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철학자의 살아있는 인생수업 - 철학은 어떻게 삶에 도움이 되는가
시라토리 하루히코.지지엔즈 지음, 김지윤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0년 3월
평점 :
절판


철학은 인간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나의 모든 행동이나 판단의 근거가 되며 각자의 삶의 이유까지도 모두 철학과 관련되어 있다. 철학 책을 읽으면 과거 아주 오래전 철학자들의 이론이 현대에까지 적용되며 이어져올 수 있는 것에 감탄하기도 하고, 인간의 사유가 확장되어 온 과정을 알 수 있기도 해 항상 즐겁다. 특히, 철학을 알면 알수록 인생을 좀 더 의미 있게 살 수 있고 삶에 커다란 활력이 된다. 이 책도 나에겐 그런 의미였는데, 아주 복잡하고 심오한 철학이 아니라 각 철학자의 이론 중 중요한 핵심을 인간 삶의 의미와 연결하여 좀 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행동할 수 있게 해주는 인생지침서 같았다.

소크라테스 편에서는 무지의 지(내가 모름을 인정하고 아는 것)을 통해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음을 말하며, 플라톤 편에서는 이성적 삶의 중요성을, 아리스토텔레스 편에서는 인간이 행복하기 위한 조건과 구체적 행동을 알려준다. 예를 들면, 일찍 일어나기, 근면 등이다. 이 부분을 읽다보면 인간이 욕망하는 돈이 꼭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은 아님을 느낀다. (물론 있으면 좋지만 ...)돈이 없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걸 확신할 수 있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는 워낙 유명한 말이지만 오해하기 쉽다. 사고의 존재의 객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지 사람이 생각을 하기 때문에 존재 가치가 있다는 뜻은 아니라는 것. 게다가 수많은 정보를 회의의 정신으로 대하며 비판적 사고를 습득하는 것의 의의를 알게 해주고 나 아닌 다른 사람을 완벽히 이해하기 힘든 이유도 데카르트를 이해하면 납득할 수 있다. 이 책의 좋은 점은 데카르트의 회의와 아리스토텔레스의 탁월함이 상충될 수 있는 개념이 아니냐는 반론에 근거를 제시하고 이를 행복과도 연결시키는 등 많은 부분에서 철학과 삶의 직접적 관련성을 느낄 수 있게 서술되어 있다. 흄은 데카르트가 긍정한 자아의 존재를 의심하고 그 자아를 배제하면 거기에 남는 것은 연속적인 경험의 흐름뿐임을 얘기하는데, 이 책에서는 불을 예로 어려운 내용을 쉽게 설명해준다. 칸트 이론은 어렵게만 느껴졌지만 이 책에서는 정말 쉽게 풀어서 이야기하고 있다. 한계를 이해하고 인식 형식을 파악하며 나이가 능력의 범위 안에서 가장 합리적이고 적합한 해답을 찾아내는 것, 인생관의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이 삶의 해답일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의 의지와 고독에 대한 새로운 시선으로 철학의 지평을 넓혔다. 의지가 고통을 주고 이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인식을 바꾸는 것이며 고독이 삶에 가장 강력한 무기가 될거라고 했던 그의 말은 삶을 살아가는 근원적인 부분을 더욱 세밀하게 파고든다는 느낌이다. 밀은 자유론을 먼저 읽고나서 보니 한층 이해가 쉬웠다. 그는 각자의 개성을 잃지 않고 다수에 휩쓸리지 않으며 자기 자신으로 사는 삶을 강조했다. 니체는 워낙 유명한데, 그가 말한 신은 죽었단 말은 자기 나름의 가치를 창조하고 자신만의 인생 안무를 짜는 것을 말한다.



소쉬르의 언어분석에 의한 구조주의 발화도 색다른 접근이었고 무엇보다 철학책에서 만난 에리히 프롬의 사랑에 관한 담론은 진짜 인생수업을 받는 느낌이었다. 사랑조차 자본주의에 의해 손해와 이익을 따져 적당한 조건을 고려해야하는 시대에 다음 말은 경종을 울린다.

프롬은 일방적 사랑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가 있다고 했고 현대의 일반적 사랑과 맞지 않다는 지적은 있지만 그 의미는 크다. 타인 사랑 이전에 오로지 독립적 주체로 거듭나야한다고 말한 부분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사르트르는 내 현재의 불안과 무의 상태, 기투, 그리고 주어진 자유가 고통스럽지만 내 행동의 결과에 책임을 스스로 져야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진전된 철학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사랑을 통해서 고독감과 고립감을 극복하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자기 자신 그대로이며 자신의 전체성을 잃지 앓는다. 사랑으로 두 사람이 한 사람이 되면서도 계속해서 두 사람으로 존재하는 패러독스가 일어난다. ...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

이 책은 철학자 12인의 철학을 삶과 결부시켜 내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인생을 살아야하는지 다시금 확인시켜주었다. 아주 어려운 이론들을 열거한 것이 아니라 각 철학자들의 주요 이론들을 핵심으로 하여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상황과 결부시켜 알기 쉽게 예로 설명하였고, 에리히 프롬이나 소쉬르 등 일반적인 철학교과서에서 딱히 다루지 않는 신선한 철학자들도 등장한다. 죽은 철학자들의 생생한 이론은 그들이 영원히 살아숨쉬게 만들었다. 우리보다 먼저 깊이 있는 인생을 살다 간 철학자들의 이론이 현대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보면 철학은 반드시 교양인이라면 한 번 쯤 고민하고 공부해보아야 할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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