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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익스체인지 ㅣ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22
최정화 지음 / 현대문학 / 2020년 1월
평점 :
메모리 익스체인지. 내가 좋아하는 현대문학 핀 시리즈 22번째 소설. 최정화 작가의 소설이다. 길이가 긴 소설은 아니지만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새로운 느낌의 소설이라 상당히 신선했다.
총 3장으로 이루어져 있는 이 소설은 1장에서 화성에 도착한 지구인 니키의 상황 묘사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지구의 멸망으로 화성으로 이주한 지구인들. 그런데 화성인들은 지구인들을 완전히 무시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지구인의 묘사가 아주 직설적인데 딱히 반박도 못하겠다. 아이디얼 카드가 없는 지구인은 차별당한다. 결국 화성인이 되기로 한 니키는 화성인 반다와의 기억을 교환하고 화성인이 된다. 반다의 기억을 갖고 사는 니키는 자신을 화성인 도라라고 믿으며 살고 있다. 탈락한 화성인 반다는 수용소에 갇혀 전파로 인해 통제된 삶을 살며 감시받는다. 반다는 전파 오류 사고로 수용소를 탈출하고 비로소 살아있음을 느끼며 기억을 교환한 니키를 찾아와 서로의 잃어버린 기억을 얘기해주고 얼마 뒤 사살된다.
상당히 특이한 소재의 소설이지만 읽고 나서도 뭔가가 저릿한 느낌이었다. 사회적 메시지를 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고 제주난민사태나 현재 코로나 사태로 인해 우한 교민들을 수용여부를 결정함에 있어서 나온 여러 이견들이 스쳐지나갔는데, 역시나 작품해설에서 그것(제주난민사태)을 염두에 두고 작가가 썼다고 한다.
보수와 진보라는 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생각해야 하는데 늘 이 문제들은 결국 정치의 문제로 연결되어 결국 인터넷 댓글의 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이는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혐오의 시선 중 일부라고 생각한다. 여성과 남성, 가진 자와 덜 가진 자, 피부가 하얀 사람과 까만 사람 등 온갖 이분법적 사고는 혐오를 생산하는데 그 중 일부가 난민사태라고 생각된다.
지금 심각한 코로나 사태에서도 온갖 혐오들이 방출된다. 중국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수용하는 문제부터, 중국인이라하면 개인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된다. 신천지에서 비롯된 종교문제는 기독교, 그리고 성지순례의 문제까지 파고들어 혐오의 대상이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중국이라는 나라를 좋아하지 않고, 종교를 갖고 있지 않으며 수차례 여러 종교인들이 권유했지만 결국 무종교인이다. 밑도 끝도 없이 전도하는 사람들도 문제지만, 중국인, 중국교민, 기독교까지 한꺼번에 일반화시켜 혐오의 대상이 되는 상황은 안타깝다. 이 책에는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할 인간'이란 말이 수차례 반복된다. 종교, 정치, 국가의 문제를 넘어 인간은 누구나 자유롭고 존중받아야 한다. 나와 다른 것이 혐오의 대상이 되어버리는 세상이 된 것 같아 안타깝다. (단, 비난받아 마땅한 경우도 있음은 당연하다... 자유롭고 존중받는 인간이 되기 위해선 다른 사람도 존중하고 자신의 생각만이 옳다는 이기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야한다. 특정 종교의 확진의심환자들은 동선공개와 자진신고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어려운 문제를 범지구적으로 풀어낸 소설. 금방 읽히지만 또 금방 읽혀지지 않는 아이러니한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