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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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철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의 모든 행동이나 판단의 근거가 되며 각자의 삶의 이유까지도 모두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철학 책을 읽으면 과거 아주 오래전 철학자들의 이론이 현대에까지 적용되며 이어져올 수 있는 것에 감탄하기도 하고, 인간의 사유가 확장되어 온 과정을 알 수 있기도 해 항상 즐겁다. 특히, 철학을 알면 알수록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고 삶에 커다란 활력이 된다. 이 책도 나에겐 그런 의미였는데, 아주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이 아니라 각 철학자의 이론 중 중요한 핵심을 인간 삶의 의미와 연결하여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인생지침서 같았다.

소크라테스 편에서는 무지의 지(내가 모름을 인정하고 아는 것)을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하며, 플라톤 편에서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아리스토텔레스 편에서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과 구체적 행동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일찍 일어나기, 근면 등이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인간이 욕망하는 돈이 꼭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을 느낀다. (물론 있으면 좋지만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워낙 유명한 말이지만 오해하기 쉽다. 사고의 존재의 객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지 사람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게다가 수많은 정보를 회의의 정신으로 대하며 비판적 사고를 습득하는 것의 의의를 알게 해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기 힘든 이유도 데카르트를 이해하면 납득할 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데카르트의 회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탁월함이 상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냐는 반론에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행복과도 연결시키는 등 많은 부분에서 철학과 삶의 직접적 관련성을 느낄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 흄은 데카르트가 긍정한 자아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 자아를 배제하면 거기에 남는 것은 연속적인 경험의 흐름뿐임을 얘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불을 예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다. 칸트 이론은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계를 이해하고 인식 형식을 파악하며 나이가 능력의 범위 안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합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 인생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삶의 해답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의지와 고독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 의지가 고통을 주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며 고독이 삶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거라고 했던 그의 말은 삶을 살아가는 근원적인 부분을 더욱 세밀하게 파고든다는 느낌이다. 밀은 자유론을 먼저 읽고나서 보니 한층 이해가 쉬웠다. 그는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고 다수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삶을 강조했다. 니체는 워낙 유명한데, 그가 말한 신은 죽었단 말은 자기 나름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신만의 인생 안무를 짜는 것을 말한다.



소쉬르의 언어분석에 의한 구조주의 발화도 색다른 접근이었고 무엇보다 철학책에서 만난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관한 담론은 진짜 인생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사랑조차 자본주의에 의해 손해와 이익을 따져 적당한 조건을 고려해야하는 시대에 다음 말은 경종을 울린다.

프롬은 일방적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있다고 했고 현대의 일반적 사랑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있지만 그 의미는 크다. 타인 사랑 이전에 오로지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사르트르는 내 현재의 불안과 무의 상태, 기투, 그리고 주어진 자유가 고통스럽지만 내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스스로 져야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서 고독감과 고립감을 극복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기 자신 그대로이며 자신의 전체성을 잃지 앓는다. 사랑으로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면서도 계속해서 두 사람으로 존재하는 패러독스가 일어난다. ...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이 책은 철학자 12인의 철학을 삶과 결부시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야하는지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아주 어려운 이론들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각 철학자들의 주요 이론들을 핵심으로 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과 결부시켜 알기 쉽게 예로 설명하였고, 에리히 프롬이나 소쉬르 등 일반적인 철학교과서에서 딱히 다루지 않는 신선한 철학자들도 등장한다. 죽은 철학자들의 생생한 이론은 그들이 영원히 살아숨쉬게 만들었다. 우리보다 먼저 깊이 있는 인생을 살다 간 철학자들의 이론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 철학은 반드시 교양인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하고 공부해보아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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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마디가 나를 살렸다 - 100번 넘어져도 101번 일으켜 세워준 김미경의 말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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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 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옛 속담이 있듯이 한 마디 말이 사람을 살릴 수도 있고 한 사람을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도 있다. 오래 전 결혼하기 전에 김미경 강사의 강연을 우연히 TV에서 보고 홀린 듯 재미있게 강연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강사님의 짤들도 한동안 돌아다녔고 내 맘 속에 많은 감동과 공감이 있었다. 결혼하고 아이들을 낳고 키우며 정신없는 직장맘의 삶을 살고 있다보니 가끔 김미경 강사님의 강연이 떠오를 때가 있었다. 그리고 결혼 전에 들었던 강연이 확실히 결혼하고 엄마가 되고 나서야 더 와닿는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아마도 엄마의 삶을 살면서 나를 잃은 것 같은, 나를 포함한 많은 대한민국의 엄마들이 강사님을 보며 나도 저런 멋진 삶을 살고 싶다는 동경과 함께 나도 할 수 있다는 힘을 얻을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 이 책을 만나게 되었다. 정말 오래간만에 김미경 강사님의 강연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책을 읽었다. 현재는 유튜버로도 활약하고 있는 김미경 강사가 수많은 사람들과 소통하며 만든 '힘이 되는 이야기, 나를 살린 한 마디'를 모아 만든 강연 같은 책이다.

내 마음을 사린 한 마디/ 내 일상을 살린 한 마디/ 소중한 관계를 살린 한 마디/ 내 꿈을 살린 한 마디로 나누어져 있으며, 한 장 한 장 읽어내려가며 공감되는 말이 참 많았고 최근 침체기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잔잔했던 내 삶에 한 줄기 빛같은 말들이 많이 실려 있다.

행복하지 않을 때의 삶은 공허하고 비루해져요.
하지만 좋은 삶의 기준을 의미로 규정하면
행복에도 의미가 있고, 불행에도 의미가 생겨요.

우리는 행복에 너무 많은 집착을 하며 사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수많은 책들이 행복론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삶의 기준을 행복이 아니라 의미로 규정하면 행복도 불행도 다 내 삶의 한 과정이고 큰 의미가 된다는 것.

오늘 하루가 확대된 게 일생입니다.
내 일생에 필요한 것이 있다면
그건 사실 내 하루 안에도 다 들어가야 돼요.

내가 정말 이루고자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그것과 관련된 게 하루의 일과 안에 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거다. 내가 정말 기타를 잘 치고 싶으면 기타 연습이 매일 일과에 포함되어야 하고, 유튜버가 되고 싶다면 유튜버와 관련된 일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는 것.

만약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는데
아직 못 하고 있다면
나의 에너지가 가장 왕성한 시간대에
그 일을 가장 먼저 처리해보세요.
내 앞의 중요한 문제와 용기 있게 대면하세요.
중요도 관리에 에너지를 쏟아야
인생의 성취를 이뤄낼 수 있습니다.

이건 나한테 너무 필요한 말이라, 필사하듯 타이핑해보았다. 나는 해야할 일을 주욱 다이어리에 적지만 내가 정작 해야할 중요하고 힘든 일은 항상 뒷전으로 놓았다가 데드라인이 닥쳤을 때 미친듯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 말은 데드라인이 딱히 정해져 있지 않지만 내가 원하는 일은 계속 뒷전으로 밀린다는 말이다. 내 인생에서 중요한 문제나 일이 무엇인지를 먼저 정하고 그와 관련된 일을 우선순위로 놓아야 한다는 것. 중요한 말이다.

누군가에게 충고를 할 때는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충고를 해도 될 만한 관계의 무게가 쌓였는지 살펴보고
충고를 해줄 사람의 성품을 잘 봐야 하며
전하는 방식은 부드러워야 하고
가벼울수록 좋습니다.
상대방의 모든 것을 바꾸려고 하는 충고는
폭력의 다른 이름일 뿐입니다.

나는 누군가에게 충고를 해본 적도 잘 없고, 사실은 남의 인생에 관심이 크게 없는 편이다. 그런데 점점 직장생활을 하면서 10년차 정도 되고 보니 약간 돌아가는 상황이 눈에 보이기 시작하는 경우가 있다. 뭔가 답답해서 충고해주고 싶은 순간이 여러 번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입을 잘 열지 않는데, 잘하고 있었던 것 같다. 나와 그 사람 사이에 관계의 무게 혹은 그 사람의 포용 정도를 고려하지 않고 나의 답답함이나 오지랖을 무조건 발동해서는 안된다는 것은 점점 뼈저리게 느껴지는 부분이다.



갑작스럽게 내가 책 읽는 삶을 살기로 결심한 건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그리고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나조차도 명확하게 모르기 때문이었다. 김미경 강사가 언급했듯 열심히 책 읽으며 도약하며 나를 찾고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목표를 현실로 만드는 하루하루를 만드는 삶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랜만에 나를 다시 채찍질해주는 책을 만난 것 같다. 60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뒤늦게 시작한 영어공부로 영어 인터뷰도 가능할 정도의 영어를 구사할 수 있고, 이제 더 큰 꿈을 위해 노력하는 이 책의 저자처럼 나도 가슴 뛰는 삶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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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머리 앤이 3년 후 나에게 : Q&A a day 빨강머리앤 Q&A a day
더모던 편집부 엮음 / 더모던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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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 이쁜 표지. 어린 시절 주근깨 빼빼마른 빨강 머리 앤 애니메이션을 봤던 나로서는 더 애착이 간다. 루시메드 몽고 메리의 대표적 소설. 고아지만 항상 수다스럽고 밝은 앤은 주위 사람들까지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인물이다. 내게 온 책은 소설이 아니라, 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도록 매일 한 가지 주제에 대해 세 가지 답을 해보는 연습을 하는 자기계발 포켓북이다.

단순한 일기가 아니라 1년 365일 매일매일 어떤 질문이 주어진다. 여섯줄 정도로 질문에 대한 답을 쓸 수 있고 질문 위에는 그 질문이 영어로도 적혀 있으며 빨강 머리 앤이 매일 다른 얼굴로 질문과 함께 그려져 있다.

오늘자 질문이다.
최근에 성취감을 느낀 것은 어떤 때였어?

365개의 질문에 대한 대답을 1년간 기록한 후 다시 그 다음해에 다시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 다시 그 다음해에 이 질문에 대한 답을 기록.

3년간 이 작업을 반복하면서 나 자신의 변화과정을 세밀하게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현재 내가 어디쯤 와있으며 나는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소중한 질문들이 많아서 좋다.

여타 자기계발서들과 달리 실천을 직접적으로 할 수 있다. 나를 알기 위한 질문과 그 대답을 하는 작업을 수행한다는 거은 자기계발 및 성장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오랜 시간 나는, 아니 지금도 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지향하고자 하는지 알고 싶어 했지만 어떤 질문을 던져야할지 몰라 막막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이 책은 그 질문들이 구체적으로 수록되어 있고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찾아갈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으며 나의 변화까지 엿볼 수 있다. 단, 나의 꾸준함이 있다면 말이다.

손바닥보다 조금 더 큰 크기의 들고다니기 딱 좋은 크기지만 이 포켓북이 나에게 주는 무게는 묵직하다. 1월부터 누락된 질문에 대한 대답들을 조금씩 적어내려가 오늘 날짜까지 진도(?)를 맞출 생각이다.

요즘 즐겨보는 티비프로그램이나 편한 차림으로 만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는 가벼운 질문부터 살아오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간, 꼭 지키고 싶은 것, 내일을 생각하면 어떤 기분이 드는지 등 조금 깊은 질문까지 다양하게 수록되어 있으며 이 질문들에 답하기 위해서는 나를 찬찬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안된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고들 한다. 그 방향을 잡기 위해서는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 파악이 필요하고 그 방향을 잘 잡아야 한다. 그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이 책이 해줄 수 있을 것 같다. 매일매일 열심히, 3년간 성실히 질문에 답하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나의 모습도 기대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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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에세이 1
민경우 지음 / 매직하우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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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수학에세이>라는 제목 답게 수학사나 수학적 배경에 대한 저자의 주관성을 많이 담고 있다. 저자인 민경우는 2012년부터 수학을 가르치기 시작한 수학교육연구소 소장이자 강사다. 수학이라는 더도 없는 객관적 학문에 주관적 에세이라니? 하고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수학이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절대 불변의 진리로 수학을 생각한 사람들이 아니라 오류주의적 접근법으로 수학을 바라본 이들에 의해 거듭 수정되고 발전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수학에 대한 고정관념을 신선하게 깨뜨리고 자유롭게 저자의 의견에 비판을 허용한다는 점에서 이 책이 기존 수학 책들과는 다르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에세이기는 하지만 수학에세이인만큼, 거의 대부분은 수, 대수, 기하, 미적, 확률에 대한 다섯 주제와 관련된 굵직한 객관적 수학사 및 배경에 대한 가지를 곁들인 쉬운 설명을 토대로 하고 있다. 여타 다른 책에 비해 좀 더 편안하게 읽히는 문체가 특징이며 책 자체가 두껍지 않고 글자가 커서 읽기 더 쉽고 편안하게 접근할 수 있었다.



1장 <수>에서는 자연수, 0의 출현에서부터 실수, 허수에 이르기까지의 수의 확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원한다면 수학사 관련 서적을 따로 찾아보는 것이 좋다. 이 책은 수학사나 수학을 공부하기 전, 흥미를 돋게 하기 위해 비교적 쉽고 간결하게 핵심만 서술한 동기유발용 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할 듯 하다.

2장 <대수>에서는 음수의 도입에 관해 설명하면서 형식불역의 원리를 언급한다. 중학교에서 처음 음수에 대해 도입할 때, 바둑돌 모델이나 수직선 모델 등 다양한 모델을 통해 음수의 연산을 도입하긴 하지만 가장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고 수학적으로도 자연스러운 원리는 형식불역의 원리다. 음수와 음수의 곱이 양수가 될 수 밖에 없는지가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설명되기 때문이다. 대수 파트의 마지막 장에서는 일차방정식을 풀이하는 과정에 대해 이항, 소거 같은 몇 가지 원리를 정립한 후 기계적인 대수적 조작으로 미지수를 구한다고 설명되어 있다.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은 채 이러한 기계적 계산을 강조하여 풀게되면 결국 왜 이항할 때 부호가 바뀌는지 학생들을 대답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그게 규칙이니까요, 라고 대답한다. 등호를 건너면 부호가 마법처럼 바뀌는데 그냥 그게 법칙이고 규칙이라는 것이다. 등식의 원리에 의해 양변에 똑같은 수를 더하거나 빼거나 곱하거나 0이 아닌 수를 나누어도 등식이 성립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임을 정확하게 말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고 본다. 수학을 형식주의로 몰고 가는 것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3장 <기하>는 피타고라스 정리, 귀납법과 연역법, 작도와 같은 기하 전반의 내용을 다룬다. 학생들에게 설명하며너도 나조차 어려운 개념이 호도법이다. 고등학교에서는 육십분법이 아닌 호도법을 이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데 학생들이 왜 그동안 잘 쓰던 각도법을 호도법으로 바꾸느냐고 물어보았을 때 와닿게 설명하기가 쉽지 않다. 이 책에서도 각속도를 가지고 설명하고 있지만 그리 선명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4장은 <미적>에 대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사실 미적분이 얼마나 중요하며, 이로 인해 수학이 얼마나 격변하게 되었는지 학교 수학이나 수능 문제를 푸는 것만으로는 고스란히 느끼기 힘들다. 미적분과 관련된 수학사 관련 책을 읽고 대학에서 수학을 오랜 시간 공부하며 이 부분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는데 이 책에서는 미분과 적분의 관계, 그리고 원 넓이와 구 부피를 적분으로 구하는 과정이 언급되어 있다. 정적인 학문이라고 생각했던 수학이 미분을 만나면서 동적 환경을 설명하는 중요한 도구로 생각되어지는 계기가 되고, 물리와 같은 타학문과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됨을 확인할 수 있다. 그에 대한 설명이 소개되어 있는 장이다.

5장 <확률>에서는 베이즈의 정리를 주로 소개하고 있다. 고등학교에서 조건부확률과 확률의 곱셈정리를 배우며 어느 정도 학습하는 내용인데 확률과 큰 관련은 없는 것 같지만 칸토어의 무한과 관련된 내용이 마지막 부분에 소개되고 있다. 중학교에서 처음 접하기 시작하는 가무한이 실무한으로 옮겨오면서 학생들에게 상당한 인지적 오류가 생긴다. 0.999...와 같은 순환소수가 1과 같다는 것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 수 있다. 그래도 어쨌든 1보다는 조금이라도 작을 것 같은데 1과 같음을 수학적으로 증명되는 순간 약간은 벙지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확률과 다른 장으로 따로 떼어 언급했으면 좋았을 주제다.



코로나로 인해 개학이 연기되면서 교재연구의 일환으로 읽게 되어 학생의 입장에서 다시 수학을 생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수학에 대한 배경적 지식을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어쓴 책으로 가볍게 읽기 좋은데, 이 책을 읽고 난 후 수학사나 기타 교양 도서를 같이 겸하여 읽으면 더욱 깊고 재미있게 수학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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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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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내가 좋아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22번째 소설. 최정화 작가의 소설이다. 길이가 긴 소설은 아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라 상당히 신선했다.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소설은 1장에서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 니키의 상황 묘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구의 멸망으로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 그런데 화성인들은 지구인들을 완전히 무시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지구인의 묘사가 아주 직설적인데 딱히 반박도 못하겠다. 아이디얼 카드가 없는 지구인은 차별당한다. 결국 화성인이 되기로 한 니키는 화성인 반다와의 기억을 교환하고 화성인이 된다. 반다의 기억을 갖고 사는 니키는 자신을 화성인 도라라고 믿으며 살고 있다. 탈락한 화성인 반다는 수용소에 갇혀 전파로 인해 통제된 삶을 살며 감시받는다. 반다는 전파 오류 사고로 수용소를 탈출하고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며 기억을 교환한 니키를 찾아와 서로의 잃어버린 기억을 얘기해주고 얼마 뒤 사살된다.



상당히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읽고 나서도 뭔가가 저릿한 느낌이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제주난민사태나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한 교민들을 수용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나온 여러 이견들이 스쳐지나갔는데, 역시나 작품해설에서 그것(제주난민사태)을 염두에 두고 작가가 썼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야 하는데 늘 이 문제들은 결국 정치의 문제로 연결되어 결국 인터넷 댓글의 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혐오의 시선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피부가 하얀 사람과 까만 사람 등 온갖 이분법적 사고는 혐오를 생산하는데 그 중 일부가 난민사태라고 생각된다.



지금 심각한 코로나 사태에서도 온갖 혐오들이 방출된다. 중국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수용하는 문제부터, 중국인이라하면 개인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신천지에서 비롯된 종교문제는 기독교, 그리고 성지순례의 문제까지 파고들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고,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수차례 여러 종교인들이 권유했지만 결국 무종교인이다. 밑도 끝도 없이 전도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중국인, 중국교민, 기독교까지 한꺼번에 일반화시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안타깝다. 이 책에는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란 말이 수차례 반복된다. 종교, 정치, 국가의 문제를 넘어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이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단,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도 있음은 당연하다... 자유롭고 존중받는 인간이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이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한다. 특정 종교의 확진의심환자들은 동선공개와 자진신고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범지구적으로 풀어낸 소설. 금방 읽히지만 또 금방 읽혀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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