 노란색이 원래 주는 밝은 이미지 이면에 뭔가의 고독이나 우울이 느껴진다. 그가 힘들게 살아낸 세상을 시간이 한참 흐르고 난 뒤 내가 느낄 수 있다는 것. 그게 예술이나 글의 힘이 아닐까. 이 책은 니체와 고흐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전시회같은 느낌의 따뜻한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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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락 UNLOCK - 내 안의 가능성을 깨우는 6가지 법칙
조 볼러 지음, 이경식 옮김 / 다산북스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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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하면서도 공부를 하면서도, 그리고 아이들을 보면서도 한 인간이 가진 잠재력을 얼마나 될까, 과연 내가 이 일을 할 수 있을까 여러 번 고민했던 기억이 있다. 가능할 것 같았던 일이 어그러졌던 경험도 있고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점에서 뜻밖의 능력이 발휘되었던 순간도 있다. 내가 가진 잠재력을 백프로 아니 그 이상 발휘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어떻게 하면 주어진 일을 잘 성취할 수 있을까. 한 인간의 잠재력을 이끌어 내는 열쇠를 풀어내는 책, 바로 <언락>이다.

나는 수학 머리가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이 있다고 믿어왔으며, 나는 그 중 수학 머리가 없는 사람에 해당하고 그걸 인정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나는 실제로 아주 머리가 좋은 대학 동기들과 내가 수학 문제를 풀거나 아이디어를 얻는데 걸리는 시간이 상당히 차이난다는 것을 알았고 정말 힘들게 그 사실을 인정했으며 다행스럽게도 수학을 포기는 하지 않았다. 그들이 1시간 걸려 도달할 양을 3시간이 걸려 도달한다는 것을 인정하며 양적인 시간을 투자한 결과 지금의 내가 있다고 생각해왔다. 단, 그걸 인정한 후 노력하면 언젠가는 도달한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학생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쳐왔다. 그런데 책의 서문에서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제시했다.

사람의 능력은 고정불변인 것이 아니며, 어떤 학생이 특정 과목에서 최고 점수를 받는 것도 선대에게 물려받은 유전자 덕이 아니다. 뇌는 고정되어 있고, 특정 분야에 소질이 없을 수 있다는 견해는 과학적으로 틀린 것이다. 뇌가 고정되어 있다는 생각과 우리의 인생을 유전자가 결정한다는 믿음을 떨쳐내고, 뇌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적응력이 높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많은 것이 달라진다. 어떤 것을 배울 때마다 우리 뇌가 새롭게 조직된다는 사실은 최근 10년 동안 가장 중요하다고 꼽을 만한 신경가소성, 즉 뇌의 유연성에 관한 연구를 통해 확립되었다.

p11

이 서문은 내가 그간 생각했던 뇌와 유전자와 완전히 다른 결론이었다. 이 책에서는 여섯 가지 법칙을 통해 다양한 분야에서 탁월한 성취를 이루고, 이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삶을 대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



법칙1. 타고난 재능을 믿지 마라!

법칙 1에서는 신경가소성이라 불리는 뇌의 작용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수준별 수업의 위험성도 언급한다. 우리 나라에서 아직도 일부 학교에서 자행되는 수준별 수업은 학생을 A, B, C로 나누고 그들의 수준에 맞는 수업을 하자는 취지로 시행되어 왔다. 그러나 실제로 내가 읽었던 <수준별 집단편성의 비판적 이해>라는 책에서도 언급되었듯, 이러한 수업은 최상위권 일부를 제외하고는 효과가 없었으며 오히려 학생들에게 낮은 정의적 태도만 길러줄 뿐이었다. 이 책에서 언급하는 부분도 그와 같다. C반에 속한 아이가 A반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왜냐하면 이미 C반에 들어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아이들의 뇌에 제한을 가하기 때문인 것이다. 뇌가 변하고 성장한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부정하는 것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학습 형태를 옳지 못하다는 것이다. 1장에서는 특히 수학 과목에 대한 고정된 관념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나 역시 나 자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이들에게 잘못된 관념을 심어준 것은 아닌지 반성할 수 있었다.



법칙2. 실패를 사랑하라

틀릴수록 뇌가 성장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신선했다. 성공의 경험이 뇌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꺼이 틀릴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 학생이 틀리지 않도록 학습을 설계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오류를 발견하고 여기서 가능성을 이끌어낼 수 있는 학습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 틀리고 실패할 때가 뇌가 성장하는 최고의 순간이라는 것이다. 학생들에게 도전적인 문제를 제시해주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칙3.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어라

생각을 바꾸면 신체와 뇌가 바뀐다는 사실. 생각이 뇌를 결정한다는 것은 뇌가 그만큼 변동성이 크고 유동적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마음이 신체를 지배한다는 것. 그렇다면 모든 것은 마음 먹기에 달린 일이다. 내가 할 수 있다고 믿으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다고 믿으면 절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래서 우리는 성장 마인드셋을 장착하고 가능하다고 믿어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구체적인 과학적 연구자료와 함께 제시하니 더욱 믿음이 갔다. 학생들을 지도할 때도 이러한 믿음에 입각해서 지도할 때와 고정 마인드셋을 장착한 후 지도할 때 그 학생의 역량과 결과가 달라질 것이다.



법칙4. 다양한 방법의 솔루션을 찾아라

사실 말은 쉽지만 어떻게 다양한 방법의 솔루션을 구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그런데 이 장에서 손가락과 관련하여 대학생 손가락 인지 수준으로 계산 시험 점수를 예측하고 악기 연주와 수학 성취도 사이의 상관성이 오랫동안 입증되었다는 사실 등은 상당히 신선했다. 이 장에서는 구체적으로 다차원적 접근법을 알려주고 있다. 어떤 질문을 교사가 던져야 하는지 예시를 보여주고 있으며 이런 방법을 통한 학습이 비약적 성장을 이끈다는 것이다.



법칙5. 문제 해결을 서두르지 마라

빨리빨리가 입에 익은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그리고 심지어는 대학수학능력시험 마저도 얼마나 빠른 시간안에 정확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시험이니만큼 시간과 속도는 학습에서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빠른 생각이 능력이 척도는 아니며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가 학습 능력을 빠르게 성장시킨다는 사실을 이 책에서는 강조하고 있다. 빨리빨리 스타일은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가중시키며 반복연습이 창의성을 죽인다고 얘기한다. 이 책에서 주로 이야기하는 부분은 수학이니 만큼 나는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학생들에게 반드시 시간을 재놓고 문제를 풀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수능이든 내신이든 주어진 시간안에 문제를 해결해야하는 어쩔 수 없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살 때 읽기를 배우고 네 살 때 바흐를 연주하며 여섯 살 때 미적분 문제를 척척 풀어서 영재 대우를 받던 미국 학생들 가운데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한 인물은 거의 없다"는 문장은 상당히 충격적이다. 우리는 어떤 인재를 원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일이다.



법칙6. 내 생각과 타인의 생각을 연결하라

타인과 경험을 공유하고 협력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결정적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사실은 나 역시 세미나나 토론 학습 등을 통해 느끼고 있는 부분이다. 실제로 학교에서 이러한 경험이 이루어지도록 수업하기는 힘들지도 모른다. 적어도 우리 나라같이 주어진 단위 수안에 주어진 내용을 모두 학습해야하는 빠듯한 상황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에서도 내 경험을 공유하고 열린 마음과 자세로 협력 학습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할 것이다.



나는 이 책이 학생을 교육하는 입장에 있는 모든 학부모, 교사, 교수들이 읽어야 할 책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수학에 대한 유전자 결정론적 관점이 우위에 있다는 사시을 알게 되었고 수학 학습에 대한 어려움에 공감하였다. 당연한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교육을 하다보면 고정 마인드셋으로 기울어지기 쉽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기억하고 교육에 임한다면 한 명의 학생일지라도 변화시킬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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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 (양장) - 개정판 새움 세계문학
알베르 카뮈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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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엄마가 죽었다.'라는 강렬한 시작으로 유명한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 쉼표 하나, 번역된 글자 하나하나에 원작가의 의도가 그대로 전달되기도 하고 조금 의미가 변형되기도 한다. 영어를 우리 말로 번역했을 때 그 의미가 어색해져버리는 것처럼. 이 책은 그런 부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번역을 다시 했고, '오늘, 엄마가 돌아가셨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직역 위주의 번역이라 원작을 번역 없이 읽을 수 있는 느낌이 들었다.

엄마를 양로원에 맡긴 후 양로원에서 알려온 엄마의 죽음. 표면적으로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연애를 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듯 하지만 주인공 뫼르소에게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의미는 생각보다 컸던 것 같다. 그가 이웃 레몽을 만나게 되고 그 우연이 우연한 살인으로 이어졌다기엔, 소설에서 주는 냉정하고 차가우며 스산한 느낌의 뫼르소와 배경들이 심상치 않았다. 레몽이 아니라 다른 누군가를 만나 또 다른 우연을 만나게 되었어도 사고를 쳤을 것 같은 느낌. 그것이 엄마의 부재로부터 이어진 케케묵은 감정의 터뜨림이었는지 그에게 사이코패스의 기질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살인은 어쨌든 뫼르소를 이방인으로 만들어버렸다. 죽음의 문턱에서 그가 어머니를 생각하고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부분, 삶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는 부분은 아이러니하면서도 죽음이 인간에게 주는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소설은 아주 건조하게 이어진다. 그 건조함이 카뮈의 의도인지도 모르겠다. 찾아본 바에 의하면 <이방인>은 실존주의 문학으로 분류되며 해석하는 사람에 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삶의 실존에 대한 의미 부여, 혹은 반대로 그러한 실존 자체에 대한 허무주의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소설이다. 뉴스에서 보도되는 끔찍한 살인의 이면에는 분노로 점철된 인간의 모습, 혹은 또다른 인간의 부류로 분류되는 사이코패스적 인간 등이 있을 수 있겠지만 삶에 대한 분노를 넘어서 실존 자체의 허무주의에 빠진(사실 살인에 대해 이렇게 거창하게 말하는 것도 우습고 또 하나의 변명을 만들어주는 것에 불과하지만) 무기력한 인간의 모습에서 비롯된 살인과 점점 그러한 사건들에 무감각해져가는 현대의 모습을 알베르 카뮈가 이미 예견하고 <이방인>의 뫼르소로 탄생시킨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소설의 모습은 현대의 일부와 닮아 있다.

마지막 단락은 죽음의 앞에서 자신의 참모습을 찾아가는 듯한 뫼르소의 모습으로 끝을 맺으며 묘한 여운을 띄운다. 죽음 앞에서 비로소 세상의 부드러운 무관심에 자기 자신을 열고, 형제처럼 느꼈고, 행복했었으며, 여전히 행복함을 느낀다는 문구가 가슴을 저릿하게 한다. 그래서 자신의 사형 집행이 있는 그날 거기에 많은 구경꾼들이 증오의 함성으로 자신을 맞아주었으면 좋겠다는 것에서 한편으로는 고독과 무관심이 낳은 인간의 외로움, 그리고 감정의 부재가 한 인간을 파멸로 이끌었다고 생각되어 차분한 마지막 단락이 더 저릿하게 느껴졌다.

이 책은 역자노트 부분에 꽤 많은 부분을 할애하고 있다. 또한 이방인 깊이 읽기 부록은 단순히 소설의 줄거리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 원작자 알베르 카뮈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고 번역하려는 번역자의 노고가 느껴진다. 가끔 번역이 너무 어려운 것인지 아니면 원작자의 소설 자체가 어려운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은데 이번 책은 번역에 많은 신경을 쓴 것이 읽으면서 느껴졌다. 삶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으로 이 소설을 이해해도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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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어디에서 왔니 - 탄생 한국인 이야기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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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첫째는 자기 전마다 자꾸 이야기를 해달라고 한다. 이야기를 해줘야 자기가 잘 것 같다면서 말이다. 고민스러운 매일 밤, 이야깃거리가 떨어져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그러고 보면 이어령 선생은 아이가 생기고 태어나고 커가는 과정, 그 순간 하나하나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는지 저력이 대단함을 느낀다.

목차 이름이 참 아름답다고 느꼈다. 태명고개-배내고개-출산고개-삼신고개-기저귀고개-어부바고개-옹알이고개-돌잡이고개-세살고개-나들이고개-호미고개-이야기고개까지. 아이를 낳는다는 그 힘든 순간의 고개를 넘으면 또 키우는 매순간의 역경의 고개들이 기다리고 있다. 분명 우리 나라의 전통 육아에는 서양과는 다른 한국인만의 지점이 있는 듯하다. 그 출산, 육아의 순간의 고개들을 한국인의 시각으로 풀어놓은 이야기가 이 책이다.

아이를 갖고 태명을 지어주며, 작은 생명에 이름을 붙이고 불러주는 하나의 행위를 가지고도 김춘수의 <꽃>이나 김소월의 <초혼>, 그리고 밀란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테레자가 송아지에게 이름을 붙이는 장면을 연결시켜 이야기를 이끌어낸다. 이어령 작가가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힘이 느껴지며 예를 들어 출산 고개에 대한 이야기에도 고전 문헌, 성경, 의학적 내용 등 다양한 문헌과 참고 자료들을 통해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생일날이 왜 귀빠진 날로 불리는지, 삼신 고개에서 몽고반점에 대한 이야기들, 오줌싸개가 왜 키를 쓰고 소금을 얻어와야 했는지, 최근 유행하는 스와들업 등 스와들링에 대한 내용들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들이 특히 궁금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새삼 언어의 힘에 대해서도 느낀다. 한국의 의성, 의태어는 콜콜, 쿨쿨처럼 양모음 대 음모음의 조화로 구성되어 있다든가, 아이들의 언어 시작에 대한 신비로운 이야기들은 우리가 무심코 지내온 인간의 발달 단계나 아이들이 좋아하는 의성어, 의태어가 만들어지게된 과정을 상세히 알 수 있다.

한국인의 탄생과 육아, 그리고 그 속에서 우리가 놓치기 쉬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녹아 있는 이 책은 이어령 작가가 정말 많은 자료를 찾아보고 숙고해서 엮어낸 책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또한 수많은 탄생 중 한국인에 초점을 맞춰 써내려가 우리 민족의 긍지도 느낄 수 있다. 다른 민족과 차별화된 우리만의 육아특색(이를테며 포대기나, 오줌 싼 후 키 쓰기 등)을 읽어내려가며 한 아이가 탄생하고 자라는 매 순간의 이야기가 얼마나 경이롭고 다채로운지 느낄 수 있었다. 읽다보면 나도 모르게 지식 자체가 넓어진다. 한 주제로 방대한 이야기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책이다. 중간중간 '샛길'로 표현된 이야기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이야기를 하다보면 자주 샛길로 빠지게 되는데 그게 어쩌다보면 더 재미난 경우도 많지 않은가. 스와들링을 비판한 루소의 에밀 읽기나, 할로우 부부의 원숭이 실험, 일본 자장가 고모리 등 꽤나 흥미로운 샛길은 이 책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킨다. 나의 늘어난 배경지식만큼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기도 많을텐데. 딸들이 조금 더 크면 너희들이 이렇게 탄생했노라고 이 책 속의 이야기를 덧보태도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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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의 산책 -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과 함께하는 행복에 대한 사색
에디스 홀 지음, 박세연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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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은 대체 어디에 쓸모가 있을까. 철학이라는 거대한 학문으로부터 쓸모를 찾는 것이 철학자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겠으나, 우리 삶에 쓸모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 철학은 의미가 없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말하는 쓸모란 물질적 대가를 얻는 것이 아니라 정신적 쓸모를 의미한다. 나의 정신적 속박과 고뇌, 번뇌로부터의 해방에 철학책을 읽는 것이 많은 도움을 주었고, 특히 서양철학에 있어서 많은 철학가들의 사상을 접하며 많은 위안을 얻었다. 이 책의 주인공인 아리스토텔레스는 소크라테스-플라톤에 이은 서양 철학의 선구자이며, 행복, 중용 등 굵직한 단어들로 표현가능한 대체 불가 철학자이다. 그의 사상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로 '행복'을 꼽을 수 있겠는데, 누구나 행복한 삶을 원한다는 점에서 이 책에서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 특히 행복에 대한 깊이 있는 공부는 내 정신적 쓸모에 많은 도움을 줬다.

그는 인간의 삶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에우다이모니아)이며, 행복이란 개인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한 목표를 발견하고 최고의 자아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과정이라고 보았다. 행복에 대한 고대의 철학자의 견해가 현대인의 행복에 대한 생각과 매우 일치한다는 것을 통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 소크라테스와 달리 현실에 입각한 철학론을 펼쳤으며 선한 의지의 토대 위에 나 자신에게 솔직한 삶이 행복의 길임을 얘기한다.
그에 의하면 살아 있는 것은 잠재력(디나미스)을 갖고 있으며 이를 통해 성숙한 형태로 성장이 가능하다. 잠재력은 질료인, 작용인, 형상인, 목적인 중 목적인과 깊은 관계를 맺고 있으며 이것은 존재의 근거이자 인간 스스로 통제가능한 동인이다. 특히, 인간만이 가진 이성적 잠재력으로 우리가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 왜 원하는지 확인하고 이를 실현(에네르게이아)하기 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는 것을 행복으로 보았다. 또한, 집단지성을 중시하며 교육을 통해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다고 보았다.
잠재력의 연장선상에서 내 삶은 내가 결정하고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을 바로 하는 것에서 행복이 온다는 것은 아리스토텔레스의 행복에 대한 개인의 주체적 인식을 엿볼 수 있으며 오늘날의 행복의 의미와도 맞닿아 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행위하지 않음으로써도 부당한 일을 저지를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최초의 철학자였다. 그는 폭력에서 친구의 피해를 목격하고도 모른 체하는 친구, 아동학대를 알리지 않는 이웃, 가난한 이들을 굶어죽도록 내버려두는 부자의 방임이 얼마나 큰 도덕적 결함에서 비롯되는지 여실히 말해주고 있다.

행위뿐 아니라 외면에 관해 중시하는 것은, 사회적 존경과 인정을 원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를 보다 풍부하게 만든다.
p179

아리스토텔레스는 사랑에도 노력이 필요하며 우정에도 잦은 만남과 충분한 대화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우정은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누었는데, 효용 우정, 즐거움에 기반을 둔 우정, 그리고 행복한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서, 그리고 친척이 아닌 노력하는 친밀한 사람들 사이에서 나타나는 상호적인 사랑으로 나누었으며 마지막 우정의 형태를 가장 최고로 보았다. 또한, 나의 변함없는 자질 때문에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내 정체성을 잃어버리지 말자고 얘기한다.
그는 특히 동물에 대한 연구에 큰 관심을 보이며 각 동물 특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나아가 인류와 자연의 관계를 모색하며 모두가 함께 사는 세상에 대해 끊임 없이 얘기한다. 모두는 전체의 선함을 공유한다는 상호의존성을 말하며 도덕적 경제학의 개념으로부터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말한다.
여가나 죽음에 대한 그의 생각도 공감가는 부분이 많다. 특히 충분한 여가는 잠재력 발휘로 이어지고 그것은 곧 행복의 길이 된다. 또한 죽음에 대한 성찰은 삶을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되짚어보게 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현대에 살았어도 전혀 위화감없는 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만큼 그의 사상은 고전적이면서도 진보적이며 현대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는 철학이 왜 필요한지 알려준다. 철학은 결국 우리가 더 나은 삶을 살아내기 위한 길을 안내해주는 이정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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